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꼬 발랄한 아기고양이 흑미와 얌전한 삐돌이 온이
더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도 어느새 이틀이 지나있다.
오사카에서 여행객으로 있던 시간들이 마치 꿈과 같다는 느낌과 함께 돌아온 일상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여행이 정말 오랜만이었기에 나에게도 그런 여행객으로서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 현실감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를 위해서라도 일상을 떠나 힐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는 여행이었다.)
여행 끝무렵 밥도 남기고 울기도 했다는 아기고양이 흑미는 다시 식욕이 돌아온 듯했다. 닥치는 대로 먹고 닥치는 대로 뛰어다닌다. 여행을 가기 전에는 그야말로 아기고양이로서 자는 시간도 많았는데 생후 4개월째를 맞이하고 있는 흑미는 중2병이 걸린 아이처럼? 닥치는 대로 뛰어다니고 뛰어오르고 막을 길이 없다.
그런 흑미의 방정을 이제는 포기한 듯 쳐다보는 온이는 좀 더 소리를 낼 줄 알게 되었다. 전에는 밥을 달라고 할 때만 내었던 소리를 이제는 시시때때로 낸다. 정확하게 나를 보면서 소리를 내는 온이는 그야말로 흑미의 행동을 나에게 일러 받치는 것 같은 모습이다.
"엄마, 흑미가 또 괴롭혀요!"
"엄마, 흑미가 또 내 밥 빼앗아 먹었어요!"
이제는 흑미 몰래 주는 간식에도 익숙해졌는지 조용히 다가와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살짝 온이의 그릇을 꺼내 간식을 짜주곤 한다.
아직 날렵한 얼굴을 하고 있는 흑미에 비해 동글동글한 얼굴을 가진 온이는 그야말로 손도 발도 엉덩이도 동글동글 귀엽다. 사실 모든 고양이들이 이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지만, 고양이의 얼굴은 정말 다양하다. 고양이 입문을 해 보면 세상에는 다양한 고양이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성격이 다양하다는 것도...
고양이들은 내가 없으면 그리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 내가 있을 때 주로 말썽을 부리는데 아마도 내 시야를 자신으로 채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사랑받고 싶다. 놀아줘라. 나를 만져라. 라면서 갈구하는 눈빛을 보낸다. 표현이 많은 아기고양이 흑미도 그렇지만, 얌전한 온이조 차도 혼자만의 시간도 챙기지만 주로 내 옆에 와있다.
집에서 일을 할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밥을 먹을 때 흑미는 내가 무엇을 먹는지 많은 관심을 가지며 냄새를 맡는다. 음식을 차릴 때에도 싱크대 위로 올라온다. 온이와는 전혀 다른 흑미의 발달과 행동을 보면 이따금 아이마다 교육방법이 달랐듯이 고양이도 저마다의 키우는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대입을 해보게 된다.
생각해 보면 많은 육아 전문가가 있지만 그들의 말들은 모든 아이가 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제하에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도 다 저마다 다르다. 그렇기에 사람을 만났을 때 진부하다거나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리 옳은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잠깐의 만남으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맞출 수 있다거나 하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실례되는 것이고, 오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은 우리 온이나 흑미에게도 각각의 다른 사랑과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얌전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하고 나의 손길도 필요한 온이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에 예뻐하지 말 것이나, 만져달라고 다가올 때는 성실하게 만져준다거나 해야 할 것이고, 언제나 늘늘 나만 쫓아다니는 흑미에게는 조금은 떼어놓고 흥분을 가라앉히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되려 나만의 시간을 스스로 확보해야 내가 흑미의 행동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에 있어서도 이런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사람에 의한 상처가 유독 깊이 페이는 경우가 있어서 스스로가 멘털이 약해져 있을 때에는 집에 틀어박혀 나가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오기가 힘들어진다는 것 또한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에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을까.. 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확보가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몸이 원하는 대로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원하지 않는데 행동할 수도 없다. 마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이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다른 이들을 나도 모르게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사이에서 자신만의 심지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때때로 고양이들에게서 나만의 심지를 채우는 일련의 기초적인 지식을 배우기도 한다.
세상은 그리 심각하지 않아.
조금은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편하게 누워봐.
그렇게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다 보면 먹을 것이 있고, 입을 것이 있는 것에 감사하게 돼.
잘 먹을 필요도, 잘 입을 필요도 없어.
네가 맛있게 먹었다면 그것이 저렴한 것이어도 좋고,
네 모습이 편하고 마음에 들다면 그것도 좋지.
세상이 말하는 유행이나 비싼 옷, 그런 것들은 너를 채우는데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야.
아침 일찍 코끝으로 뭔가 구린 냄새가 지나갔다.
부스스 눈을 뜨고 옆을 보니 어느새 다가와 잠을 자려하는 흑미가 눈에 보였다.
근데.. 무슨 냄새지...?
알고 보니 흑미가 변을 보고 왔는지 방귀를 뀌었는지.. 엉덩이에 똥냄새를 달고 왔다. 그럼에도 너무나 당당한 하게 "어쩌라고??" 하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래. 똥은 누구나 싸는 거지.
내가 어떤 사람이든, 다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살아있는 생물체인 이상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니 내가 스스로 멋져 보이지 않을 때에도 이렇게 생각해야겠다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