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것’ 차이, 과학과 철학으로 설명하다

존재의 본질과 관계

by 강하단

사물을 정의하다: 일회용 플라스틱도, 모닝커피도 물질이다. 음식도 물질이고, 사람의 몸도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미세 플라스틱의 크기는 거의 나노입자여서 이제 사람의 세포도 파고 들어가 독성을 띨 수 있다. 앞으로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오리무중이지만 건강에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다. 모닝커피 한 잔 마셔야 잠에서 비로소 깨어난다. 음식을 먹어야 살 수 있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물질은 해롭기도 하지만 도움을 주기도 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근간이 되기도 한다. 독특한 물질도 있다. 반갑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행복해지고 원수를 만나면 불행해지면서 화도 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결과만 보자니 사람과의 만남도 플라스틱, 모닝커피, 음식과 같은 물질과 다름없다. 그런데 플라스틱, 모닝커피, 음식과 만남이 어떤 측면에서는 유사해도 구별해서 나누어 사용할 개념과 언어가 필요하다. 그래서 만남이 만드는 물질, 즉, 사람의 일을 사물이라고 정했다. 사물은 자연의 물질과 사람의 일을 합친 단어이다. 격물치지를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것’을 정의하다: 모든 사물은 내가 있어 존재한다. 내가 없으면 아무리 독성이 강한 물질이 있어도 해로울 일도 없다. 또 미세플라스틱 독성을 아무리 경고해도 눈 하나 꿈쩍않는 사람도 많다. 미세플라스틱은 여전히 물질이지만 그런 사람에게는 사물의 수준은 아니다. 내가 없어도 여전히 그곳에 있는 물질을 사물과 분리해서 다룰 필요가 생겼다. 만남에 대해서도 유사하다. 내가 없으면 만날 일 없어 원수도 없고 보고 싶은 친구도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을 닫고 타인을 대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렇듯 사람과는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물질과 발생하는 사람의 일을 ‘것’이라 한다. 이것, 저것, 그것, 즉, 나와는 분리된 대상이다. 분리된 대상은 나와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내가 마음을 이것, 저것, 그것에 두는 순간 ‘것’은 나와 관계가 이루어져 순식간에 사물이 된다. 미세플라스틱에 신경이 쓰이면 단순 물질이 아니라 일이 되니 사물이다. 하지만 마음을 두지 않으면 ‘것’으로 남는다. 나와는 무관한 그냥 ‘것’이다. 내가 한번 가보지 않아 어떻게 생겼는지도 어떤 모습인지도 모르는 브라질 아마존의 물은 나에게 그냥 ‘그것’이다. 아마존 어딘가에 분명 진짜로 존재하지만 그냥 ‘것’에 머문다. 사물은 아니다.


하지만 브라질 아마존 강물과 비슷한 상황인데도 이상하게 사물이 되는 예도 있다.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경우를 들어보자. 텔레비전에서 브라질 아마존 강물을 보았을 때와는 달리 뉴스를 통해 전해 들은 푸틴의 침략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어린이 소식은 좀처럼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안타까워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독재자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누군가에게는 어느새 사물이 되어있다. 자신과는 무관하게 어딘가 존재하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강력한 영향력으로 마음 속으로 침투해 들어와서는 감각하게 만드는 물질이 된다. 앞의 정의에 의하면 분명히 사물이다.


‘것’이 순간으로 되면 과학, 순간을 사물로 바꾸는 철학: 사물은 감각에 느낌을 주고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이 가진 특출한 능력이다. 이성으로 이를 판단하고 의미를 주어 정리한다. 물론 한 사람이 미칠 수 있는 사물의 영역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기에 이성이란 눈을 돌려 세계 속 한계를 극복하려 한다. 머무는 세계의 존재 중 사물로 만들지 못한 대상은 ‘것’으로라도 이해하려 한다. 이성은 그래서 대단하다. ‘것’을 나름 정해두니 이것, 저것, 그것이 무수한 조합의 순간을 만든다. 조합은 관계를 이룬다. 관계의 영역은 과학이 담당해 법칙을 만든다. 일어나는 순간들은 나름의 법칙을 갖는다. 사과는 나무에서 떨어지고 미세먼지가 땅에서 하늘로 날아오른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순간 중 하나다. 그런데 다른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만약 달이 지구와 가까워지면 사과는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하늘로 날아갈 것이다. 순간의 법칙은 말 그대로 오직 그 순간에만 존재한다. ‘것’이 상황을 만나 특정 법칙에 따라 순간을 만든다. 순간은 다시 사람을 만나, 좀 더 구체적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만나 사물이 된다. 사물은 사람과 물질의 본질적 특성이기에 철학이 담당한다. ‘것’의 순간을 만난 사람은 마음을 내어 기어코 물질로 변화시키고 사물이란 생각을 만든다. 생각은 다시 이성으로 이어진다. 사물-것-순간, 생각-이성-법칙의 3각형 순환이 반복된다. 3각형 순환이 반복되면 원이 된다.


“사물-것-순간, 생각-이성-법의 순환 원에서 처음과 끝은 없다. 그저 물고 물리며 연계될 뿐이다.” 원 속에는 사실 과학과 철학을 구분해 내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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