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계획대로 하고 싶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 하루시작
매일 저녁 내일은 꼭 아이들이 깨우기 전에 일어나야지.. 하고 다짐을 하고 눈을 감는다.
하지만 늘 상쾌하게 눈을 뜨지 못한 채 아이들이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오길 기다린다.
온이(큰 아이)를 키울 때는 온이가 너무나도 조용히 방에 들어와 내가 누운 배게의 머리맡에 앉아 나의 머리카락을 그루밍해주며 아침을 깨워 줬다. 나를 자신의 아이로 생각한 건지, 엄마로 생각해서 사랑한 다는 표현을 한 건지 그루밍이 고마웠지만 까끌까끌한 온이의 혓바닥은 나의 정수리를 침범벅으로 만들어 얼른 일어나야 했다. 그때의 온이 표정이란... 그야말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그루밍해주면 고마워해야지,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어!"
고양이의 혓바닥은 오돌토돌한데, 그건 고양이의 침을 털 깊숙이 닿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고양이의 침에는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있다고 하는데, 그런 효소가 적어도 나한테는 불필요하다. 그런 목욕은 너나 하라고 온이야.
이제 동생이 생겨버린 온이에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뭐 수시 때때로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아침나절에 조용히 나의 침대 위에 올라와서 자리를 잡고 누워 버렸다. 여름이라 꺼내 놓은 홑이불의 시원함이 기분 좋은지 일찍이도 나를 깨우고 한자리 차지해 버렸다. 가로로 누워있는 바람에 나도 그 옆에 스리슬쩍 누워본다.
실눈을 뜨고 옆에 잘 누웠나 하고 쳐다보는 온이의 눈길이 다정하다.
'괜찮아. 아직 이른 아침인걸. 그러니 조금만 더 누워있어 봐~'
흑미가 오면 이러한 다정한 아침도 끝이 난다. 그러니 그전까지 조금만 더..
나른한 몸을 쭉쭉 늘리면서 누워있는 온이의 얼굴을 감상한다.
한쪽이 눌려있음에도 완벽한 얼굴.
흑미와 함께 있는 온이의 얼굴을 보면 흑미가 어떤 행동을 할지 기대감과 호기심이 섞여 있다. 약간은 긴장을 한 듯..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의 시간을 찾아 집의 이곳저곳에 자신만의 장소를 만들어 둔다.
거실 쪽에는 두 아이가 함께 하는 공간들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온이가 길게 쉬는 공간에서 흑미가 길게 쉬는 법이 없다. 내 방의 침대 위에서 쉬는 것도 항상 온이다. 흑미는 침대 위보다는 둥근 스크래쳐에 동그랗게 말아 앉아 쉬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나름 서로를 배려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믿고 싶다. 장난꾸러기 흑미에게도 온이를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가만히 온이의 검정 잴리를 만져 본다. 온이의 잴리는 까만 까눌레를 연상시킨다. 쫀득쫀득 까눌레.
젤리를 맛있게 빨고 있는 온이에게 늘 한 입만 달라고 졸라 보지만 절대 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ㅎㅎ
그래도 이렇게 두 팔을 뻗어 누워있을 때는 내가 만져도 그저 당연하게 손을 내어준다.
착한 온이.. 너도 내가 널 사랑하는지 알고 있는 거지?
5살에 접어든 온이는 요즘 살이 쪄가는 흑미에 비해 몸이 가볍게 느껴진다. 전에 병원에 들렀을 때 건강하고, 몸무게가 적지는 않다고 이야기 들었으니 괜찮은 것이리라. 약 4.5킬로에서 유지 중인 멋진 아이다. 그럼에도 묵직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그저 엄마로서의 안타까움이겠지.
집에 있는 홑이불을 여기저기 깔아 두면 아이들이 좋아한다.
온이도 흑미도 스크래쳐 위에 커튼처럼 쳐져있는 홑이불 사이에 들어가 조용히 있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외출 전 아이들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려 해도 보이지 않으면 늘 아이들은 이불속에 들어있다.
살랑살랑 들어오는 여름바람처럼 온이의 꼬리도 살랑살랑 흔들린다.
보드라운 온이의 꼬리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손이 간다.
좀 더 일찍 일어났더라면 좀 더 꼬리를 만져 볼 수 있었을 텐데.. 그제야 안타깝게 느껴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늘 같은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은 두 아이의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한다.
늘 장난을 거는 것은 흑미
이번에 찍은 사진은 그저 흑미가 온이에게 먼저 선빵을 날리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 메롱하고 혀를 내밀어 온이를 도발하고 있었다.
그렇게 평온했던 온이와의 아침잠이 흑미에 의해 시끄러워졌던 아침이다.
매일 저녁.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돌아보고 내일을 계획한다.
나의 경우 일찍 일어나 이것저것을 해야지.. 하고 계획한다.
필사, 인스타에 글 올리기, 브런치 쓰기 등등 아침에 미리 해 두고 싶은 것들이 있고,
퇴근 후에는 블로그에 읽은 책의 서평을 쓰고 싶다고 머릿속에 계획을 한다.
캘리그래피도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도 많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계획은 계획일 뿐 그중 한두 가지밖에 해 내지 못한다.
처음에는 그런 나 자신에게 실망을 하기도 하며 자존감을 깎아먹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한두 가지라도 해 낸 자신을 응원해 본다.
아무것도 못한 것보다는 나은 거겠지.
브런치에 써둔 글들이 조회수가 올라갔다는 알람이 왔다. 알람을 보고 조금 더 아이들에게 눈길을 주고 아이들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느끼고 글을 많이 올려야지 하고 결심을 새로이 한다.
오늘은 아이들의 어떤 부분을 발견하게 될까.
매일의 삶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궁금해지는 것들도 있음에 안도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