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쓰는’ 지식인의 죽음

전문가의 명성과 지식인의 명예

by 강하단

개인화, 글로벌, 민영화 현상은 액체근대라 불리는 현대사회의 대표적 모습이다. 자유를 쟁취한 개인이 글로벌 세계화와 민영화로 이어졌지만 결국 개인만 남고 아이러니 하게도 자유는 사라졌다. 이 또한 현대사회 특징이다. 자유를 다시 빼앗긴 개인은 파편이 되는 대신 전문가란 직함을 얻었다. 전문가로서의 개인은 자유라 믿고 싶은 직위와 돈을 얻었지만 지식인이 될 수 있는 명예는 잃게 되었다.


풍요와 가치 부재 이데올로기 시대 개인은 소비로 정체성을 표현한다. 소비문화는 기업을 배경으로 할 수밖에 없다. 액체근체 속 개인의 소비는 거대한 기업을 탄생시키고 기업은 국제화, 글로벌을 지향한다. 국가에게 보호받는 기업은 더 이상 글로벌 시대에서 생존하기 힘들다. 거대 기업은 국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오히려 국가를 압박한다. 국경없는 거대기업은 국가 공공사업을 민영화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수순을 밟는다. 몸집이 엄청나게 불어난 기업은 경쟁에서 승리하고 경쟁력 유지를 위해 전문가가 필요하다. 전문가는 소속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안정된 신분과 높은 임금을 보장 받는다. 국가도 예외가 아니어서 기업조직 같은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며 운영하는 조직을 위해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 정부 전문가도 연구비와 위원회 자격을 통해 보상과 지위를 보장받는다.


전문가는 기업과 정부가 제공하는 안정된 신분과 높은 보상을 받는 대신 조직을 위해 계약된 일을 수행할 의무를 짊어져야 한다. 전문가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한가지 석연치않은 부분이 있다. 전문가가 과연 지식인 역할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지식인은 사회현상과 문제에 대해 나름 해석하고 자유롭게 비판하고 의견을 내야 하기에 기업과 정부의 이익을 위해 임무를 다해야 하는 전문가는 아무래도 자유롭지 못하다. 특정 사안에 대해 자유로운 비판을 하는듯 보이는 전문가도 객관적인 논리를 통해 결국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조직의 작동을 위해 전문가가 일하기 시작하면서 근대사회 현대의 어느 시점 지식인 존재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급하다고 해서 지식인을 조직 전문가로 대체할 수는 없는데 이는 명성으로 명예를 매꿀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우리는 ‘일 쓰는 지식인’의 죽음을 인정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지식인의 재탄생을 그나마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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