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8일 일요일 오늘의 일기
맨날 초등학교 4학년 휴대폰 반 강보람
날씨: 미울 정도로 맑음(비라도 내리지)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달리기, 수영, 줄넘기같은 운동은 안 하고 싶다. 그래서 등산도 안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을 어쩔 수 없이 등산을 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아빠가 등산을 하자고 했다. 평소라면 거절했다. 근데 오늘은 거절하기 어려웠다.
아빠가 생일 선물로 등산을 달라고 했다. 등산을 달라고??등산을 하자는 얘기였다. 실망이다.
초등학교 4학년한테 생일 선물을 바라는 아빠...뭘 사달라고 했으면 거절했을텐데, 등산을 같이 가자니...거절할 수가 없었다.
평소 등산을 끔찍히 싫어하는 엄마도 어쩔 수 없이 가야한다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온가족이 등산을 하기로 했다. 아빠 밉다.
어떤 산을 오를지는 나보고 선택하라고 했다. 얼마 전에 올라본 인왕산, 정산 근처까지 가본 청계산, 그리고 관악산 중에 선택하라고 했다.
반 친구 중에 한명이 지난 겨울 방학 때 관악산을 올라보고 힘들어 죽을뻔 했지만 정상까지 갔다고 자랑했다. 그래서 관악산을 올라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왕산에 갔을 때 아빠가 나보고 등산을 잘 한다고 했다. 나는 등산을 많이 안 해봤지만, 인왕산은 생각보다는 쉬웠다.
그래서 관악산도 쉽게 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악산도 멋지게 오르고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관악산으로 가자고 했다.
관악산도 공기가 좋았다. 등산은 싫은데 숲은 좋아한다.
그냥 입구에서 산책만 하면 될텐데 꼭 정상까지 왜 올라가려는지 모르겠다.
할 수 없이 관악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청솔모가 반겨줬다.
왠지 인왕산보다 쉽게 오늘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_^)v
그렇게 조금 오르다 보니 계곡이 나왔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보니 조금씩 길이 가파라졌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계단이 많고, 계단도 돌로 된 불친절한 길이었다.
10분 정도 오르니 점점 힘이 빠졌다. 참고 조금 더 아빠를 따라 올라갔다. 올라갈 수록 산이 험악했다.
아빠는 이쪽이 관악산에서 제일 편한 길이라고 했는데 정말인지 묻고 싶었다.
지난 번에 올랐던 인왕산이나 청계산에 비하면 너무 힘들었다.
20분 쯤 오르니 다시 내려가고 싶어졌다.
친구가 관악산 갔다가 죽을뻔 했다는 말을 왜 했는지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냥 청계산이나 인왕산으로 갈 걸...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니 아빠는 다와 간다고 한다.
그리고 계속계속 올라간다. 아빠 밉다.
30분쯤 올라가니 숨도 차고 정말 더 이상 못 올라갈만큼 힘들었다.
쉽터가 있어 좀 쉬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아 힘들어~" 하고 누워버렸다.
그러면 아빠가 내려가자고 할 줄 알았다.
조금 지나니 잘 쉬었으니 다시 오르자고 했다. "자 출발!"
아빠 밉다.
쉬었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니 조금 편하긴 했다.
근데, 길이 너무 험했다. 이런 곳으로 나를 데리고 오다니 아빠가 자꾸 미워졌다.
조금만 더 가면 끝이 보인다고...
40분 쯤 올라갔을 때 너무 힘들어 다시 쉬었다. 이제 정말 그만두고 내려가고 싶었다.
한편 정산까지 올라가고 싶은 마음도 쪼끔은 있었다. 그래야 친구들한테 자랑을 할텐데...
다시 힘내서 10분 정도 더 올라갔다. 계단도 많고 사람들도 점점 많아져 더 힘들어졌다.
끝도 안 보였다. 정상까지 다와 간다는 아빠말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더 오르기 싫어졌다.
엄마한테 더 이상 못 올라가겠다고 했다.
엄마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냥 내려가자고 했다.
아빠는 거의 다 왔다고 조금만 더 가보자고 했다.
엄마는 내 편이 돼 줬다. 역시 엄마.
그래서 다수결로 하산을 결정했다.
아빠가 조금만 더 올라가보자고 애원했지만 거절했다.
아빠말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상에서 먹으려고 가져갔던 간식을 맛있게 먹었다. 계곡이라 공기도 좋았고 경치도 좋았다. 집에서 먹는 맛이랑 달랐다. 등산은 싫었지만 계곡은 마음에 들었다.
냠냠냠
다 먹고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도 꽤 길고 힘들었다. 끝까지 갔으면 큰일날뻔 했다. 그래도 무사히 산을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도 청솔모가 있었다.
나를 쳐다보며 "관악산 생각보다 힘들지?" 라고 말하는 거같았다.
솔직히 생각보다 힘들었다.
이런 관악산도 이런 곳에 나를 데려온 아빠도 미웠다.
이제 관악산은 쳐다보기도 싫다.
내려와서 역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피자를 먹고 싶었지만 아빠 생일이라 아빠가 좋아하는 고기를 먹었다. 그래도 맛은 좋았다. 맛있는 걸 먹고나니 힘도나고 기분이 좀 좋아졌다. 역시 맛있는 게 제일이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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