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가 우선
우리 부부의 노후 대책은 준비가 되었다.
이제 두 아이들이 거주 할 집을 준비해야 한다.
두 자녀가 살 집을 마련하는것 까지가 나의 진정한 노후 대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집은 모두가 원하는, 번듯한 신축아파트로 커뮤니티가 화려한 그런 집은 아니다.
아이들 능력에 부합하는 그런 집이면 된다.
그 이후 조금씩 조금씩 집 크기를 늘려가는 일은 본인들이 하리라 믿는다.
먼저 직장을 막 다니기 시작한 딸아이 집을 구해야 한다.
딸아이는 8년째 성북구 안암동 월세 생활을 했다.
학생일때는 내가 월세를 줬지만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본인이 모든걸 해결했다.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적금을 넣을까 연금을 넣을까 고민을 해온 딸아이에게 나는 말했다.
'내 집 마련부터 하자'
KTX가 생겼다.
지방에서 서울가기가 너무너무 쉬워졌다는 이야기이다.
시간 나는대로 딸아이 집을 드나들었다.
딸아이는 출근하고 나는 안암동을 뒤지기 시작했다.
우리 형편에 맞는 매물이 없다.
그 당시 안암동은 아파트가 많이 없고 허름한 주택이 많았다.
학교옆이라 하숙을 하던 집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널부러져 있었다.
깔끔한 원룸이 많이 생겨서이다.
허름한 하숙집을 사서 리모델링을 한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ㄷ' 형태의 하숙집은 작으나마 마당도 있고, 안채는 딸아이가 사용하고 나머지 방들은 예쁘게 꾸며서 저렴하게 학생들의 자취방으로 사용해도 괜찮을 듯 싶었다.
위치도 학교와 인접해 있고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2017년 그때는 대출규제가 그다지 심하지 않았고 대출이자도 싼 편이어서 이래저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리모델링을 해본 경험도 없거니와 아파트와 달리 주택이라 딸아이 혼자 살게 하기에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자취생을 들인다는 것도 관리가 필요한 일인데 우리 부부는 지방에 살고 있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허름한 하숙집은 접어두고 13평 짜리 아파트로 눈을 돌렸다.
내가 본 소형 평수의 구축 아파트는 매물이 없었다.
부동산 중개소에 나의 연락처를 주고 연락을 기다리는 사이 안암동에서 지하철 한두코스 떨어진 곳에 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안암동보다 더 낯선 동네를 돌아다닌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번듯한 아파트는 너무 비싸고 너무 허름한 아파트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참으로 난감했다.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지난 2018년 2월 어느 날 부동산 중개소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봐 둔 아파트 매물이 나왔다는 소식과 함께 딸아이는 그 아파트에 입주를 했다.
직주근접에 지하철 역도 걸어서 15분이면 세군데나 접해 있다.
그러나 오르막이 장난이 아니다.
집은 리모델링을 해서 깨끗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7층이다.
그래도 딸아이는 그 집에서 살겠다고 했다.
혹시 몰라서 내 이름으로 매수를 했다.
15평짜리 아파트라 방이 두개이고 거실겸 주방이 출입구 쪽에 있고 화장실도 큼직하고 무엇보다 7층이라 뷰도 좋았다.
젊었으니 7층을 오르내리는 것도 운동이 되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운 여름이면 같은 통로에 사는 아저씨들은 통로에 나와 앉아서 담배를 피워대는 것이다.
또한 택배가 집앞까지 오지 않고 관리실에 두고 가버린다.
배달음식도 1층 앞까지만 배달이 된다.
다시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