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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용 Jun 05. 2022

범죄도시2, 좋다... 그리고 아쉽다

확실한 방향은 안정적...'마동석 장르'로 후속작들도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 <범죄도시2>에 대한 얘기다.


칭찬부터 하자면 이 영화, 방향성은 제대로 잡았다. 1편 보다 배우 마동석(극 중 마석도 형사)의 다소 투박하지만 파워풀한 액션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췄다. 여전히 2편에서도 '아직 싱글'인 마석도 형사의 좌고우면 없는 '정의로운 직진'은 더욱 속력을 높였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속페달을 밟으면 (기분 좋은) '폭주'라고 해도 될 정도다. 덕분에 확실한 '선'과 '악'의 대립이 관객들을 고민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선과 악은 종이 한 장 차이' 라거나, 혹은 '선과 악은 입장과 시각의 차이'라는 사회 혼란만 가중시키는 어정쩡한 주장들은 이 영화에서 만큼은 통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거부감을 느끼는 말들인지라 더욱 쾌감을 선사한다.


듣기로는 후속작이 8편까지 계획돼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2편에서 잡은 방향성(마동석 장르)에 찬성한다. 사실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이런 영화를 기다려왔는지도 모르겠다. 우린 더 이상 악인의 사연에 대해 알고 싶지 않고, 공감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다. 제발 '악'이라면 거기에 걸맞게 퇴장해 달라.

이제 아쉬운 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이니, 재밌게 영화를 감상한 분들도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주길 바란다. (필자도 물론 재밌게 본 영화다. 최종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에 더 가깝다)


우선 시리즈물의 큰 틀은 유지했지만, 감독의 교체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화끈한 액션'으로 직진했다는 점은 앞서 장점으로 언급했지만, 한편에선 단점으로 보이기도 했다. 1편은 '사건을 다루기 위해 마석도 형사를 비롯한 그 외 금천경찰서 강력반 식구들을 활용'했다면, 2편은 본격적으로 '마동석 장르'를 확립하려 했는지 '마석도를 위해 사건과 그 외 인물들이 들러리를 서는 느낌'이다. 쉽게 말해 2편에서 '그 외 인물'들의 활약과 비중은 늘었지만, 오히려 스포트라이트는 마석도 형사에 더 집중된 듯하다. 1편과 달리 흉기에 찔리고, 총까지 쏘고, 단독으로 용의자 은신처까지 수색하지만 그들의 존재감은 더욱 줄어들었다. 모두 '마지막 마석도의 액션신'을 위해 밑밥을 깔아주는 느낌이다. 반대로 1편에서는 마석도 형사가 이들 사이에 적절히 녹아있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박지환 배우(극 중 장이수)의 출연도 양날의 검으로 느껴졌다. 1편에서 죽지 않았다는 설정이 무척 반가웠지만, 흡사 '마지막 시리즈'라서 팬서비스 차원의 연출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통상 3편 이상 제작된 시리즈물들이 마지막 영화에서는 그간 조연이나 단역으로 출연했던 배우들을 '총출동' 시키는 사례가 있지 않은가. 장이수가 패러디한 대사(나 하얼빈의 장첸이야)도 왠지 마지막 시리즈에 더 어울릴 것 같다. 배우 손석구(극 중 강해상)가 항구에 나타나 긴장감이 극에 달했을 때, 그 패러디 대사가 몰입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연장선에서 1편처럼 마석도 형사의 등장을 '흉기 난동 신(scene)'으로 설정한 부분도 아쉽다. 1편은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 관객에게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흉기난동 제압 신'을 넣었기에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2편에서도 굳이 그렇게 마석도 형사를 등장시켜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1편에서는 조연출이었던 이상용 감독이 2편에서 메가폰을 잡은지라, 전작의 느낌(틀)과 흥행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에 그런 연출을 하지 않았나 짐작할 뿐이다.

1편의 장첸(배우 윤계상)에 이어 2편에서 악역을 맡은 강해상(배우 손석구)에 대한 설정도 다소 아쉽다. 정확히 말하자면 손석구 개인에 대한 설정보다 피해자들에 대한 설정이 아쉽다. 2편에서는 강해상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악독하고 강한지에만 초점을 맞춘 듯한 느낌이다. 이 역시 이상용 감독이 1편의 장첸을 의식한 결과라고 짐작할 뿐이다.


흡사 '탱크' 같은 주인공과 '지독하게 악한' 빌런의 대결을 영화 종반까지 미뤄 액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클리셰는 여전히 유효했다. 하지만 1편보다 몰입감이 떨어진 이유는 '악역에 대한 분노'가 덜했기 때문이다. 물론 악행은 모두 악행이고, 정도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지만, 왜 피해자를 대부업체 회장의 아들로 설정했는지, (심지어 그 대부업체 회장은 불법을 저지른 범죄자다) 아쉬움이 남는다. 돈이 넘쳐 동남아에서 매일 도박에 빠져있는 피해자의 껄렁껄렁한 태도도 은근히 거슬리는 부분이다.


물론, 돈이 많고, 불법을 저지르고, 태도가 정중하지 못한 사람은 범죄 대상이 돼도 괜찮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1편에서 장첸과 그 부하들에게 관객들이 크게 분노하고, 어서 빨리 마석도 형사가 '정의의 철퇴'를 내려주길 바랐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이 우리 사회에 피해를 주는 지독한 악인이고, 그 피해자들은 우리, 선량한 민들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차라리 피해자를 평범한 '한국인 관광객'으로 설정하고, 피해자의 부모가 아들을 잃어 얼마나 삶이 피폐해졌는지, 형제자매가 얼마나 슬퍼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의 영화보다 악역에 대한 분노가 더 커지지 않았을까.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조선족 청부업자들을 고용해 복수하려는 마음만 가득한 대부업체 회장인 아버지(배우 남문철), 장례식장에서는 다소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시종일관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며 범인을 잡고 싶은 마음이 더 커 보였던 '분노의 어머니'(배우 박지영)는 악역(강해상)에 대한 관객들의 분노를 감소시키는 요소로 보였다. 심지어 감독은 어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 박지영이 경찰서에서 강해상과 통화할 때 강단 있는 모습을 부각한다. 납치된 남편을 찾기 위해 강해상과 접선하러 가는 시퀀스에서도 아들을 잃고, 남편을 납치당한 슬픔이나 고통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악독한 납치범에 맞서는 강한 여인'을 주제로 따로 영화를 만들어도 될 정도다. 굳이 그 '어머니' 역할에 박지영 정도? 되는 배우를 쓰는 바람에 군더더기로 보일 수 있는 쇼트와 대사가 늘어났다는 점은 100번 양보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마석도 형사를 제외한 '그 외 인물'들의 존재감이 왜 미비하게 느껴졌을까. 우선 떠오르는 원인은 '제 발로 호랑이굴로 들어오는 범인' 설정이다. 1편에서는 장첸과 그 일당을 잡기 위해 수사팀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또 이들을 찾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 과정이 고스란히 영화 중반부까지 담겨 있었다. 하지만 2편에서는 너무 쉽게 범인이 특정되고, 이름을 비롯한 신상이 모조리 털려버린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언제, 어디서 잡느냐' 뿐이다. "세 놈이었는데..."라며 전날 밤의 기억을 더듬는 업소 마담의 대사로 시작됐던  1편의 '수사 개시'가 2편에선 '베트남판 진실의 방' 한 번으로 (그것도 영화 초반부터) 깔끔하게 정리돼 버렸다. 돈을 찾기 위해 베트남에서 친절하게 한국으로 들어와 주는 강해상은 덤이다. 덕분에 어떻게 범인을 잡을지는 더 이상 궁금하지 않고, 마석도 형사가 어떻게 강해상을 제압할지, 이 영화의 백미인 '마지막 액션신'만 기다려진 관객은 필자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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