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즉흥적으로 연재를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기까지 몇 분 걸리지 않았다. 매일 글 써야 하는 환경에 놓인다면 어떤 압박감을 느낄지 궁금했다. 목적도, 주제도, 타깃도 없는 글쓰기가 가능한 건지, 생각나는 대로 휘갈긴 글에서 가치와 쓸모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글쓰기를 만만하게 봐서 이러는 것일 수도 있다. 잠깐 적다가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도전을 선택했는데 지금은 글 쓰는 것 말고 하고 싶은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연재는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다.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글 속에 우울과 불행이 흐르지 않도록 할 것. 쓰는 동안 정신줄 제대로 잡아야 한다.
내가 쓰는 글은 일기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브런치에 일기 카테고리는 없다. 어쩔 수 없이 에세이라고 정했다. 도서관에 가서 에세이 5권을 읽었다. 저자들의 직업이 방송작가, 시인, 비평가여서 그런지 아주 잘 쓴 글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이 정도로 못 쓸 것 같아 주눅이 들었... 우울과 불행을 적지 않기로 했으므로, 다시, 이 정도는 안 되겠지만 나는 일개 소시민, 실업자, 글에 관해서는 비전문가이므로 뭐 어때, 뻔뻔해지기로 한다. 그래, 쫄면 안 되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현재 나는 무직이다. 과거에도 직업이 없는 상태가 꽤 오랜 기간 있었다. 당시에는 많이 아팠기 때문에 아파서 못하는 거니까 전혀 괴롭지 않았다. 일 안 하고 쉰다는 말을 당당하게 했다. 지금은 충분히 일할 수 있을 몸과 정신을 가지고 있음에도 업業이 없으니 너무 갑갑하... 우울과 불행을 적지 않기로 했으므로, 다시, 내가 속한 업業이 없지만 이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인 휴식을 즐기기로 한다. 미래 걱정은 잠시 접어둔다. 그래, 태도가 전부지. 의식의 흐름은 용납하지 않는다.
파도, 망망대해, 하늘. 청량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청량한 기분이 필요하므로 청량한 곳을 떠올렸다. 오늘은 해운대도 아니고 광안리도 아니었다. 오륙도에 갔다. 50분을 운전해서 갔건만 주차장이 만차였다. 차를 세울 곳을 찾지 못해서 그대로 돌아왔다. 토요일이라서 그러려니 했다. 괜찮다. 시간이 많으니 언제든 갈 수 있다. 운전하면서 잠깐이나마 바다를 봤으니 불만은 없다. 그래, 이러려고 차를 산 거지. 훅 떠날 수 있는 마음을 위해서.
내일은 어디로 놀러 갈까 고민하면서, 프랑스 올림픽 개막식에서 셀린 디온이 부른 사랑의 찬가를 듣는다. 에디트 피아프가 연인을 잃은 후 부른 노래. 마음을 건드리는 가사 한 구절 옮겨 본다.
"당신이 나를 원한다면 사람들이 아무리 비웃는다 해도 나는 무엇이건 해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