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몰라를 만날지 못 만날지 몰라몰라

[육휴아빠 장꾸아들 따뜻엄마의 발리 한달살기] Day-15, 250929

by 이음바다

한달살기 중에 얻은 작은 휴가


어느 날보다 일찍 눈이 떴다. 스쿠버 다이빙의 날이 밝았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한 달 살기 중에 얻은 작은 휴가이기도 하다. 아내가 발리로 오면 며칠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발리 바닷속을 보고 싶었다. 한 달 살기 장소로 발리를 택한 또 하나의 이유다. 새벽같이 장비를 챙겨 픽업차에 올랐다. 아침식사를 건너뛰었지만 마음은 충분히 부풀어 있었다. 빨리 물속으로 풍덩하고 싶었다.


몰라몰라, 개복치를 찾아서


3일 동안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첫날은 누사페니다, 페니다섬이다. 항구에서 팀을 만나 브리핑을 들었다. 진짜 스쿠버가 시작되는구나 실감이 났다. 스피드보트를 타고 약 한 시간을 달렸다. 페니다섬의 첫 포인트 크리스털베이에 도착했다.


다이버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다. 몰라몰라라고 불리는 개복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복치는 원래 심해에 산다. 페니다섬 크리스털베이는 개복치가 작은 물고기들에게 몸 청소를 맡기고 광합성을 하려 상승하는 곳이다. 수심 50미터 전후에서 주로 만날 수 있다. 9월부터 10월 초에 자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항상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클리닝 타임이 언제인지 알 수 없고 예민한 녀석이라 사람이 보이면 금세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이버들은 같은 포인트에서 하루에 두세 번도 다이빙을 한다. 우리도 개복치를 영접하러 첫 입수에 나섰다.


거북은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산호 카펫, 기다림조차 선물로


하강을 시작하자 아름다운 산호지대가 눈에 들어왔다. 45도 정도의 해양 절벽을 따라 산호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셀 수 없는 물고기들이 산호를 터전 삼아 헤엄치며 먹이를 찾고 먹고 있었다. 개복치를 찾기 전부터 나는 크리스털베이에 이미 반했다.


페니다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 포인트는 늘 조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물살이 흘러 가만있으면 몸이 계속 밀려났다. 바닷속을 계속 즐기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조류를 피해 숨어서 개복치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다이빙에서는 개복치를 만날 수 없었다. 공기통 1개를 메고 입수하면 보통 30~40분 정도의 다이빙이 가능하다. 공기를 다 쓰기 전에 상승해야 한다. 개복치를 만나지 못했지만 아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열대의 바닷속에 들어간 것만으로 좋았다.


산호지대 열대 물고기의 군무
셀 수 없이 많다

7일째 만나지 못한 부부


두 번째 다이빙도 같은 포인트였다. 같은 방식으로 개복치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강사와 함께 좀 더 깊은 바다에 내려가 잠시 같이 기다리기도 했다. 다이빙 타임 절반 이상을 개복치 찾기에 썼지만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같은 팀의 부부 다이버가 7일째 발리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있는데 개복치를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개복치를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꼬리를 흔들며 인사하는 만타레이


보통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은 하루에 세 번 정도 진행한다. 두 번을 개복치를 위해 크리스털베이에서 잠수했다. 마지막은 장소를 옮겼다. 포인트 이름은 만타포인트. 이름 그대로 만타레이, 대왕쥐가오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곳도 클리닝포인트다. 만타들이 수중 언덕 위를 돌며 작은 물고기들에게 청소를 맡기는 장소다. 포인트에 도착하니 다른 다이빙 보트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우리 배뿐. 좋은 예감 속에 입수했다. 들어가자마자 만타레이 세 마리가 우리를 맞아줬다. 5미터가 넘는 커다란 몸이 유연하게 움직였다.


대형 생물을 만나면 늘 경외감을 느낀다. 그에겐 작은 몸짓이지만 우리에겐 크게 다가온다. 만타레이 입장에서는 살짝만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면 그만이다. 고맙게도 여러 마리의 만타레이가 우리 주위를 계속 맴돌아줬다. 클리닝포인트를 벗어나서도 만타레이를 만날 수 있었다. 몸 전체가 검은 블랙만타레이가 내 옆을 스쳤다. 꼬리를 살짝 흔들며 발리에 잘 왔다고 인사해 주는 것 같았다.


만타레이의 우아한 움직임
오랫동안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근거 없이 커진 허풍


3일의 다이빙 동안 행운이 계속 함께할 거란 허풍이 근거 없이 커져 버렸다. 팀에게 우리는 개복치를 만나게 될 거라는 말을 던지고 말았다. 원래 3일 동안 발리 곳곳의 다른 포인트를 찾을 계획이었다. 다이빙업체에 요청해 일정을 바꿨다. 남은 이틀도 모두 페니다섬에서 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개복치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 버린 것이다.


다행히 업체에서 배 예약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호텔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마음은 이미 둘째 날 다이빙을 출발하고 있었다. 바다수영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도 아빠가 내일은 개복치를 만나고 오겠다고 헛공약까지 하고 말았다. 잠들기 전 몰라몰라, 개복치를 만나야 발리를 떠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만타레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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