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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 쌤 May 20. 2023

각양각색

세상에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그 형태와 습성은 천태만상이다. 생물 분류학에서는 이를 분류하기 위해 '종'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종은 가장 낮은 분류 단계로서 교배로 자손을 남길 수 있는 단위가 된다. 생물종이 다양한 것은 생물이 가능한 많은 자손을 남기려고 하는 본능에 있다. 가혹한 자연은 앞 세대의 노력으로 태어난 자손의 일부만 삶을 허락한다. 살아남은 일부 개체만이 다음 세대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생물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변이가 발생한다. 변이는 다시 세대로 이어지고, 다른 변이로 이어진다. 그 누적된 변이는 하나의 종을 두 종으로 갈라놓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가혹한 시간 흐름으로 우리는 다양한 생명이 존재하는 지구에 살게 되었다.


세상에 같은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쌍둥이조차 다르다. 심지어 같다고 생각하는 쌍둥이의 유전자에도 차이가 있다. 미세한 원자조차 확률적 범위에서 동일성을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차이는 반복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계절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반복해서 공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다시 돌아오는 계절은 늘 새롭다. 여름으로 들어가는 문턱! 송해공원과 옥연지는 새로운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여름을 기다리는 작은 풀꽃 하나, 나무 한 그루, 새 한 마리 모두가 새롭게 준비 중이다.

사계정원에는 각양각색의 꽃이 피고 있다.

2023년 5월 15일 월요일

스승의 날이다. 1964년 5월 26일 제1회를 시작으로, 제2회 기념일부터는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15일로 변경한 후 이제 42돌을 맞았다. 인연의 시작은 미약했지만 잊지 않고 인연을 이어오는 제자들이 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었다. 그러기에 스승이라는 단어에는 무거움이 존재한다. 작년에 졸업한 고등학교 1학년에서부터 나이 40을 넘긴 제자까지 잊지 않고 연락을 주었다. 그 어렸던 제자가 이제는 교사, 교수, 사업가,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엄연한 사회 일원으로 당당히 자기 역할을 다 하고 있다. 그야말로 청출어람이다. 연락을 주지 않았어도 각양각색으로 빛나는 청춘의 나날을 보내는 제자의 발전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 기쁜 일이다.


2023년 5월 16일 화요일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다. 일기예보를 보지 않더라도 더운 날이 시작될 것임을 아침부터 알 수 있었다. 옥연지로 흘러드는 시냇물이 이제는 시원하게 느껴진다. 시냇물을 한동안 조용히 바라보았다. 정말 흐르고 있었다. 하천의 물줄기가 끊김 없이 마디조차 만들지 않고 옥연지로 흘러들고 있었다. 물은 물이 가졌던 공간을 새롭고 완벽하게 메우고 있었다. 흐르는 물속으로 시간도 흐르고 있었다.


2023년 5월 17일 수요일

'뻐꾹뻐꾹' 반가운 여름철새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숲 속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물총새는 오늘도 내 앞을 빠르게 지나갔다. 제비는 호수면 위를 빠르게 날고 있었다. 나비와 함께 이름 모를 벌레도 호숫가를 부지런히 날아다녔다. 낮 기온이 섭씨 35도까지 올라갔다. 긴 옷이 불편해지는 시기가 다가왔다.

각양각색의 장미가 송해공원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2023년 5월 18일 목요일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우산을 쓰고 산책길을 천천히 걸었다. 송해공원 화단에는 다양한 장미가 피어나 5월이 계절의 여왕임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산책 중 길 위에서 밟혀 죽은 지네랑 두꺼비를 보았다. 그 녀석이 누구에게 해코지한 것도 아닐 텐데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그냥 밟혀 죽었으리라. 생명은 다른 생명에 의존해야 살 수 있다. 우리는 작은 생명의 중요성을 너무 쉽게 외면한다. 내리는 비만큼 쓸쓸한 하루였다.


2023년 5월 19일 금요일

어제보다 잦아들었지만 비는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산책길을 따라 작은 크기의 참새가 분주하게 날아다녔다. 이제 막 세상을 경험하며 신기한 듯 여기저기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습한 산기슭 바위에서 민달팽이 몇 마리를 찾았다. 두 마리는 흰색 점액띠로 연결되어 있었다. 생물을 전공했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사진을 찍어 선후배 단톡방에도 올렸다. 인터넷 검색 결과 짝짓기 과정임을 알 수 있었다. 흰 띠가 달팽이 생식기라고 한다. 어떤 민달팽이는 교미가 끝나면 생식기를 먹어 버려 상대를 암컷으로 만든다고 한다. 생물은 그 형태만큼이나 다양한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있다.

송해공원의 민달팽이가 다음 세대를 이를 새 생명을 만들고 있었다.

비로 산책길 아랫부분의 경사면 토사가 일부 내려앉았다. 이를 보수하려고 산책 계단 시작점까지 트럭이 한 대 들어와 있었다. 트럭 뒤로 보수에 사용할 모래를 쌓아 두었다. 그리고 인부들이 사용할 흙지게가 여러 개 발판에 놓여 있었다. 계단을 올라서니 작업자 여럿이 작업 방향을 결정하려고 소리 내며 토의 중이었다. 모래주머니를 만들어 아래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하는 작업이었다. 안전하게 작업을 마치려면 각자 역할을 잘해주어야 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작업은 시작되었다.


생명은 이기적이지 않다. 자기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역동적으로 자기 삶을 살아낸다. 하지만 자연은 가혹하다. 사회도 가혹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기 역할이 충실하며 헌신적이다. 묵묵히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낸다. 그 의미 없어 보이는 작은 몸짓이 여린 진동을 만들고 공명하여 큰 울림으로 이어진다. 그것이 생명이다. 그러기에 모든 생명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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