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든 학자 혁명가
개인이나 집단이 생각하는 특성과 방식을 이데올로기라고 정의한다. 확고한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은 여러 상황과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빠르고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이데올로기의 핵심적인 단어를 잘 정리하고는 합리적으로 해석해 낼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을 비판, 심지어 비난하는데도 능숙하다. 그런데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중무장한 사람의 특징이 있는데 말하는 것과 실제 삶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이다. 여기 평생 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하게 산 철학자가 있으니 공자이다.
하나의 이데올로기만 가진 사람의 반대편에는 이데올로기 없이 사는 사람도 있지만 세상 가능한 이데올로기를 모두 가진 사람도 있다. 모든 이데올리기가 몸에 배인 사람은 마치 아무런 사상이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이런 사람의 특징이 또 있는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다르고 어찌 보면 맥락없는 해법을 제시하기 때문에 하나의 사상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그래서 종종 중심이 흔들리는 사상가로 오해받기도 하고 철학 없는 사람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논어를 읽으면 그 어떤 철학사상, 이데올로기도 발견할 수 없다. 온통 삶 속 예들로 가득차 있다. 변화무쌍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공자는 설명하면서 추천할 뿐이다.
시대와 살았던 지역이 너무나 다른 한 사람이 공자와 많이 닮았는데, 그는 망치를 든 철학자로 알려진 니체다. 생각에 영향을 주어 사고를 편협되게 할 수 있는 어떤 사상도 거부하면서 심지어 사상 자체를 깨 버리고 싶어했다. 그의 짜라투스트라, 즉, 초인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모든 사람은 당연히 생각하지만 니체는 특정 사상과 이데올로기의 테두리로 국한되어 생각하는 생각은 생각이 아니라고 믿었다. 생각하려면 사상과 이데올로기에 제약을 받지 않아야 하니,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오직 그 시간 그 사건에만 집중해야 비로소 생각을 할 수 있다. 생각하면 그것이 초인이라고 했다. 니체가 공자를 언급한 적은 없지만 논어 속 공자와 정말 많이 닮아 있다. 니체와 공자 모두 상징적 언어, 개념, 사상으로 진리를 향해 가기 보다는 일상 속 실천적 행동을 설명하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공자를 싫어하면서 비판한 철학자도 있는데 진보 석학인 노암 촘스키와도 논쟁을 벌였고 2012년-2014년 한국을 나름 뜨겁게 달궜던 합리론 분석철학자인 슬라예보 지젝이다. 그는 국내에 열린 한 강연에서 공자를 멍청이의 원흉이라고까지 강하게 쏘아 부쳤다. “부모는 부모 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 다워야 하고…, 하인은 하인 다워야 한다”는 공자의 말이 지젝을 자극했나보다. 지젝의 사상이라고는 그의 몇몇 책 독서에 기반하니 깊은 이해가 부족하지만 나름 해석을 해 보면, 지젝은 특정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가져온 공자의 예를 공자의 사상으로 오해한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이데올로기를 철저하게 믿는 사상가인 지젝이니 이해가 된다. 비록 사람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공자가 가져온 하나의 “예” 일 뿐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믿고 깊이 사유한 이데올로기와 사상의 합리적 근거와 배치될 때는 화 낼 수 있다. 이 일화를 통해 한가지 확실해 진 것이 있는데, 지젝은 지키려는 사상이 강한 반면 공자는 기존 사상을 깨려 했다는 점이다. 지젝의 이론이, 사상을 경험에 근거하여 설명해 내지 못한다고 말한 노암 촘스키의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공자는 말이 없다. 니체도 공자를 변호할 수 없다. 다만 유령같이 떠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홀려대는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 탈을 쓴 현시대 광적 믿음을 깨버릴 용기와 지혜를 가진 공자와 니체의 제자를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