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하나 아들녀석의 주절주절 이쁜말
내게는 34살 미혼의 딸과 31살 미혼의 아들이 있다.
어릴때부터 나의 기대를 넘어서는 두 아이들을 보며 나는 세상을 향해 늘 감사한 마음을 보냈다.
나도 여느 엄마들처럼 공부잘해라, 건강해라, 예의바르게 살아라, 성실해라, 올바른 길만 걸어라 등등의 말들을 하고 싶었지만 마음속으로만 하고 입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저 학교를 다니는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꾹 참고 또 참았다.
그런 나의 마음을 두 아이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힘들게 비틀거리면서도 자신의 길을 걷고 또 걸어갔다.
아들녀석이 대학교 2학년때 휴학을 하고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아들 심경이 혼란스러울것 같아서 나는 국내여행을 제안했고 2박3일 동안 전라도 일대를 돌아다녔다.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펜션에서 하루밤을 묵어야 하는데 초행길이기도 하고 꼬불꼬불한 산을 겨우 올랐더니 또 급경사인 꼬불길을 내려가라고 네비게이션이 알려준다.
지나는 길에 시골 정육점에 들러 흑돼지고기를 한점 사서 예약한 펜션에 도착을 했다.
아들녀석이 배가 고플까봐 따뜻한 흰쌀밥에 서둘러 흑돼지고기를 구워서 먹었다.
시장이 반찬일까 너무 맛있었다.
초록이 숙소를 둘러싸고 있고 계곡물소리가 정신을 맑게 하고 풀벌레 소리도 정겨웠던 기억이 있다.
어젯밤 아들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한 친구랑 캠핑을 갔는데 둘이서 돼지고기 삼겹살을 구워먹고 소주를 여러잔 마시고 나니 엄마생각이 나더라는 것이다.
지리산에서 흑돼지고기를 구워먹을때 엄마가 다 해주고 저는 편안하게 쉬고 차려준 밥만 먹었다는 내용이었다.
맛있다는 생각만 했지 하루종일 운전하고 또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생각은 미처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함께 준비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눌걸 하는 후회를 했다고 하며 전화기 너머로 울먹이는 소리가 들린다.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길을 운전할때도 운전면허증은 있어도 운전을 못하니 엄마를 도울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안타까웠다는 이야기, 지리산을 산책하다가 얇은 운동화를 신어서 발바닥이 불편하다고 짜증을 부렸다는 이야기 등등.
빚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평생을 두고 갚을거라고 했다.
갚지 않아도 되는 빚, 빚이라고 할수 없는 빚, 꼭 빚이라고 생각하고 싶다면 언젠가 가정을 이루게 되면 너의 가족에게 그 빚을 풀어 놓아라고 했다.
나는 나의 두 아이들에게 받을 빚이 하나도 없다.
나의 부모가 내게 했던것을 그대로 했을뿐이다.
든든한 아들생각에 그리고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마음속으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