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휴아빠 장꾸아들 따뜻엄마의 발리 한달살기] Day 16, 250930
아침 일찍 다시 페니다섬으로 향하는 스피드보트에 올랐다. 다이빙 포인트는 전날과 같다. 크리스털베이 두 번과 만타포인트 한 번. 다만 순서는 바꿔서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의 첫 번째 스쿠버 다이빙을 할 만타포인트에 도착했다.
어림잡아 10여 대의 다이빙 보트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물속은 더 심했다. 수십 명의 다이버들이 만타레이, 대왕쥐가오리를 만나려고 클리닝포인트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5분 넘게 기다렸지만 만타레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만타레이라도 저렇게 사람이 바글거리는 곳에는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이드 강사가 만타의 이동 경로로 가자고 제안했다. 나와 내 버디까지 세 명이 만타 찾기 원정에 나섰다. 짙은 파랑 속을 10분 넘게 유영했다. 전날은 눈만 돌리면 보이던 만타레이의 꼬리 끝도 보이지 않았다. 버디의 공기가 먼저 떨어져 가기 시작했다. 다시 포인트로 돌아가 출수해야겠다 하던 시점이었다.
멀리서 검은 만타레이 한 마리가 선물처럼 나타났다. 강사가 반갑고 다급하게 만타레이를 뜻하는 손 모양을 흔들어댔다. 천천히 헤엄치는 만타레이와 한동안 같은 방향으로 쭉 달렸다.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옆에서도 자세히 지켜봤다. 날갯짓을 할 때 지느러미 끝이 살짝 구부러진다. 꼬리는 방향을 잡는 듯 살랑살랑 인다. 튀어나온 입 모양이야말로 만타레이의 트레이드 마크다. 조금씩 다른 희고 검은 무늬는 각 만타레이들의 개성을 만들어준다. 단 한 마리의 만타레이었지만 충분했다. 이날 함께한 다이빙 팀원은 모두 14명. 출수 뒤 만타레이를 본 우리 3명만 신이 나 있었다.
배를 돌려 크리스털베이로 이동했다. 이제 몰라몰라, 개복치를 찾을 시간이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의 다이빙이 시작됐다. 조류를 피해 다 함께 10분 넘게 파란 바닷속을 지켜봤다. 이번에도 개복치 숨바꼭질은 실패했다. 물 밖으로 나와 보트로 올라왔다. 휴식을 취하며 점심식사까지 하는 사이 팀원들의 말수가 줄었다. 개복치 만나기 실패 날짜를 하루 더하게 생긴 부부의 표정이 특히 더 어두워졌다.
개복치는 수온이 떨어지면 더 잘 나타난다고 강사가 설명해 줬다. 그런데 최근 수온이 떨어지지 않아 개복치의 상승 빈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제 둘째 날의 마지막 다이빙이다. 개복치를 보겠다고 일정도 바꿨다. 아들에게 큰소리도 치고 왔다. 그런데 허탕이 될 판이었다. 내일이 마지막 다이빙날이다. 계획한 다이빙 횟수의 절반을 넘겼다. 끝내 못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벌써 밀려오고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가운데 바다로 뛰어들었다. 입수해 보니 강사가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위아래로 만든 뒤 마구 흔들고 있었다. 개복치 신호다. 바로 머리를 바닥으로 내리꽂고 오리발을 힘껏 차기 시작했다. 상승 중인 개복치가 눈에 들어왔다. 눈동자가 커지며 다리가 더 빨라졌다. 나의 돌진에 개복치가 도망갈까 강사가 내 오리발을 붙잡기도 했다.
5미터가 넘는 거대한 생명체가 몸을 세워 작은 물고기들의 몸 청소를 받고 있었다. 뻐끔거리는 입 모양이 퍽 귀여웠다. 청소가 끝난 것인지 사람이 몰리니 피하려는 것인지 몸을 눕히기 시작했다. 여기를 떠나려는 것이다. 위아래의 지느러미를 프로펠러처럼 돌렸다. 커다란 몸이 순식간에 깊은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개복치를 만났던 수심은 52.5미터. 더 깊은 곳에도 셀 수 없이 많고 사람이 다 알지 못하는 거대하고 미묘한 생명들이 살고 있다.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길 정말 잘했다. 잠시나마 자연이 얼마나 위대하고 끝이 없는지 느낄 수 있으니까.
나뿐만이 아니었다. 드디어 개복치를 만난 모두가 행복해졌다. 개복치가, 개복치를, 개복치와 하며 개복치 얘기만 했다. 8일 만에 목표를 달성한 부부가 가장 신났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바다는 언제나 기다리는 자에게 선물을 준다. 때로는 8일이 걸리기도 하고, 때로는 마지막 다이빙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그 불확실성이 바다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세 시 반쯤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아내와 아들은 호텔 앞 해변에서 바다수영 중이었다. 한 시간 동안 둘이서 바다에서 신나게 노는 장면을 지켜봤다. 눈은 둘을 보고 있었지만 머리는 계속 개복치만 떠올리고 있었다. 자기 전까지 촬영한 개복치 영상을 보고 또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