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꽃을 보면 고흐의 꽃이 아니라 본 꽃을 그렸었다
매거진 공통적용 “기호”의 정의: 기호sign란 자신이 의미를 전달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도구인데, 아이콘, 인덱스, 상징으로 나뉜다. 특별한 설명없이 딱 보면 알수 있는 것이 아이콘 기호인데 나무가 여러개 그려져 있으면 숲이라고 아는 식이다. 주식 사이트의 화살표와 숫자는 인덱스 기호인데 주식상황을 화살표와 숫자만으로도 물리적 연결을 통해 알 수 있다. 상징기호는 약속한 내용을 설명듣고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언어가 대표적인 예다.
자신이 쓰는 말이 판에 박힌듯 반복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물론 모두 깨닫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말과 글로만 말하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끔찍함에 놀란다. 태어날 때 이름표로 받은 이름으로 살고 있는 자신도 새삼 발견한다. 언어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생각하는 것이란 무엇일까 고민하는 때인데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이다.
오래 전 경험한 순간을 계속 반복해서 말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처음인듯 신나게 말하지만 사실 녹음기에 불과하다. 한번만 더 들으면 백번째라고 말해 주기도 하는데 나이와 관계있는 것은 아닌듯 하다. 말을 들은 사람은 기억하지만 말한 사람은 자신의 과거 기억을 쏟아냈을 뿐 누구에게 말했는지 대개 기억하지 못한다. 이쯤 되면 기억을 끄집어 냈을 뿐 생각한 것은 아니지 아닐까 의심이 든다. 여기서 한가지 교훈을 가질 수 있는데, 특정 주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머리 속에 떠 오르는 기억이 있다면 그대로 가져와 말하면 십중팔구는 상대방은 이미 들었던 얘기일 것이라는 것이다. 여행, 음식, 신체 주제로 자신의 과거 경험을 떠 올려보자. 떠 오른 일화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야 한다. 그 순간 바로 녹음기 인간이 되고 만다. 오히려 기억을 말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생각이란 무엇일까? 정의하기 쉽지 않다. 현재 상황을 감각하고 생긴 느낌과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드는 행위 정도이다. 상황과 연결된 기억을 가져오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만약 감각하는 상황과 연결된 기억을 가져오는 것을 생각이라 한다면 로봇의 인공지능을 결코 “이길 수” 없다. 체스와 바둑에서 처럼 가까운 미래 생각 조차 인공지능에게 내어주고 로봇이 생각한 결과를 행동하는 프로그램된 로봇형 인간으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
언어란 의미를 담아 전달하는 도구인 기호의 한 종류이다. 기호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습관처럼 언어를 사용하면 생각이 멈출 수 있다.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생각인지라 얼마나 어려웠으면 생각하기만 해도 초인, 짜라투스트라가 될 수 있다고 니체가 말했겠는가. 대화하는 상황에서 기억이 떠오르지만 녹음기 처럼 말하는 롯봇형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떠 오른 기억에 언어, 기호를 더해 표현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 더해지는 언어, 기호는 대화하는 순간을 설명하고 해석해 주지 않아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아이콘이어야 한다”. 대화가 소통이 되는 순간이다. 대화 중간 동참한 사람도 관심만 있다면 아이콘 만으로도 그 이전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언어, 기호여야 한다. 떠오른 기억을 녹음기로 말하지 못하게 하니 연관되는 기억, 비슷한 사례들을 적당히 합쳐 말하려 한다면 인공지능화된 로봇형 인간이란 고백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상황에 맞고 기억을 성장시킬 수 있는 아이콘 기호, 언어를 만들 수 있어야 생각이다. 아이콘이 장착될 때만이 과거의 여행기억에서 멈추지 않고 미래의 여행으로 이어지고 맛집 음식은 영혼의 요리가 된다. 신체는 단백질로 만든 인공지능 근육 대신 의식하는 근육 두뇌로 장착된다. 비로소 자신의 다리로 설수 있게 된다. 어린 시절, 산을 보고 산을 그렸고 꽃을 보면 꽃을 그렸지 산을 보고 샤갈의 산과 꽃을 보고는 고흐의 꽃을 그리지는 않았었다. 산을 보고 그린 산, 꽃을 보고 그린 꽃이 아이콘 기호다. 표현할 아이콘이 떠오르지 않으면 조용히 입 닫으면 된다. 인공지능 로봇과 승산없는 싸움을 해서는 안된다. 아이콘을 추가하는 것이 가능할 때만 말해야 한다. 인간의 소통이다. 한번 소통하면 사회가 한번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