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에게서 배우는 인생의 행복

작은 것에 만족하는 고양이들에게서 행복을 배웁니다.

꽤 오래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꽤 많이 남아있는 이 시점에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삶은 '행복 찾기'의 여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을 찾기 위해 공부도 해보고, 친구를 만들어 보고, 돈도 벌고, 돈도 쓰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 나 또한 행복을 찾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 보고 누군가를 도와주기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지금껏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겠지.


그런데 이 행복 찾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어서, 행복을 위해 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불행해지거나 너무 힘에 겨워서 고달프게 생각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들을 쌓고 쌓다가 4년 전 이맘때쯤 작은 기쁨으로 인행 행복의 열쇠를 얻게 되었다.


3_f65Ud018svc1alb1se04boxu_g8lu5v.jpg


작디작은 나의 첫 고양이 온이.. 동글동글한 얼굴에 접힌 귀, 초롱초롱한 눈.. 작은 똥꼬까지 너무나 귀여운 우리 고양이 온이는 많은 것을 가르쳐 줬다. 이 아이는 신기하게도 나의 손가락의 움직임하나에도 크게 반응하였고, 쓰레기 통에 들어가려다 못 들어간 휴지를 가지고도 즐겁게 축구를 하며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나의 하루의 일부분에 반응해 주며 기쁨을 주었다.


일을 하다가도 이 아이를 보고 싶어서 집에 잠깐 들르기도 했고, 온이의 잠투정을 보기 위해 한 밤중에도 눈을 떴다.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주었고,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온이의 몸집을 보며 나로 인해 이 아이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했던 것 같다. 이 아이가 아프면 나도, 우리 딸도 함께 아파했고, 딸과의 메말라있던 대화에 온이가 끼어들면서 화제가 다양해졌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매우 짧고 즐거웠고, 시간이 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SNS에 온이를 올릴 때면 댓글에 올라오는 "나만 없어.. 고양이.."라는 말이 왜 그리 뿌듯하고 자랑스러운지..


행복이란 그런 것 같다.

돈을 많이 벌어서 예쁜 목걸이를 목에 걸거나, 남들보다 뭔가 잘하는 것을 찾아 기뻐하거나, 복권에 당첨되거나, 해외여행을 가는 그런 것도 당연히 행복하지만 일시적이라서 때때로 외롭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면서 이 아이의 작은 움직임에 울고 웃으며 그것을 또 딸아이와 공유하는 것. 그래서 입가에 미소를 띠는 것,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20230814_170423.jpg


아침에 일어나면 온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제 일어나서 나에게 밥을 줘야 하지 않겠어?'라는 눈빛이다.

요즘은 흑미가 오고 나서 "냐~옹"하고 귀여운 소리도 내준다. 꼭 "밥 달라 옹~"하는 것 같다. 내가 밥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두 고양이가 다리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왜 이제 왔냐~ 보고 싶었다~"라고 하는 듯하다.


함께 집에 있는 날이면 여기저기 자신들만의 자리를 찾고는 낮잠을 자곤 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을 바라보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하는 내가 있다. 그것이 행복이 아니고 뭘까.


생각해 보라. 열심히 일을 하다가 옆을 봤을 때 고양이의 이런 모습을 본다.


20230814_195031.jpg


카메라를 들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이 모습.

앙 다문 입과 공손한 솜방망이...

내가 이 녀석의 이런 모습을 보려고 열심히 일하고 또 열심히 일하지..


꽤나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은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니라고 다시 한번 실감한다.

이렇게 눈을 감은 고양이를 보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휴일에는 낮잠도 살짝 청하며 밀린 책을 읽을 수 있는 것. 그리고 두 고양이들의 다툼을 말릴 수 있는 것. 그게 행복이지..


20230814_200948.jpg


아는 지인 중에 새로이 연애를 하는 사람이 생겼다.

이전에 유부남을 만났었고, 그에게 버림을 받은 후 혼자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녀는 꽤나 성실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부턴가 골프를 하겠다고 바람이 들었다. 그녀는 혼자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데 (각기 아빠가 다르다. 그야말로 파란만장.. ) 이번에는 골프에서 만난 그래도 독신 남성과 연애를 하고 있는 중이란다. 아직 어린아이의 엄마이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상황도 아니기에 이제는 정신 차리고 성실하게 살아가리라 생각했던 내 예상을 빗나갔기 때문일까. 나는 그녀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도 나름 자신의 "행복 찾기"를 하는 중이리라는 생각에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죽하면 그 어린아이와 함께 그를 만날까.


아침드라마보다도 드라마틱한 인생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그런 것이 행복인가. 그녀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남자와는 결국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게 될까. 그리고 서로 신뢰하면서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날이 오게 될까. 아빠가 다른 두 아이와 함께..?


남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해줄 정도로 나는 여유가 있지는 않지만 시샘인 건지 관심인 건지 이러한 감정이 그리 달갑지 않다.



20230814_201109.jpg


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우리 집 둘째 고양이, 셋째 아이인 흑미는 온이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이다.

장난감으로 놀아줘도 얼굴만 까딱까딱하는 온이와 비교하면 흑미는 온이의 300% 이상은 움직이고 활발한데, 온이가 가지고 놀지 않았거나, 혹은 아주 얌전하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흑미에 의해 망가지거나 새로운 놀이를 하는 장난감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흑미를 위한 장난감은 아직 없다. 전부 온이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그렇다고 흑미가 화를 내는 것 같지는 않다. 온이의 냄새가 가득 묻어있는 장난감과 숨숨집이라고 하더라도 거리낌 없이 가지고 논다.


우리 집에 있는 것들로 만족하고, 그것들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욱 즐겁게 놀까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보여주는 우리 흑미와,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흑미가 자신의 장난감을 활용하여 노는 것을 보는 것을 즐기는 온이를 보며 사람마다 다른 행복의 스타일이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위에 언급한 그녀는 그런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한 거겠지. 나랑은 다른 행복에 내가 화를 내거나 짜증 내할 이유는 없다. 그저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것일 뿐. 나는 나의 행복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20230815_062055.jpg


나만의 행복,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 포인트를 찾아 내가 행복하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복과 나의 행복은 같지 않다는 것을 하나 더 배우게 된다.

고마운 고양이들에게 오늘도 하나 배워간다.

keyword
이전 09화질투하는 고양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