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분자 모양은 '미키마우스' 혹은 '뿌까'의 머리처럼 생겼다. 큰 산소 원자 한 개에 작은 수소 원자 2개가 머리 방울처럼 달려 있다. 물 분자는 다른 물 분자와 만나기 전에는 어떤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한 물 분자가 다른 물 분자를 만나야만 힘을 발휘한다. 물 분자는 계속해서 다른 물 분자를 당긴다. 물 분자가 모이면 고체 혹은 액체가 될 수 있다. 구름에서는 물분자와 얼음 알갱이가 함께 존재한다. 물 분자는 얼음 알갱이와 물방울 중에 얼음 알갱이를 선택한다.
커진 얼음 알갱이는 중력의 영향으로 아래로 떨어진다. 그 과정에서 물방울이 되어 비로 떨어진다. 작은 빗방울은 대지를 적시며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내린다. 작은 물길은 큰 물길로 이어진다. 강물이나 호숫물은 이제 그것을 구성하는 개개의 물 분자의 합보다 더 특별한 존재가 된다. 역동적으로 흐르는 물길은 땅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생명의 터전과 문명의 태동을 잉태하게도 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물에 의존해 살아가며, 물은 세상 모든 것을 품어준다.
옥연지는 많은 생명 이야기를 품고 있다.
2023년 5월 8일 월요일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 행사는 지난 주말에 있었다. 주말에는 내내 비가 내렸다. 봄비 치고는 많은 양이 한꺼번에 내렸다. 주말 동안 어버이날 기념 가족 모임을 가졌다. 가족은 모여야 생기를 찾는 법이다. 점심 식사 후에도 이어진 모임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긴 코로나 끝에 오래간만의 즐거운 가족 행사였다. 월요일, 비가 개인 하늘은 유난히 청명했다. 주말 내린 비로 호수로 흘러드는 물의 양이 많았다. 호수 수위가 지난주보다 훨씬 높아졌다.
2023년 5월 9일 화요일
송해공원의 화단에 작업자들이 모여있었다. 작업자는 화단을 파헤쳐 튤립을 수확했다. 알뿌리를 드러낸 튤립을 화단에 듬성듬성 모아 두었다. 다른 작업자는 이것들을 마대에 담았다. 모여진 마대 무더기는 많은 양을 수확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였다. 작업자는 튤립 알뿌리를 다른 곳에 심어 두었다가 겨울이 시작하면 공원에 다시 심는다고 알려주었다. 한쪽에는 비워진 화단을 채울 다양한 꽃들이 작업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겨울을 보내고 화려한 봄을 선사했던 튤립은 이제 송해공원을 떠나게 되었다.
2023년 5월 10일 수요일
'삐~익'하는 새 울음소리와 함께 작고 파란 물총새가 쏜살같이 내 앞을 날아갔다. 카메라를 켤 틈도 주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산책길을 걸으며 호숫가를 주의 깊게 탐색했지만, 끝내 다시 만날 수 없었다. 튤립이 제거된 화단에는 노란색과 오렌지 색의 활짝 핀 매리골드가 심겨 있었다. 작업자 중 한 분은 주인을 잃은 화단에 구획을 나누는 선을 긋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웅크린 채로 손을 분주히 놀리며 꽃을 심었다. 화요일부터 시작된 식재 작업이 수요일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목요일은 되어야 끝이 난다고 했다.
작은 꽃들이 모여 아름다운 화단을 만들었다.
2023년 5월 11일 목요일
호수 여기저기에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잉어들이 몰려 있었다. 어떤 녀석은 입을 수면으로 내밀고는 '쩍 쩍'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짝을 만난 암수는 수면 위까지 몸을 드러내고는 강력하게 지느러미로 물살을 일으키고 있었다. '첨벙', '철썩'하는 요란한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났다. 송해공원의 화단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꽃과 알뿌리 등을 찍고 있는데, 한 작업자가 "어느 농장에서 왔어요?"라며 따지듯이 물었다. 아침 출근길 복장이 그리 보이지는 않았을 텐데,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글 쓰려고 취재 중입니다"라고 답했다. 다행히 작업자의 눈빛은 금세 누그러들었다.
2023년 5월 12일 금요일
사계공원에는 꽃이 만발하고 있었다. 다양한 식물이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산책길은 우거진 나뭇잎으로 이제는 완전히 그늘져 있었다. 나뭇잎 사이에는 작은 녹색의 복숭아 열매가 영글기 시작했다. 송해공원 안내판 앞에는 튤립 알뿌리 마대들이 타고 갈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튤립 알뿌리는 한 곳에 모아져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옥연지는 많은 사람의 사랑과 관심이 모이는 곳이다. 송해공원에는 제27회 비슬산참꽃문화제로 '거문고 선율을 타고 웃는 참꽃'이라는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 백세정 주변으로 호수의 풍경과 어우러지는 시화가 전시 중이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가정의 달 맞이 온 가족 호수 줍깅'으로 'Lake 플로깅, Like 플로깅' 행사를 5월 31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작은 관심이지만 관심이 모이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