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는 지동설을 몰랐다는데

그럼 우리는 아는가?

by 강하단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가? 의심의 여지없는 사실이다. 그럼 다시 묻는다.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를 본 적이 있는가? 우리 대부분은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 멀리 나가 지구를 본 적은 없으니 지구가 태양주위를 돌고 있는지 목격한 적은 없다. 그럼 어떻게 지구가 태양 주위를 회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가?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와 같은 과학자 덕분에 알고 있다. 이 말은 직접 관찰해 아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의 지식으로 배웠다는 것이다. 질문을 이어간다. 지식으로 배워서 알고 있다면 그 지식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다고 확신했는가?


드라마 셜록 홈즈를 보면 자신의 사무실 방으로 들어온 처음 보는 사람이 어떤 고장 출신이며 어떤 길을 어떤 마차로 왔고 어떤 사건을 의뢰하러 왔는지 술술 얘기한다. 그런데 한 에피소드에서 홈즈는 자신은 지구가 태양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런 것도 모르냐고 비웃지만 그런 비웃음에 홈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이 왜 그걸 꼭 알아야 하냐고 되 묻는다. 자신의 사무실을 방문한 사람의 모습, 옷과 신발에 묻은 흙, 자세를 보고 사는 곳, 직업, 여행길, 의뢰 사건을 알아 맞췄으니 홈즈는 관찰을 통해 알아낸 것이다. 그런데 홈즈같은 사람이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같은 과학자를 배우지 않았을리 없으니 그는 자신이 직접 관찰하지 않은 지동설을 모른다고 말한 것 뿐이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어요. 하지만 수많은 과학 지식을 어떻게 모두 직접 관찰하고 증명할 수 있겠어요. 과학자들의 노력과 그들의 위대한 지식 덕분에 지금의 문명사회가 가능한게 아니겠어요?”


이런 질문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과학 사실을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를 배워 지동설을 안다고 해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것을 아는 것이 꼭 필요한가 라는 질문이다. 홈즈의 요지가 바로 거기에 있다. 몰라야 한다, 몰라도 된다 가 아니라 직접 관찰해 자신이 이해한 지식이 아닌데 왜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심인 것이다. 지식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지식에 대한 맹목적 믿음에 대한 의심을 홈즈는 한 것이다.


홈즈가 의심하는 것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식이 아니라 그 지식을 왜 확고하게 믿어야 하는 사실이다. 지동설을 몰랐다고 한 홈즈에게 그럼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냐고 묻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질문이다. 홈즈가 언제 천동설을 주장했는가. 그는 세상의 수많은 지식을 믿는 것에 대한 의심을 했을 뿐이다.


지동설을 이어 다른 질문을 하나 해 보자.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 빛의 입자설, 파동설은 학창시절 역시 배운 지식이다. 그리고 빛의 특정 현상을 관찰하면 입자로 해석될 수 있고 다른 현상에 대해서는 입자보다는 파동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배워서 알고 있다. 그런데 빛에 대해서는 지동설과는 다른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다. 직접 볼 수 없는 지구와는 달리 빛은 일상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에 관심만 있다면 직접 관찰해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증명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다시 홈즈를 소환해서 물어보자. “홈즈씨, 빛의 파동설과 입자설을 알고 계신가요?” 홈즈는 대답한다. “네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다시 묻는다. “그럼 빛은 파동일까요? 입자일까요?” 홈즈는 다시 시큰둥해 지면서 말했다. “아니 도대체 내가 빛이 파동인지 입자인지 왜 알아야 하나요?” 그러면서 홈즈는 한마디 덧붙였다. “빛을 관찰하는 방법이라면 지금 당장 100가지 이상을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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