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VR안경은 벗을 수 없다
VR안경을 쓰고 가상현실을 체험해 본 적이 있는가? 본 사람은 알지만 너무나 진짜같은 별천지 세계가 따로 없다. 뒤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 놀라 돌아보면 쥬라식공원의 티라노사우르스 공룡이 나의 옆을 지나 앞으로 달려간다. 공룡의 숨소리를 들었다 느낄 정도이고 마치 공룡의 냄새가 나는듯 한다. 깜짝 놀란 다음 손을 뻗어 공룡의 피부라도 만져 보고 싶을 정도다.
VR세계 공룡은 사실이다. 실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VR안경을 낀 그 순간 만큼은 명백하게 사실이다. 공룡의 모습은 보이고 나에게 다가와 나를 스쳐 앞으로 가고 있다. 공룡은 숲을 걷는 발자국 소리를 낸다. 보고 느끼는 공룡은 그 순간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공상과학소설에서 공룡을 실감나게 묘사해 마치 공룡이 옆에 있는 것 같았다면 소설 속 공룡은 사실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사실적이지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VR안경 가상세계 속 공룡은 사실적 수준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이다. 만약 VR안경을 벗지 않고 평생 산다면 공룡을 옆에 두고 사는 것과 다름없다.
VR세계 공룡은 하지만 진짜는 아니다. 실제로 일어났지만 진짜는 아니다.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VR안경이라는 도구와 프로그램된 가상현실 그래픽이 만들어낸 현실이기 때문에 가상현실 구현 장비의 스위치를 끄면 공룡은 사라진다. 공룡은 기술과 장비에 의존할 뿐 독립해 존재하지 못하기에 진짜가 아니다.
VR가상현실은 디지털 기술이 만들었다. 디지털이 만든 또 다른 존재가 있는데 바로 암호화폐이다. 그럼 암호화폐는 사실인가? 우리 주위에 암호화폐, 예를 들면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가? 아마 거의 없을듯 하다. 암호화폐 관련 사건사고 뉴스를 들은 적은 있지만 암호화폐를 실제로 현금처럼 사용한 사람을 만나 얘기를 직접 들은 경우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인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 갈린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실이 아니고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사실이기도 하다. 사실이 아닌 사람은, 전문가가 화폐라고 하니 믿을 뿐 피부에 와 닿을 아무런 감각이 없다면 실제로 일어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완벽한 지식 까지는 아니지만 작동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화폐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고 느낄 수 있다. 주식처럼 구입해서 자신의 전자지갑 속에 암호화폐 일정 금액이 담겨 있으니 사실인 것이다. 아직 구입할 수 있는 물건과 서비스만 없을 뿐 언젠가는 생기겠지 하는 믿음을 가진다.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 암호화폐는 진짜인가? 앞의 VR가상현실 속 공룡 처럼 정의해 보면, 기술과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하여 존재할 때 “진짜이다”라고 했었다. 이렇게 보면 암호화폐는 컴퓨터를 끄면 사라지는 돈이기 때문에 진짜가 아닌 것이 된다. 그래서 암호화폐를 가상화폐라고 부른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VR안경을 평생 끼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가상현실 공룡은 계속 가짜라고 해야할까. 즉, 디지털 기술과 장비가 만들어낸 VR안경을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씌우고는 평생 전기 스위치를 내리지 않는다면 암호화폐는 진짜가 아니라고 하기 힘들어 진다. 공룡과 함께 살기 위해 평생 VR안경을 쓰고 살 사람은 없겠지만 돈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돈이 생기고 화폐로 이용할 수 있다면 평생 VR안경을 사람들은 벗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현실 세계에서 그 안경을 평생 벗을 수 없다.
디지털 시대 이 세상 그 누구도 암호화폐 VR안경을 평생 벗을 수 없다. 그 누구도 디지털 전기 스위치를 내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화폐 원, 미국 달러, 유럽 유로, 중국 위안화 돈도 사실 이와 다르지 않다. 돈 맛을 보는 순간 평생 벗어날 수 없는 돈 보여주는 VR안경을 끼고 사는 것이다. 스위치는 오직 그 때만이 내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