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가장 푸르던 (16.5) - 에세이
이곳 칭하이성을 차 없이 여행하기란 불가능하다. 성 전체의 면적으로 72만 제곱킬로미터를 자랑하는 이곳. 성도인 시닝 시의 면적만 7천 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한반도의 면적은 22만, 서울시의 면적은 600제곱키로미터이다.)
이곳의 풍경과 명승고적을 보기 위해서는 한번 이동할 때 거의 3,400 km를 이동해야 한다. 여름이라 해가 길기도 했고, 북경 표준시를 따랐기에 9시가 다 되어도 바깥에 해가 쨍쨍했지만, 이동 거리가 워낙에 길어 하루에 많아야 3개 정도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사실상 이동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2박 3일의 시간. 많이 지루하면 어떡하지, 하며 걱정했던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차 밖으로는 매 순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졌고, 우리는 심심함을 느낄 틈새도 없이 매 순간 탄성을 내지르느라 바빴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그 초원 너머로 더 끝없이 펼쳐진 새파란 청해호. (청해호의 면적은 4천 제곱킬로미터이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풍경 속에서 호수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싶어 고개를 돌아보아도 역시나 끝없이 이어진 모습을 자랑하는 그 풍경에 경외를 느꼈다.
회족, 몽골족, 장족 세 소수민족이 함께 살고 있는 이곳 칭하이성. 세 민족 각각의, 혹은 어우러진 민속적 풍경이 창밖으로 펼쳐지곤 했다.
이슬람 사원이 보이다가도 조금 더 나아가면 몽골 민족의 소원이 깃든 탑 ‘어워’가 보였다.
잠깐 졸다 깨어나 보니 라마 불교 사원이 보였고, 그 너머 저 먼 곳에서는 게르 몇 채가 보였다.
이 다채로운 풍경에 놀라기도 잠시, 창 밖으로 양 떼가 지나가기 시작했다. 양들이 무리 지어 꽤 길게 이동하기 때문에 서행으로 운전해야 한다. 엄마 양 아빠 양 새끼 양 무리 지어 귀엽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반대쪽에서는 염소 떼가 무리 지어 가고 있다.
그래도 염소와 양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 이기라도 하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물인 야크 무리가 지나갈 때는 정말 깜짝 놀랐었다.
“저건 뭐지… 흑소인가…? 여기 소들은 우리나라 소들과 달리 털이 덥수룩하네”
“요건 야크란다.”
이후 기념품으로 야크 인형을 사가는 내 동생에게 싀푸(师傅 한국어 독음은 사부. 삼촌보다는 조금 더 격식을 갖추어 친근한 남자 어른을 부를 때 씨는 말이다)는
“그래. 한국에는 야크가 없으니 이 인형을 들고 가 부모님께 이것이 야크입니다, 하고 말씀드리렴.”
하셨다. 평생 볼 기이할 동물들을 다 보았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땐 몰랐다.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더 놀랄 일이 남아있었다는 것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