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가장자리를 헤매다.
한걸음도 원치 않는 가시덤불은 숲을 감싸고
가지 끝의 짙은 구름은 한치의 속도 볼 수 없었다
관목의 시절
숲의 길을 따라 걸었지
삐비꽃, 미나리아재비, 쥐오줌풀, 인동덩굴이 나를 끌었네
깊은 숲이 숨 쉬는 은밀한 거처
빛이 장대비처럼 쏟아져 내려
어린 관목의 심장에 새겨져
언제부터였던가
몇 개인가의 가지가 더 자라고 잎 끝이 마르기 시작한 것은
떨구어낸 잎들이 뿌리를 겉돈다
조금이면 장대비 내릴 것 같아 아무리 발돋움 쳐도 오랜 가뭄이었다
아!
가지를 떨궈야겠어
숲으로 돌아가기에는 내 가지가 너무 큰 게지
내 몸에 두른 가시덤불도 벗고 깊은 숲에 들어야겠어 그 장대비를 맞아야겠어
그리고 침잠하는 숲을 가꾸는 건 늘 햇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