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휴아빠 장꾸아들 따뜻엄마의 발리 한달살기] Day 17, 251001
스쿠버 다이빙 마지막 날이다. 사흘 연속 페니다섬에서 다이빙이다. 이제는 제법 몸에 익은 순서대로 항구에서 보트로 옮겨 타고 섬으로 출발했다. 이날의 다이빙 포인트는 지난 이틀과 약간 다르다. 이번에는 섬의 북부 해안이 주요 지역이었다. 첫 번째 다이빙은 카랑사리라는 곳에서 진행됐다. 카랑은 이곳 말로 산호라고 한다. 포인트 이름으로 붙을 만큼 산호가 아름다운 지역이란다. 전날 몰라몰라, 개복치를 만난 뒤라 다른 욕심이 사라졌다. 그저 아름다운 바닷속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물에 뛰어들었다.
한 가지 걱정거리는 있었다. 촬영을 못 하게 된 것이다. 전날 장비를 정리하다 고프로 카메라의 하우징이 망가져 버렸다. 10미터 이상 깊은 바다로 들어가려면 압력을 견딜 하우징이 필수다. 고프로만 들고 들어갔다가는 고장 나 버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프로 카메라를 들고 입수할까 고민도 했다. 이내 마음을 버렸다. 오늘의 새로운 버디에게 좋은 촬영을 부탁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크리스털베이보다 더 넓고 아름다운 산호지대가 펼쳐졌다. 완만한 경사면을 따라 다양한 연산호와 경산호가 끝없이 이어졌다. 산호가 많은 곳은 당연히 해양생물도 많다. 카메라를 놓고 오니 눈에 더 많이 담겼다. 크고 작은 생물을 찾는 재미도 더했다. 만티스 새우와 밤부 샤크, 기어가는 문어와 마블레이, 스톤피쉬로 보이는 녀석과 발에 차이는 거북들까지.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버디의 촬영 솜씨도 뛰어났다. 감사하게도 모든 영상을 공유해 줬다.
역시 페니다섬의 북쪽 해안에서 두 번째 다이빙이 이어졌다. 투쿠라는 포인트로 이동했다. 바다가 잔잔했다. 다이빙 준비를 마치니 2대 있던 다른 다이빙 보트도 자리를 옮겼다. 우리 팀만 편하게 투쿠의 바닷속에 들어갔다.
입수하자마자 모두의 과호흡이 시작됐다. 고래상어가 나타난 것이다. 얕은 수심에서 긴 꼬리를 흔들며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의 강한 오리발질이 시작됐다. 나도 고래상어를 향해 열심히 달렸다. 그런데 고래상어가 바로 반대로 방향을 트는 게 아닌가. 만남이 잠시뿐인가 아쉬워하던 찰나 고래상어가 다시 돌려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우리 옆을 지나간 고래상어는 그대로 먼바다로 떠나갔다.
고래상어를 만난 흥분을 감추지 못한 상태로 다이빙 타임 4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배 위로 올라온 뒤 모두가 소리를 질렀다. 발리 현지 강사도 이곳에서는 고래상어를 처음 봤다고 했다. 전날은 개복치를 만나고 이번에는 고래상어라니. 내가 발리랑 잘 맞나 보다. 일정 전체를 페니다섬 다이빙으로 바꾼 나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 다이빙이다. 끝은 크리스털베이에서 장식하기로 했다. 혹시나 몰라몰라, 개복치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기대를 안은 배가 페니다섬의 서쪽으로 빠르게 달렸다. 고래상어를 만나 기분이 좋아진 다이버들 모두가 빠르게 입수 준비를 마쳤다. 며칠 호흡을 맞춘 사이답게 순조롭게 일정을 마무리하는 입수가 이어졌다.
물에 들어간 직후였다. 아래를 보니 팀원 전부가 깊은 곳을 향해 헤엄치는 게 보였다. 개복치가 나타났구나를 직감했다. 나도 허벅지에 최대한 힘을 주며 속도를 올렸다. 몸 청소를 마친 개복치 한 마리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게 아닌가. 다이버가 주변을 둘러쌌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듯 한참을 그대로였다. 촬영에 집착하지 않으니 내 앞에 있는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공기가 남아 있었지만 개복치를 봤으니 출수하자며 다들 상승을 시작했다. 20분은 더 바닷속에 있을 수 있었지만 나도 같이 물 밖으로 나왔다. 스쿠버 다이빙은 팀이 함께 움직여야 하니까.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황홀하게 만들어준 개복치에게 감사해하며 가족이 있는 발리섬으로 돌아왔다.
한 달 살기 속 휴가 같았던 스쿠버 다이빙 일정이 끝났다. 한 번도 보기 힘든 대형 생물을 발리에서 연달아 만나게 됐다. 스쿠버 인생의 운이 여기에서 터졌나 보다. 사실 물속에 있는 모든 순간이 좋았다. 잠겨 있는 상태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주변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내 숨소리만 들릴 때의 편안함을 좋아한다. 짙은 파랑의 발리 바다는 사흘 동안 나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연이은 다이빙으로 몸은 피로해졌지만 마음은 꽉 찼다. 이제는 다시 가족에게 더 집중하고 함께할 시간이다. 발리 바다가 준 긍정과 행복을 아내와 아들과 나눌 준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