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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rmann Husse Apr 03. 2024

06 지하경제활성화시대의 사모님

SCENE 1 : 짭과 찐 그 애매한 사이


어지간히 사회적 명망과 지위에 민감한 그녀들인지라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1차 접선장소를 이태원 옛날국시로 정했다. 

일단 국수국물을 들이키며 꼬마김밥을 시킬 것인지 서로 눈치를 살핀다. 

한 명이 총대를 메고 일어나 추가주문을 한다. 

오늘 일이 잘 풀릴 것 같다.


2차 접선 장소는 인근 이태원 시장 지하입구이다. 각자 자신의 장비를 확인하고 임무용 특수 약물을 꺼내 들이킨다. 

이 분야 최고의 자양강장제  박.카.스 다. 

드링킹을 신호로, 한 남자가 그녀들에게 스르륵 다가온다. 그리고 속삭인다.

방배동큰사모님, 공덕동여신님, 부산사모님111 

남자를 따라 골목 두어 개와 계단을 지나 좌로 100걸음 우로 40걸음 좌표 찍고 도착한 곳은 단체팀복을 제작하는 허름한 츄리링가게 앞이다. 작고 어두운 공간을 지나 누가 봐도 의심스럽게 쌓아 놓은 옷더미를 헤치니 육중한 철문이 나타난다.

자물쇠에 열쇠를 꽂기 전 남자는 이번 미션의 주의 사항을 복기한다.

"시끄러 박 실장, 그냥 문 열어"

방배동큰사모님이 짜증을 낸다. 

멋지다 내 친구(법조계 사모님이시다)


문이 열린다.

양측벽을 따라 각각 균형 있게 간격과 높이를 유지하고 있는 명품가방들과, 중앙의 매대는 위에 놓인 지미추 구두처럼 매끈하게 이어져 있다.

그녀들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는 백화점의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 조명 못지않다.

휘황찬란한 명품들이지만 그녀들은 이깟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임무를 명심하며 신중하게 움직인다. 은밀하게 특정 물건들을 찾기 시작했고 남자는 주변을 살피며 그녀들을 도와준다. 


잠시 후, 자물쇠 소리가 들리더니 또 문이 열린다.

시계와 주얼리를 담당하는 또 다른 박실장이다.

그 뒤를...유명(?) 여자 연예인이 따라 들어왔다.


"한 번에 한 팀 규칙 잊었어요?"

이번엔 공덕동여신님이 혀끝을 차며 짜증을 낸다. 

너도 멋지다 친구야(의료계 사모님이시다)


그 유명(?)여자 연예인도 흠칫 놀랐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고는 원하는 품목을 이야기한다.

"위블로(Hublot) 빅뱅 로즈 골드 블랙!"


위블로? 위블로? 위블로가 있쒀?

위블로가 두 점 있단다.

여기 물건들 중 가장 비싸지만, 쟤가 두 점을 다 가져가지 못하도록 부산사모님111이 민첩하게 연예인 어깨빵을 하고는 몸을 먼저 깊숙이 넣는다. 방배동큰사모님과 공덕동여신님이 부산사모님111을 에워싼다.

이 훌륭한 협업을 보라. 그녀들의 눈은 예리했으며 행동은 정확하고 민첩하다.


위블로와 샤넬 클래식 캐비어블랙, 랑방가죽쟈켓을 구입한 부산사모님111과 친구들은

아직 잡혀가지 않은 우리의 이태원 AAA 장인들의 작품값을 호기롭게 현금다발로 지급하고 철문을 나선다.

어둠과 위험을 헤쳐나가며 우리나라 지하경제 활성화를 위해 헌신하는 그녀들이다.



SCENE 2 : 허세(虛勢)가 싫은 거야, 부러운 거야?


본격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2023년 10월부터 친분을 쌓아가던 이웃 중 몇몇 분이 어느 순간부터 일방적으로 나와의 소통을 끊었다.

꼴 보기 싫다는 걸 내가 어쩌겠나.


그러던 중, 평소 허세님~ 허세님~ 하던 이에게서 비밀글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흥분한 것이 눈에 보인다.

무엇이 그/그녀를 화나게 했을까?


카뮈의 말을 빌리자면, 

난 개인에 대해 무엇인가 말할 것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필요하다면 적당한 경멸로써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저 맥락 없이 입이 거친 댓글에

저렇게 가볍게 대댓글을 내뱉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인간은 그가 말하는 것에 의해서보다는 침묵하는 것에 의해서 더 인간다워지기 때문에.



SCENE 3 : Life on Social Media But It's Real Life


Life on Social Media



거울에 비친 광택 나는 사과의 앞면과 

날카로운 이빨로 베어 문 뒷면을 보라.

위의 사진을 보고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그토록 선망하는 삶이 자신들에겐 가장 일상적인 거라며 구독자들을 은근히 까내리며 명품 자랑질 유튜브 콘텐츠를 운영하는 연예인들.

엘가의 '사랑의 인사' 틀어놓은 1인 23만원 레스토랑에서 핑거푸드 집어 들며 인증샷 찍어 올리는 자칭 타칭 셀러브리티(?)들.

남들이 질투하고 부러워할수록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 생각하는 사람들.

SNS에서 보이는 남의 성공과 외모와 부유함을 내 현실에 비추어 자기 비하적이 되고 자존감이 흔들리고 질투심과 부러움에 카드를 긋는 사람들.

그리고 그 분노를 엄한 곳에 댓글로 표출하는 사람들.


러운가 저 치들의 삶이?

시안룰렛처럼 당신을 옥죄일 텐데?

는 소리만 내뱉고 징징대는 건

치레하지 않는 동물과 다를 바 없지

는 건 분하지?

적는적 물러지고 뭉그러진 넌

기에다 패배감까지 느낀다고?

시는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으면

신만의 철학과 용기와 

념을 가지고 행동해.

미 되돌릴 수 없는 후회

워하는 마음들

불나불거리지 말고

둘러 변명 말고

으름 피우지 말고

득하게 노력해

기 너.

! 너 말하는 거야.



나의 과거 첩보원 시절까지 까발리며

소셜미디어 속 삶의 겉과 안이 다르다는 것을

실제 삶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을

이토록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데도 못 알아들으면

...

...

...



내가 명품인데 

걸고 들고 걸치는 게 다 무슨 소용이람.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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