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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용 Oct 08. 2022

공포영화 스마일, 왜 무섭지 않을까

조밀하게 배치된 진부한 기교... 무서울 틈조차 없다

공포영화의 기본 공식에 충실했지만 무섭지 않다. 10월 6일 개봉한 '스마일'은 혹평을 하자니 잘 만들었고, 호평을 하자니 무섭지 않다. 야구에 비유하면 '너무 잘 던진 느린 직구'다. 정중앙으로 천천히 날아오는 야구공은 실밥까지 보일 정도로 위협적이지 않다.


왜 무섭지 않을까. 일단, 공포영화의 기본 공식을 너무 충실히 따랐다. 갑자기 놀라게 하는 연출 '점프 스케어'는 좁은 프레임(화각)뒷받침돼야 한다. 관객이 시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제한하면 어떤 지점에서,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일'은 이런 기본 공식에 너무 충실하게 따른 나머지, 대부분 신(scene)에서 답답함이 느껴진다. 2시간 내내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만으로 지속적인 공포감을 기대했다면 과욕이다. 


답답한 프레임을 남발하니 고리타분하다. '기술적 공포'가 영화 전반을 메워버리니 '정서적 공포'는 느낄 틈이 없다. 아리 애스터 감독의 2018년작 '유전'과 비교해보라 다만, 이런 연출을 선호하는 완급 조절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관객은 '영화 내내 숨도 못 쉴 정도로 무서웠다'는, 필자와는 상반된 평을 내릴 수도 있겠다.


'스마일'이 파커 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서 그런지, 스토리 연출도 아쉽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장편 영화와 비교해 제약이 적은 단편 영화만 연출해서인지,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할 부분에서는 호흡이 길고, 막상 서서히 공포심을 끌어올려야 할 부분에서는 호흡이 짧다. 10분이면 기승전결이 나올 스토리에 2시간가량 내러티브를 강제 주입한 느낌이다. 주인공 로즈 코터(배우 소지 베이컨)는 너무 빠르게, 기다렸다는 듯이 '초자연적 존재'를 인정하고 공포심을 느낀다. 의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심리치료사라는 직업까지 감안하면 상황에 대한 수긍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 반대로 본인을 공포로 밀어 넣은 초자연적 현상의 원인을 풀어보려는 실질적 노력은 영화가 시작 지 1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시작된다. 뒤집어 말하면 영화의 흐름이 1시간 동안 정체돼 있다.


물론, 근원을 알 수 없고, 대항할 방법이 없는 '압도적인 악'은 존재 자체로 무섭지만, 이런 소재는 연출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이제 단순히 '인간의 능력 밖'이라는 이유만으로 공포심을 느낄 관객은 많지 않다. 연출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이런 '코즈믹 호러'에 기반한 공포 영화가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공포심과는 대척점에 있는 익숙함까지 더해졌다. '스마일'은 파커 핀 감독의 단편 영화 '잠들지 못하는 로라'를 잘게 잘라, 혹은 길게 늘어뜨려 2시간 동안 무한 반복하는 느낌이다. 영화 내내 '이것은 무서운 공포영화입니다'라고 끊임없이 말하느라, 오히려 지루함이 밀려오는 역설적 결과물이 돼버렸다. 공포영화의 기본 공식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무섭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서구권에서는, 특히 미국에서는 충분히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영화로 보이는데, 일단 표정에서 적의를 감지하는 문화 차이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웃음을 표현할 때 '눈 ^^'에 중점을 두지만, 서구권은 '입 모양 :)'으로 미소를 구분한다. 때문에 사회 통념상 일정 부분 '안전'을 보장받는 신호인 스마일이 '죽음'으로 연결될 때 느껴지는 공포심은 그들만의 정서다. 이와 별개로 '광대 공포증'과 '살인광대 괴담' 등이 기본값으로 설정된 문화권은 인위적 '미소'를 '혼돈(공포)'으로 인식하는 관객이 적지 않다. 어떤 사람으로든 변할 수 있고, 항상 입이 찢어질 듯이 미소 짓고 있는 '스마일맨' 괴담과 연결 짓는 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정서적 기반(공포)이 없는 한국 관객은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범위가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이나, 악마의 기괴한 비주얼 정도, 즉 기술적 공포로 한정된다. 2017년 개봉한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의 'IT'과 올해 9월 개봉한 스콧 데릭슨 감독의 '블랙폰'이 한국에서 '기대만큼 무섭지는 않았던 영화'로 기억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한 줄 소감 : 차라리 눈웃음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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