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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용 Aug 01. 2022

한산: 용의출현, 관객의 니즈를 꿰뚫은 압도적 연출

박해일과 변요한의 조합은 참을 수 없다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오프닝"


2015년 개봉한 영화 '명량'을 감상한 직후에  남긴 소감이었다. 나는 그만큼 멋들어지고 세련된, 비장함이 느껴지는 오프닝을, 적어도 한국영화에서는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올해, 후속작이자 프리퀄인 '한산'의 오프닝이 또 내 마음을 흔들었다. 김한민 감독은 영화의 '멋'과 '재미'를 연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오늘은 냉철한 평가가 어려울 것 같다. 미리 양해를 구한다. 평소 관객으로서 추구하는 요소가 '종합 선물세트'로 담긴 작품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객관적인 리뷰를 원하시는 분들은 여기까지만 읽는 게 더 나은 선택이겠다.

영화의 작품성을 논하는 리뷰는 이미 많다. 필자는 개인적 취향과 100% 일치해 진심으로 재밌게 본 작품이기에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는지만 살짝 얘기해보려 한다.


우선 적장 '와키자카 야스하루' 역할을 맡은 배우 변요한을 매우 좋아한다. 내공이 깊은 연기력을 차치해도 특유의 맑고 우수에 젖은 눈빛은 어떤 다른 배우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배역은 '변요한의 또 다른 매력'을 모조리 뽑아낸 듯하다. 스크린에 얼굴을 비출 때마다 감탄만 나왔다. 묘하게 낮고 차가운 음색도 일품이었다는 평가다.


'한산'은 전반적으로 왜군의 시각에서 스토리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더욱 변요한의 연기가 돋보였다. 변요한의 출연으로 배우 박해일의 '이순신 연기'가 더욱 빛났다고 해도 될 정도다.


박해일은 대사 적지만, 무겁고 차분한 분위기로 이순신 장군(제독)을 재현했다. 명량에서 이순신 역할을 맡았던 배우 최민식이 죽음을 불사한 '불꽃'이라면, 한산의 박해일은 모든 고뇌를 조용하게 감당하는, 거대한 파도를 앞둔 잔잔한 '물결'이다.


이는 용인 전투로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에너지가 폭발하기 일보직전인 변요한(와키자카 야스하루)과 극명하게 대조되면서 두 사람이 정면으로 부딪쳤을 때 어떤 그림이 나올지 관객들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한국야구 명장으로 평가받은 해태타이거즈의 김응룡 감독은 희대의 명투수 선동열을 '꼭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기용해 상대팀 타자들의 공포심을 증폭시킨 전략으로 유명하다. 이번 '한산'에서 김한민 감독이 거북선을 활용한 연출도 다르지 않다. 어떻게 등장해야 관객들이 더 재밌게, 적으로 느낄 수 있는지 정확하게 꿰뚫어본 느낌이다. 필자는 '이런 연출이야말로 관객이 원하는 영화적 연출의 정점'이라고 생각다.

끝으로, 이 작품은 꼭 영화관에서 가급적이면 아이맥스로 관람하길 권한다. 조선연합(전라 좌수군+전라 우수군+경상 우수군) 함대가 보기만 해도 웅장 해지는 학익진을 한산도 앞바다에서 펼치는 장관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해야 그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국뽕' 논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건 김한민 감독의 말처럼 '국뽕을 넘어선, 국뽕이라고 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국뽕'이다. 진부한 '신파'나 '억지 감동'은 전혀 없으며, 우스갯소리로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으로 불리는 거북선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만 한동안 기억될 것이다.


한 줄 소감 : 영화적 연출의 정점...관객의 니즈를 꿰뚫은 거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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