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쓰는 장모의 치매 일기
[중증 치매 진단받고 함께 사신지 6년 하고도 5개월째]
주무시는 것 같던 장모님
어느새 거실로 나오더니
어슬렁어슬렁 주방을 기웃거린다.
아무리 기억력이 없어도
꼭 잊어버리지 않고
찾는 곳이 있으니
그곳은 바로 주방이다.
무엇 때문일까?
87년 평생을 살아오면서
아무리 가난할지라도
반드시 목숨(?)을 걸고 지켜온 것이 있으니
그것은 가족의 저녁식사이다.
집사람에게
장모님의 어린 시절 얘기를 들어보면
가족 모두가 무슨 일이 있어도
끼니를 거르는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그것도
일찌감치 저녁을 챙겨 먹었다고 한다.
이 습관의 원천은
자녀들의 배를 곬지 않아야 한다는
굳은 신념과도 같은 철칙도 있었지만
장인 어르신의
힘들었던 습관이 더 한몫을 한듯하다.
끼니를 거른다는 것은
청천 벽락과도 같은 일이었기에
식사를 챙기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는데
이것이
장모님의 한평생을 괴롭혀 왔던 기억이자
아직까지도 잊지 않고 습관처럼 자리 잡아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장모 기억의 대부분을 붙잡고 있다.
항상 장모님의 얼굴을 바라보면
자녀들 밥을 챙겨 먹이지 못한 안타까움에
얼굴의 근심은 깊어만 간다.
이 기억이
아직까지도
눈만 뜨면
어두워지기만 하면
밥을 해야 한다는 걱정에
주방으로 들어오게 되는 이유이다.
나를 보면 첫마디가
"오빠는 밥 머것어요?"
로 시작을 한다.
"나는 괜찮고 밥 차려줄까?"라고
말을 되받기라도 하면
"나는 문제가 아니고
아(이) 들하고 오빠가 밥을 먹어야지!"
라며
계속해서 서성이게 된다.
결국 이 실랑이는
날마다 반복해서 일어난다.
거의 단 하루도 빠지질 않는다.
장모님이 이상한 걸까?
정신이 나간 걸까?
거의 매일 듣는 이 한마디는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지금은 끼니를 거른다는 것이
다이어트와 같은 특별한 목적이 아닌 이상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때는...
끼니를 거른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시대
그 시대의 한가운데 살았던
장모의 이 한마디는
들을 때마다
나의 가슴을 메이게 한다.
밥을 먹어야 하는데..
밥을 굶고 다니면 안 되는데..
나는 안 먹어도 되지만
아(이)들은 먹어야 하는데 하며
이마에 움푹 팬 잔주름의 깊이가
더욱더 깊어 보이기만 한다.
이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그 안타까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항상 들려주는 말 한마디
"아(이)들은 다 머것다.
니만 먹으면 된다.
밥 묵자!"
라고
말을 해주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밥숟가락을 드신다.
이 모습을 날마다 지켜보는 나의 마음은
날마다 목이 메게 된다.
모든 기억을 다 잊어버리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하루하루 아름답게 마감하고 있는 이때에
자녀를 굶기지 않아야 된다는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사실...
누가 이 여인에게
치매라고 돌을 던질 것인가...
오늘도 장모님은
늦은 잠에서 깨어나
내게 물어본다...
"밥은 드셨는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