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i Sep 16. 2023

시골 마을 카페

식물과 빈티지

  우리마을 가까이에 작은 갤러리가 하나 있다. 그 갤러리 앞마당은 아주 넓다. 많은 나무들과 꽃들이 자유롭게 어우러져 있어 저절로 눈길이 갔다. 하루는 식물에게 물을 주고 있는 사람이 있길래 염치불구하고 들어가 인사를 했다. 그분은 갤러리 주인으로 연세가 일흔이 넘은 화가였다. 젊은날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해서 화가가 되었고, 식물을 좋아해서 많은 식물을 가꾸고 있노라고 했다. 주인의 친절함이 나를 갤러리 안으로 들여놓았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가는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나에게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며 자주 놀러오라고 했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마당에 있는 가지각색의 식물들이 나의 혼을 빼앗아 갔다. 처음 보는 식물들이 많았고, 100년 된 나무도 있었다. 오래된 항아리와 옛 어른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을 잘 닦아서 진열해 놓았다. 마당에 놓여진 넓은 돌덩이에 위에 앉았더니 딱 카페의 그림이다. 우리마을은 읍지역에 있어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 있기는 한데 요즘 흔히 말하는 핫한 그런 곳은 없다.


  다방이 아직도 존재하는 동네다. 둥근 쟁반에 찻잔과 보온병을 놓고 보자기에 꼭 싸서 들고 다니는 젊은 여성을 더러 볼 수 있다. 아주 옛날 어린시절에 보던 풍경이다. 요즘 유명인이 운영하는 그런 다방이 아니다. 다방 간판도 옛시절 느낌이 나고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다. 읍내에 서너군데 존재하고 있는데 다 비슷한 모양새다. 나는 그런 풍경들이 좋다. 물론 나는 스벅의 커피맛에 길들여진 사람이다. 그러나 스벅이 존재하지 않은 이 동네에서 5년째 별 문제없이 살고 있다. 문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정신이 없지만 이 세상 어느 한곳에서는 여전히 느리게 천천히 변하는 곳도 있음을 알았다. 언젠가 저 다방에 커피 한잔 하러 가볼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몇달전에 화가는 갤러리 앞마당에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오픈했다. 두 공간으로 분리를 했는데 한 공간은 오래된 물건들로 또 한 공간은 식물들로 꾸며져 있다. 각종 음료와 그리고 빵종류 있다.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소장해 오던 식물들과 옛물건들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 어디서 얼마에 구입했으며 함께 한 세월의 숫자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최근에 구입한 건 별로 없다. 주인의 애정과 손길을 가득 품은 물건들과 식물들이다. 식물과 물건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의미이다.


  나는 요즘 나의 노후를 생각해 본다. 마당을 갖고 싶어 가졌고, 한적한 시골생활을 하고 싶어 그리하였다. 그리고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일들만 하리라 생각했고 어느 정도는 가능해진 시점이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해오던 나만의 역사는 안보인다. 굳이 말하자면 두 아이들을 독립시켜 사회에 발걸음을 하게 한것이라고 말하지만, 어느 부모인들 그 정도는 하지 않는가. 지금부터라도 짧으나마 나만의 역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소중한 물건들을 타인에게 기쁨 가득한 얼굴로 설명하는 저 화가처럼.


제주 칼 마삭

무늬 아이비

50년이 넘은 백화등

인왕산 바위를 모티브로 만든 화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