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대로 홍차를 마셔보았다.
홍차보다 커피를 좋아했던지라 홍차를 잘 몰랐다. 우연히 동생을 따라 홍차 전문점에 들렀는데 홍차의 종류가 너무 많고 찻잔이 너무 예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처음 듣는 홍자의 이름과 아름다운 그릇들, 그리고 생소한 홍차문화에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티팟과 찻잔을 그렇게 가까이 본적은 없었던터라, 손으로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아름다운 자태에 눈으로만 감상하면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우리도 차를 주문해야 하는데 뭘 모르니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그랬더니 차향을 맡아볼 수 있는 샘플용 홍차를 메뉴판과 함께 가지고 온 주인장께서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듣는다고 금방 알아 들을리는 없고, 그 중 눈에 띄는 홍차 '로미오와 줄리엣'을 주문하였다. 차가 준비되는 동안 우리는 살짝 일어나서 이것저것 구경을 했다. 평소 예쁜 그릇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신세계에 온 것 같아 그저 황홀하기만 했다.
드디어 내가 주문한 홍차 '로미오와 줄리엣'이 나왔다. 소중하고 귀하게 내 앞에 놓여진 홍차 '로미오와 줄리엣'. 오랜만에 대접 받는 느낌에 차맛은 뒷전이었다. 조심스레 티팟을 들고 찻잔에 차를 따르니 향이 코끝에 와서 머물렀다. 주인장께서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시길래, 나는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맛이라고 대답했다. 무엇보다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정말 그랬다. 사랑에 빠질것 같은 매혹적인 느낌이지만, 한없이 은은하기도 한 맛에 아무 말없이 차만 홀짝홀짝 마셔댔다. 천천히 아껴가면서.
동생과 나는 서로 눈빛으로 대화를 했다. 이런 차맛과 차향 그리고 찻잔들의 어우러진 오묘한 분위기를 해칠까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옆 테이블 사람들은 '무슨무슨 브랜드 찻잔에 담아주세요' 라고 주문을 하기도 했다. 다음에는 우리도 그래보자고 속삭였다. 그리고 어떤 티팟과 찻잔이 있는지 그리고 홍차의 종류는 어떤것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오늘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마셨지만 다음에는 뭘 마셔봐야 할지 설레임을 가득 안고 찻집을 나왔다.
우리가 마신 홍차 전문점은 부산 해운대에 있는 '카페 마리봉'이었다. 양산에도 '마리봉'이 있다고 하니 시간을 내서 또 가보기로 하고 오늘의 홍차 입문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부산 해운대 '마리봉' 에서 제공된 홍차 세트
부산 해운대 '마리봉' 에서 제공된 홍차 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