- 헨드릭 게리츠 포트 <플로라의 바보 마차>
90년대 학교에 컴퓨터가 들어왔다. 아날로그 문화에 익숙했던 선배 교사는 디지털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많은 교사가 교단을 떠났다. 온 젊음을 바쳐 지켜온 교단을 떠나야만 했다. 교육을 위해 도입한 정보화가 교사를 교육에서 소외시켰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시대에 뒤처지는 교사가 교단을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헨드릭 게리츠 포트의 <플로라의 바보 마차>는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마니아(Tulip mania)’를 풍자한 작품이다. 튤립 알뿌리는 수확량이 많지 않았다. 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맞추지 못했다. 사람들은 정처 없이 바람 따라 떠도는 꽃의 여신인 플로라가 탄 마차를 따라 마치 피리 소년의 피리 소리에 홀린 것처럼 경쟁적으로 뒤따랐다. 여신이 들고 있는 ‘영원한 황제’라는 뜻의 ‘셈퍼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는 현재 가치로 3억 원을 훌쩍 넘겼다.
인류는 효율적인 경제생활을 위해 돈을 사용했다. 하지만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다. 시장에서 돈은 사람을 소외시켰다. 살아남으려면 돈을 더 사랑해야 한다. 부동산 버블처럼 거품이 꺼지기 전까지는 선점하는 자가 승자다. 경제적 피해는 패자의 몫이다.
인류는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려 경쟁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제 교육은 경쟁을 위한 경쟁을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변별력에만 관심이 있다. 수능에는 어려운 문제 이른바 킬러 문제가 있어야 한다. 누구를 죽이겠다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더군다나 그 킬러 문제를 푼다고 그 과목에서 뛰어난 소질이 있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다. 그냥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는 학생의 학업 능력과 잠재력을 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한 문제만으로도 학생은 자신이 꿈을 접어야 한다. 경쟁이 학생을 세상에서 소외시킨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경쟁에서 졌으니 당연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교육은 사람의 온 삶에 영향을 준다. 아이들은 성장하며 자기 미래를 꿈꾼다. 과열된 거품 경쟁은 미래를 꿈꿀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미래를 향한 희망과 도전의 기회조차 경쟁은 소외한다. 경쟁 거품은 꺼지기 전까지 그 위험성은 도외시될 것이다. 교육에서 아이들이 소외되고 있다.
교육! 학생을 소외하다.
<플로라의 바보 마차(Flora's crazy wagon)>
예술가: 헨드릭 게리츠 포트(Hendrik Gerritsz Pot. 1580년~1657년)
국적: 네덜란드
제작 시기: 1637년~1638년
크기: 61×83㎝
재료: 패널에 유화
소장처: 프란스 할스 미술관(Frans Hals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