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

한걸음 가야 보이는

by 나늬

브런치북 연재, 요가의 다운독 자세, 타이어 공기압 넣기. 올해 직접해보며 새롭게 알게된 것들이다. 경험하지 않았다면, 알 수 있었을까?


박사 과정의 첫 학기를 경험하며 알게 된 것들이 많다. 소소하게는 학교 주차장 위치와 각 주차장의 장단점, 사범대학 건물로 가는 최단경로, 학교 내 편의점과 카페 위치, LMS 이용방법 등이다. 학문적으로는 교수님과 동기들과의 토론을 통해 얻게 된 다양한 깨달음들이 있다. 이런 깨달음의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고, 지금 작성하는 글이 벌써 9화가 되었다.

"꼭 배울 거야! 알고야 말 거야!"라고 다짐하고 시작하지는 않았다. 그냥 16주 차의 수업을 듣게 됨에 따라 알게 되고, 배우게 된 것들이다. 나는 이런 걸 '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미술관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게 미술관에서 작품 관람하기를 즐겨하던 어느 날, 문득 '어린이들과 미술관을 관람해도 재미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머릿속에 무한한 기획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도슨트, 작품과 연계된 워크시트 제작, 작가의 기법을 활용한 미술 활동 등등 생각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 기획들이 머릿속에 가득 쏟아졌다. 이렇게 가끔 재미있을 것 같은 기획이 머릿속에 쏟아질 때 스스로에게 말한다. "일단 해봐. 해봐야 알 수 있지."라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을 했다고 기획이라고 말할 수 없다. 기획이 되려면 일단은 머릿속 밖으로 꺼내 정리해야 한다. 이게 기획서의 초안이다. 때로는 꺼내놓고 보니 내용이 빈약하거나, 현실의 벽에 막힌다. 그럼 미련 없이 포기한다. 그런데 가끔은 술술 풀릴 때도 있다. 그럼 기획안을 작성하는 내내 가슴이 벅차오른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미술관 관람 프로그램 기획이 그중 하나였다. 그리고 운 좋게도 실제로 해볼 수도 있었다.

어린이들과 함께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재미있는 건, 실제로 해보며 배운 것들이다. 작품을 보며 어린이들과 나눈 대화, 작품과 연계된 워크시트에 표현된 어린이의 결과물 등은 다음 교육에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명확히 알려준다. 이건 정말 해봐야지만 알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뜻밖에 알게 된 사실은 사진 속 내 표정이 너무 즐거워 보였다는 것이다.


이 경험은 내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다주는데, 어린이를 위한 교육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에서 직접 어린이를 마주할 수 있고, 소통의 공간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을 전환시켜 주었다. 그렇게 현재 어린이를 위한 전시, 교육, 체험을 기획하는 공간에서 일하게 한 시작점이 되었다. 만약, 내가 그냥 생각만 하고, 실제로 해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생각만으로는 절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어린이 디자인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콘텐츠를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교육 프로세스를 구상하고, 교육 주제를 프로그램으로 구체화하고, 그 교육을 실행하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차곡차곡 나만의 교육콘텐츠를 쌓아가고 있다.

어린이 디자인교육 프로그램의 기록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실행의 경험‘이다.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지 않는다면 그 교육 프로그램에는 어린이가 빠진 것 같다. 어린이의 생각, 반응, 결과를 예상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그냥 나의 예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교육 프로그램에서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행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이런 실행의 경험은 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을 깨닫게 한다. 어린이의 시각에서 생각을 엿볼 수 있고, 질문에 대한 새로운 반응을 만나게 하고, 놀라운 어린이의 결과물을 얻게 한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획하고 실행하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함께한 어린이들의 작품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데, 이 작품 번호가 몇 번까지 쌓이게 될지 모르겠지만, 매순간 최선을 다해 어린이를 만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에는 실패도 포함되어 있다. 예상으로는 될 것 같았지만, 실제로 해보았을 때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과는 실패지만, 그럼에도 반가울 때가 있다. 그 실패가 어떤 지점을 보완해야 할지를 명확히 알려줄 때가 바로 그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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