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고양이들

엄마의 부재로 외로워 했던 고양이들의 엄마 이야기

아이들을 두고 가야하는 나의 발은 첫날부터 매우 무겁고 걱정이 앞섰다. 아직 자율급식을 하지 않는 아이들이기에 근처사는 친구에게 아침과 저녁 밥, 그리고 화장실 청소를 부탁했다.

온이의 경우는 한꺼번에 밥을 먹어버리는 습관이 있기도 했고, 흑미의 경우는 온이의 밥마저 먹어버리는 대식가이기 때문에 자율급식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친구에게 불편한 부탁을 해야했다. 하지만 흔쾌히 들어주어 너무나 감사했다.



그 덕에 딸아이와 함께 오후에 출발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약 3년만에 다시 찾은 일본이었고, 평소 여행을 못했던 우리들이었기에 출국장에서부터 마음이 들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벌써부터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아이들의 털의 느낌과 냄새, 쪼물딱거리는 발가락들... 그리고 지긋이 보는 눈빛들.. 함께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마치 휴대폰을 잊어버려 불안한 그런 비슷한 마음으로 비행기를 탔다.

그러면서도 여행을 잘 즐겼으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흑미와 온이의 엄마임은 잊지 않았다.


아이들을 맡아준 친구는 두명으로 아이들의 아침과 저녁을 챙겨주었고, 환기를 시켜주었으며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놀아줬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들이 밥을 먹는 사진을 보내왔다. 이틀째까지는 그럭저럭 잘 놀고 잘 먹었다는 말과 함께..

아이들이 잘 지내주어 나 역시 여행을 즐길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잘 지내고 있다고 하니 섭섭했다. 아이들의 눈에서 조금의 불안이라도 느끼길 바랐던 걸까... 내가 아이들을 생각하는 만큼 아이들은 나를 그리워 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히려 내가 불안해 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게는 고양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 함께간 고등학생 딸이 있기에 이 아이와의 오랫만의 여행을 통해 좀더 돈독해 지고 싶었다.

참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쉽지 않다.

맛있는 음식들이 잔뜩인 오사카의 가게들 속에서 내가 좋아할 만한 가게를 미리 찾아 준 우리 딸이 사랑스러웠다. 물론 본인도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나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일정에 넣어준 것이다. 너무나 귀엽게도 핸드메이드같은 입간판이 눈에 띈다.

아기자기한 가게들 속 어느 건물 2층에 고양이잡화점이 들어서 있었다. 이 곳에서 나는 우리아이들처럼 생긴 아이를 찾을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다양한 스티커와 수첩, 클립, 책갈피, 뱃지가 눈에 띄었다.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바구니에 넣다보니 어느새 가득 채워진 장바구니는 선물을 받은 친구들의 미소를 상상하게 한다.

그려진 고양이들마다 표정과 행동이 너무도 귀여워서 선택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지만 너무 행복했다. 역시 나는 고양이 파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 우리 아이들은 뭐 하고 있을까.. 밥은 잘 먹고 있나..

호텔과 편의점에 와이파이가 연결되어있기에 따로 와이파이 도시락을 구매하지 못한 탓에 상가속이나 그 외 다른 곳에서는 친구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에 매달려 계속 연락을 하기에는 여행하는 나나 한국에서 일하면서 우리집까지 와주는 친구한테나 그리 좋은 일은 아니기에 참는것이 당연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하늘이 청명하고 구름도 아름다운 그런 멋진 풍경을 보며 일본여행을 즐겼다. 정말 오랫만이었기에 고양이들만 걱정하며 있을 수는 없었다. 이미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니 떨어져 있는 동안 가능한한 즐겁게 지내는 것이 현명한 것이었다. 이따금 보이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이건 온이 닮았네, 흑미닮았네 하며 그리워 하는 수밖에 없었다.


조금 행복한 것은 남이 차려준 맛있는 아침을 먹는데 흑미가 방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흑미는 내가 아침이나 점심을 먹을 때마다 테이블에 올라와 방해를 한다. 정작 인간의 음식은 먹어본 적도 없으면서 말이다.


집에 돌아오니 온이는 삐졌는지 나와 딸을 옆눈으로 보며 피했다. 모야... 잊어버린걸까..

하지만 흑미는 오랜만에 보는 내 얼굴을 기억하는지 얼른 다가와서 만져달라고 난리다. 온이는 못본 새에 말이 많이 늘었다. 꽤 소리도 길게 내고 좋고 싫음을 말로 표현하는 듯했다. 나는 아이들의 그릇도 씻어 새로운 밥을 넣어주고 아이들을 한 마리 한마리 스다듬어주고 안아줬다. 아이들은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이 갸릉갸릉 소리를 냈다.

피곤하기도 하지만 즐거웠던 휴가이니만큼 그런 휴가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들과, 잘 기다려준 우리 흑미와 온이가 늘 언제나 건강하게 잘 자랄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여름휴가였다

얘들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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