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 드디어 흑미에게 부상당하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그렇다고 내가 동생은 아니다!

흑미의 NBTI는 EEEE인 것 같다. 낮잠을 자는 시간을 빼고는 온이를 괴롭히고 쫓아다니고 그도 안되면 나를 괴롭히고 물고, 밥 먹거나 일을 하고 있으면 방해하기 일쑤다.


극강의 IIII라는 NBTI를 가지고 있는 나나 온이와는 상극인 듯, 나야 아직 작고 귀여운 흑미를 봐주고 있지만 동류로서 온이에게 있어 흑미는 스트레스 대상!


어쩔 수 없이 온이는 작은 사이즈의 흑미가 오르기 어려운 곳을 이곳저곳 찾아 오른다.


흑미를 피해 천정 아래 행거 위에 앉은 온이, 시원하고 좋아 보인다.

얼마 전의 일이다.

바깥일을 보고 집에 왔더니, 나를 올려다보는 온이의 한쪽 눈이 감겨 있었다.

눈을 까보았더니 눈이 충혈되어 있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결국 흑미에게 한대 얻어맞은 듯했다.


하지만 너무나 불쌍해 보이는 온이에 비해 당당하게 "내가 뭘!"이라고 하는 듯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고 있는 흑미를 보니 무작정 화를 낼 수도 없고... 이 아이들은 언제쯤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어릴 적 깨발랄할 때의 온이는 책상다리에 잘 부딪치고는 했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 다음날 열일을 제치고 자주 가는 병원을 갔지만 병원에서 처치해 주는 것은 그저 안약뿐이었다. 그래서 그다음에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는 바로 병원을 찾기보다는 하루나 이틀을 놔둬 보고, 집안의 온이의 위치에서 좀 더 넓은 뛰어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썼다.


이번에도 바로 병원을 찾지 않고 다음날, 그다음 날 온이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이렇게 맨날 자리싸움을 한다. 분명 흑미는 오르기 힘든 캣타워임에도... 대단한 흑미

평소에는 집의 장식물 정도로만 취급했던 딸아이도 온이의 상태를 보고 마음 아파하며 온이를 돌봐줬다. 그렇다고 벌써 우리 집에 익숙해진 흑미를 다른 곳에 보낼 수는 없다. 온이와 흑미가 늘 사이가 나쁘지 만은 않으니까.


하지만 온이의 감긴 눈을 보면 너무나 안타까웠다.

내가 온이를 위해 한 결정이 온이를 아프게 한 것은 아닐까 후회스럽기도 했고, 4년이나 일찍 태어난 온이가 고양이로서 조금 더 기선제압을 해 줄 수는 없을까 고민스럽기도 했다.


이내, 4년이나 일찍 태어났다고 해서 늦게 태어난 흑미에 대해 기선제압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온이에게 뭐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처럼, 고양이들에게도 저마다의 성격이 있고, 그 성격의 다름은 좋고 나쁘고 가 아닌 그들만의 개성인 것이다.


한쪽 눈이 아직 아픈 온이는 햇볕을 쐬고 있다.


온이가 처음 왔을 때는 고양이 다 운 것인지, 고양이 답지 않은 것인지 약간의 장난기는 있었지만, 특별히 말 짓을 하거나 하지 않았고 얌전했으며 손님이 와도 조용히 다가가 인사를 하고 나서는 자기 자리를 지켰다. 그런 온이의 성격은 나의 딸의 성격과도 비슷했고, 나의 성격에도 잘 맞았다.

딱히 뭔가를 원하지도 않은 온이를 위해 내가 그를 살피고 뭔가를 해 줘야 했을 정도였기 때문에 더욱 사랑스러웠다. 온이의 매력이었나 보다.


흑미는 그에 비해 강아지와 같은 성격이다.

자신을 바라봐 달라고 늘 갈구하고, 쫓아다닌다. 어떻게든 내 눈에 들려고 노력했다. 생각해 보면 첫 만남 때부터 그랬다. 그런 눈빛 때문에 우리 집에 데리고 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나를 향해서만이 아니라 딸이나 온이를 향해서도 그랬다. 온이에게 장난을 치는 것도, 어쩌면 자신을 봐 달라는 흑미만의 제스처가 아닐까.


온이는 높은 곳에서 조용히 앉아있는 것을 좋아한다.

흑미는 스트릿출신으로 형제가 흑미 말고도 3마리가 더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성격이 제일 활발했는데, 다른 곳으로 입양을 간 다른 고양이들은 각기의 주인들과 아직도 가까워지지 못한 아이도 있고, 다시 돌아온 아이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미 고양이는 흑미보다는 다른 고양이들을 좀 더 아껴줬던 것 같다. 흑미는 나와 딸을 보자마자 마치 "나를 데려가 주세요! "라고 말하는 듯 기어올라왔다. 그런 애기 때의 배경이 있어서인지 흑미의 모든 것은 막내티가 뿜뿜이다. 다소 과격한 부분도 있지만 그 마저, 관심을 끌고자 하는 초등학생 남자아이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장난꾸러기 흑미의 얇은 귀를 뒤로 젖히며 노는 딸... "네가 온이 괴롭혔지!" 하며 괴롭힌다.


이제 온이 눈은 원상태로 돌아왔다.

하루 이틀 정도 눈물도 흘리고 눈곱도 껴있었는데,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하다.

그리고 흑미로 인해 괴로울 때는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간다.

기선제압보다는 흑미와 공존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 것 같다.


나 역시 흑미가 너무 흥분하여 온이를 괴롭히는 광경이 목격이 되면 흑미를 들어 올려 방에 홀로 두기도 하고(자동 장난감을 함께 넣어준다), 안아주기도 하면서 온이와 떼어놓았다. 그런 부분이 반복되자 흑미도 약간 감정을 조절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이럴 때 보면 고양이 둘이 아니라, 아들 둘을 입양한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피아노 위는 그리 높지는 않지만 건반 부분이 비스듬해있어서 흑미가 못 올라온다.

온이는 내가 독립하고 키운 첫 반려묘이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정이가고 사랑스럽다. 이 아이와의 행복한 시간이 영원히 가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함께 하는 동안 온이도, 나도, 우리 가족 전부가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아프지 말고...


이제는 흑미 역시 나의 가족이 되었다. 흑미도 형인 온이를 의지하고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때때로 온이의 밥을 다 먹어버리거나 누워있는 온이를 덮쳐 괴롭히기도 하지만,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온이를 꼭 찾곤 한다. 온이의 행동을 따라 하기도 하고.. 그런 장면을 보면 영락없는 온이바라기다. 흑미도 온이의 매력을 알게 된 거 같다.


흑미도 곧 깨닫길 바란다.

온이가 참아주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랑을 해 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때때로 잊는다.

무엇인가 사랑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존재만으로도 사랑받기 충분하고, 사랑해 줘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렇게 험한 세상에 태어나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랑해 줘야 하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것을 흑미도 알게 되면 온이를 조금 덜 괴롭히지 않을까...?


이제 흑미도 온이와 같은 양의 간식을 먹어도 된다.

keyword
이전 04화형제는 다투기도 하고 양보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