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한 <향기가득>
진짜 모과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모과는 내 머릿속에 있다. 나는 내 머릿속의 이미지를 의식한다. 본다는 것은 외부의 사물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머릿속에서 해석된 그 무엇인가를 보고 있는 것이다. 칸트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현상이며, 사물의 현상 자체를 인식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뉴턴은 백색광을 해부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은 여러 색으로 분리된다. 색은 여러 색의 빛이 물체에 반사되어 특정 파장의 빛이 보이는 현상이다. 빛은 파장과 입자의 특성을 가진 전자기파다. 전자기파는 색이란 특성이 없다. 개, 고양이, 사람은 같은 세상을 모두 다르게 본다. 심지어 박쥐는 소리로 세상을 보기도 한다.
사람은 눈으로 들어온 전자기파가 3종류의 파장을 흡수하는 원추세포에서 시작한다. 신경 세포는 빛의 자극을 활동 전위라는 신호로 뇌로 보낸다. 활동 전위는 0, 1로 된 생체 전기 신호다. 뇌는 눈에서 온 자극을 모두 분해한다. 신경세포가 처리할 수 있는 최소의 단위로 분리한다. 모과의 색, 모양은 모두 분리된다. 뇌는 중추신경계의 한 기관이다. 뇌는 많은 기능이 각 부위별로 분리되어 있다. 시각, 운동, 감각, 청각, 후각을 담당하는 영역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 모과의 시각 정보는 뇌에서 모과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8세기 파드마삼바바(Padma Sambhava, 蓮華生上師)의 <티베트 사자의 서(死者의 書)>에는 “마음이 물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물질이 마음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있다. 모과를 보는 각자는 자신의 의식에 개별화된 이미지를 만든다.
모과 작품을 보면 우리의 의식에서 자신만의 모과가 떠오른다. 우리 의식의 내면 깊이 숨겨져 있던 과거 다양한 정보를 불러낸다. 결국 우리는 모과가 가진 향기라는 정보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작품은 결국 작가의 내면 의식이 투영된 산출물이다. 작가는 소박하고 겸손한 목가적 삶을 추구한다. 풍요로운 가을처럼 마음이 풍요롭고 넉넉하다. 감상자가 “노란 모과가 향기롭다.”라는 생각을 의식 속에 떠오르는 순간 작품 속 모과는 또렷한 모과의 모습이 아닌 향기롭게 아른거리는 자기 마음에 고향이 된다.
<향기가득(Full of Scent)>
예술가: 김광한(1974~ )
국적: 대한민국
제작 시기: 2017
크기: 53×45.5㎝
재료: 캔버스에 유화
소장처: 개인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