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한 '무지'는 "무식"이 아니다

정형화된 지식 창고는 무식에 가깝다

by 강하단

"무지"의 묘한 매력


무지는 지식이 없다는 뜻이다. 무지는 대개 피해야 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지식이 없으면 배워서 채워 넣으려 한다. 하지만 무지에는 다른 성격 하나가 있다. 지식을 거부하는 무지도 있다. 다른 이의 지식을 배워서 자신에게 없는 지식을 가져오는 행위를 거부하는 것이다. 지식은 좋은 것일텐데 왜 그 좋은 지식을 거부하는 것일까? 그런데 나름 이유가 있다.


모든 지식을 스스로 자신의 내부에서 형성하면 좋겠지만 어렵고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남들이 형성해 만든 외부의 지식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무조건 가져오면 배탈이 날 수 있다. 소화력이 대단해서 어떤 지식이라도 가져오면 어떻게든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는 능력을 가진 자는 상관없겠지만 지식 소화력이 부족한 사람은 함부로 막 배우면 탈이 난다.


그러기에 남들이 만든 지식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지식으로 소화불량 상태가 되어 탈이 나는 것 보다는 지식을 거부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해당 지식이 없으니 “무지”인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이 경우에 우리는 ‘무식’이라고 하지 않고 다만 ‘무지’하다고 할 뿐이다. 지식을 판단해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지일뿐 대개 무식하지는 않다.


이것 저것 모든 지식을 막무가내로 막 먹어 치우는 사람도 있다. 엄청난 지식 소화력을 자랑한다. 지식 가득한 사람이다. 이런 종류의 사람은 무지 상태를 견디지 못해 누가 어떻게 만든 지식이라도 소화제를 먹어서라도 기어코 자기의 지식으로 만든다. 외부에서 만들어진 지식이 정형화되고 포맷을 가지고 있으면 선호한다. 그러니 지식의 표준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지식의 창고에 들어가 보면 왜 이런 지식을 이렇게 까지 모으나 싶다. 맥락도 없고 지식이 지혜로 이어지지 못해 말과 행동이 다르다. 도덕에 대한 기준도 불분명한게 보통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럴듯한 논리적 답을 내 놓기는 하지만 여러 상황들이 이어지다 보면 그 때 마다 다른 맥락을 가지든지 항상 동일한 표준화 정답을 내놓는 획일성 경향이 강하다. 엄청난 지식을 뽐내지만 지식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무지는 용케 피했지만 무식을 드러낸 자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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