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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끝자락의 해운대

파도와 모래

by mini

올해 마지막 여름이 아쉬워 부산 해운대 백사장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여름속에 빠져 있었다.

아무 고민도 없어 보이는, 그저 즐겁기만 한 저 사람들 속으로 나도 걸어 들어갔다.

맨발로.

빈 몸으로 이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딘 것처럼.


햇살에 수분을 빼앗긴 모래는 억울한 듯 나의 발을 잡아당기고, 파도가 가져다 주는 짭짤한 바닷물을 마신 모래는 나의 발바닥을 그대로 받아주었다.

간질간질한 느낌과 보들보들한 감촉은 덤으로.

살다보면 마음 아픈 일도 많지만, 그래도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처럼.


걷다가 발바닥의 느낌이 무뎌질 즈음, 파도가 물거품을 만들어 나를 일으켜 세운다.

온몸을 부셔가며.

아직은 따뜻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일까?


모래위를 걷는 사람들과 강아지들은 하나가 되어 즐겁기만 하다.

파도는 제 몸을 갈갈이 찢어 그날 밤 우리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밤바람에 취한 우리들은 바다 짠내를 풍기며 즐거움의 비명을 마음껏 질러댔다.

사람들과 강아지 그리고 밤바람이 안고 오는 파도는 어느 새 하나가 되었다.

이참에 나도 밀려오는 파도에 내 한발을 슬쩍 얹어놓았다.

여름 끝자락의 해운대는 또 새로운 해운대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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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외면한 모래는 내 발을 잡고, 나는 벗어날려고 안간힘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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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파도가 부러워 괜히 한발 슬쩍 내밀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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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지나간 자리는 삐뚤빼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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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따라 왔다가 어쩌다 홀로...밀물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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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 인생은 세상 속 한가운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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