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불안을 설명하고 싶었다.
왜 사람 앞에서 자꾸 작아지는지, 왜 가까워질수록 더 긴장하는지,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먼저 마음이 지치는지. 나는 오랫동안 그 불안을 고쳐야 할 문제처럼 여겼다.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나는 어딘가 미숙해 보였고,
조금만 더 단단해지면 괜찮아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덜 기대했고, 덜 표현했고, 덜 의지했다.
그렇게 하면 덜 아플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다른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약해서 불안한 게 아니라, 진지해서 불안했다는 것.
사람을 쉽게 여기지 않았고, 관계를 가볍게 다루지 않았고,
마음을 쓰는 일을 대충 넘기지 못했기 때문에 흔들렸다는 것.
불안은 나를 망가뜨리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알려주는 신호였다. 이 연재를 쓰며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나는 말을 꺼내기 전에 망설이고, 여전히 누군가의 반응에 마음이 오래 머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불안하다고 해서 내가 부족한 건 아니고, 흔들린다고 해서 내가 틀린 것도 아니라는 걸.
나는 여전히 불안을 데리고 관계를 한다. 다만 이제는
그 불안을 이유로 나를 줄이지 않는다.
괜찮은 척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사람인 척하지 않고,
완벽해지려고 애쓰지 않는다. 불안해도 그 상태 그대로
관계 안에 서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다.
이 글은 불안을 극복한 기록이 아니다. 불안을 안고도
나로 남기로 한 기록이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종종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흔들림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다.
그게 내가 이 연재를 통해 얻은 가장 큰 변화다.
이제는,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나에게, 그리고 이 글을 함께 걸어온 당신에게,
조용히 말해본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