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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 Oct 28. 2023

알폰스 무하를 만나다.

딸과 함께.

  나는 학창시절 미술시간이 어려웠다. 미술 선생님의 설명이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정답도 없고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내 아이들이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 딸아이와 함께 그림을 보러갈 일이 생겼다. 딸은 누구를 닮았는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또한 화가들의 전시회를 자주 찾는다. 도무지 알수 없는 딸의 손에 이끌려 오늘도 전시회장을 찾았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체코의 위대한 예술가 알폰스 무하의 전시회, 난 무하라는 화가를 처음 알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깜짝 놀랐다. 거대한 영화관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아, 이런 웅장하고 어둡고 빛이 번쩍거리는 공간에 큰소리의 음악이 나오는 곳은 공황장애가 있는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고쳐 먹었다. 이겨낼 수 있으리라.


  나는 그저 평면화 된 그림 전시회는 가 봤어도 초대형 스크린과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함께 울려퍼지는 멀티미디어 전시회는 처음이다.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나는 쉼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두 손바닥을 비벼 따뜻하게 한 후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화려한 무하의 작품 앞에 섰다. 


  압도적 크기의 초대형 스크린에서 나오는 무하의 작품들은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음악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눈을 감았다가 뜨기도 하고 팔과 다리를 움직이기도 했다. 그 주인공들의 자태를 빛내기 위해 꽃송이와 나비들이 주인공들의 온 몸을 휘감기도 했다.  


  불안했던 내 마음은 어느샌가 편안하게 가라앉았고, 나도 모르게 오케스트라 음악의 리듬을 타고 있었다. 몰입되었다고 할까. 그림을 보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무하의 작품을 깊이 이해할수는 없어도 그림에 무지한 나를 압도적 크기의 360도 프로젝션 한가운데 서 있게 한 체코의 국민화가 알폰스 무하에게 지금 나는 뒤늦게 반하고 있다.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살아서 부와 명성을 얻은 체코의 위대한 국민화가 알폰스 무하(1860~1939)

       무하의 스케치와 채색작업을 재현하여 관람객이 그의 작업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꽃송이와 나비같은 자연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게 했고,

                      거대한 캔버스 속에서 살아움직이는 모습은 아주 매혹적이다.

        영국기업 퍼펙타 자전거의 광고 포스터로, 1900년대 초 자전거는 자유의 상징으로 등장했지만, 

                  자전거를 타는 여성은 정숙하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았다고 한다. 

                      무하와 퍼펙타 자전거는 여성의 해방을 암시하는 포스터로, 

                        포스터 뿐 아니라 자전거 역시 모두 완판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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