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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

오랫만에

by mini

나는 어릴적에 강에서 놀면서 물에 뜨는 법을 배웠다. 강바닥은 울퉁불퉁하여 위험하기도 하고 물살이라는 것이 있어 어린아이가 수영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어른이 된 후에 정식으로 수영을 배워서 강이나 바다에서도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번 여름 휴가를 강에서 보내다 보니 안전하게 만들어진 수영장에서 수영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최근에 생긴 야외수영장이 있다고 해서 바람이나 쐴겸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처서가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햇살도 너무 강렬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어린이 수영장이 따로 있었지만, 주로 성인 수영장에서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함께 물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에 내 젊은 날들이 잠시 뇌리를 스쳐갔다. 나의 두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이곳 저곳을 다녔던 기억도 나고, 그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것은 새로 생긴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아주 행복하게 먹던 두 아이들의 어린시절을 여기 수영장에서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다시 보게 되었다.


물속과 물밖의 세상은 다르다. 물속은 느리고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눈에 온전하게 들어온다. 물밖은 빠르게 움직이므로 세세하고 들여다볼 수는 없다. 물속에서는 몸에 들어가 있는 힘을 뺄수가 있어 나의 굳어져 가는 관절이 부드러워지고 움직임이 한결 가볍다. 그렇다고 한없이 물속에만 있을수는 없지 않은가. 물밖 세상은 사람들의 즐거워하는 소리들, 인간과 함께 하고자 머리위를 맴돌고 있는 햇살 그리고 가을을 담아온 바람이 우리들의 얼굴을 매만져 준다. 공존이라고 하나.


그렇게 4시간을 물과 함께 했다. 좋은 시간을 가졌다. 잠시 잊고 지냈던 시간을 다시 찾은 느낌이다. 수영장을 나와서 해가 지고 어둠이 저만큼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약간 쌀쌀해서 정신이 더 맑아지는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 양팔을 벌려서 옅은 어둠을 가슴에 품었다.


숙소에 들어가서 가볍게 차 한잔을 마시고 침대에 누웠는데 눈깜짝 할 새 아침이 왔다. 이렇게 깊이 잠들기가 얼마나 오랜만이던가. 연하게 내린 커피 한잔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아침 산책을 했다. 상쾌한 공기와 부드러운 바람이 세상살이의 귀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오늘 하루도 감사한 마음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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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바라본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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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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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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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렇게 한번 꾸며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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