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낀 것들을 표현한다는 것

청년기지개센터 청년플랜브릿지 3기 개인밀착 3차시

by 단휘

개인밀착 프로그램 3차시인데 지난 세 번 중 두 번의 만남에서 눈물을 흘렸다. 기본적으로 눈물이 많은 녀석이긴 하다. 감정이 격해지면 내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인지하기 전에 눈물부터 흐르곤 한다. 일부 MBTI 맹신자들은 “T가 무슨….” 같은 발언을 하곤 하지만, 솔직히 좀 짜증이 난다. 그래, 그건 짜증이 맞는 것 같다. 인간을 편협하게 바라보려는 시선. 대화를 통해 상대를 알아가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이 알고 있는 기준에 맞춰서 판단하고자 하는 사람들. 자기소개를 할 때 MBTI부터 얘기하고 보는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원-오브-(그 MBTI)’로 존재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별로 궁금해지지도 않고 그다지 대화를 깊게 이어가고 싶지 않아 진다. “난 이런 사람이니까 나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나와 소통하여 파악하지 말고 이 MBTI의 특징을 찾아보도록 해”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상담실에 도착하여 근황토크로 시작하려다가 청년플랜브릿지 추석 미션 이벤트 상품을 먼저 받았다. 11월 7일까지 수령하면 된다고 하니 아직 기간은 많이 남았지만 주신다고 한 김에 받았다. 저녁에 권역 센터에서 추천해 준 옆동네 성동구청년지원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참여하러 가야 하는데, 센터에서 바로 집에 가는 날 받을 걸 그랬나 싶기도 했지만.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기만 하면 되는 즉석식품들이 들어 있었는데, 지난겨울에 챌린지 참여하고 받은 전자레인지 용기에 담아서 데우면 딱 맞을 것 같더라. 조만간 그런 걸로 아침 식사를 해볼까 싶기도 하고. 한 봉지당 2인분이라 양이 많기야 하겠지만 하루 정도는 냉장고에 넣어놔도 괜찮겠지.


근황 토크를 하다 보면 일자리 사업 근무지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나는 그런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지 않다는 걸 뒤늦게 인지했다. 감정적 위로를 받고 싶은 것도 아니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근무 환경 및 상황과 관련하여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 건 없다. 그저 사수가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썩 편하진 않은 환경, 그리고 부족한 나의 실력이 있을 뿐이다. 생산성 없는 이야기를 오래 붙잡고 있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 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다음 차시부터는 이 주제의 이야기는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다. 내가 개선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같이 탐구해 보면 좋고, 감정적인 게 쌓여 있으면 위로와 응원의 말을 듣는 게 좋겠지만, 그냥 근황 토크로 흘려보내면 될 이야기를 계속 붙잡고 있는 게 좀 힘들었던 것 같다.


내 근황에서는 센터 청년 분들 만나서 같이 시간 보냈던 부분이 더 할 말도 많고 의미 있었던 것 같은데 회사 이야기를 하느라 그 이야기는 못 했다. 지금 와서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자기성장계획서를 완성했을 때 감정 일기 쓴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근황을 나누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상담실에 들어오자마자 꺼내놓은 다이어리는 몇십 분이 흐른 뒤에야 펼쳐 보았다.




감정 일기를 써 보기로 했던 건 그럭저럭 수행했다. 일주일 동안 총 4회 작성으로, “감정 일기를 주 3-4회 작성한다”라는 [목표 2]의 [목표 달성(2점)]에 해당한다. 정제되지 않은 감정이 비언어적인 형태로 방출되곤 한다. 날 것 그대로의 감정 분출이라 어떤 상황에서는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언행을 나도 모르게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종종 그랬을 것이다. 나를 꺼려하는 이들 중 다수는 그런 이유에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부분에서의 부족함이 인간관계에서의 불편함을 야기하고 그것이 사회적 고립에 한몫했겠지. 내 감정을 잘 이해하고 잘 대처할 수 있는 녀석이 되면 분명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것도 많이 나아질 것이다. 사실 지금도 고립은둔청년 지원사업 참여 초창기와 비교하면 많이 정제되어 있는 상태이긴 하다.


책을 읽고 기록하는 것도 무난하게 흘러갔다. 늘 그랬듯이 지하철에서 책을 읽었고, 새로 들인 습관으로 포스트잇에 메모를 적어 붙였다. 노션에 정리하는 건 일주일이 지난 시점인 화-수 언저리에 하기엔 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 주말에 하기로 했다. 그렇게 일단 주말까지는 미래청년일자리 사업 사전교육 때 받은 『스피노자의 고민 상담소』라는 책을 읽었다. 그러다 다른 연락 왔던 기록을 찾던 도중 서울청년센터 강동에서 하는 체험형 독서모임 선정 문자를 확인하는 게 누락되었음을 인지했다. 참여 확정 응답을 일요일까지 회신하라고 하여 늦지 않게 확인한 것이긴 하지만 못 보고 지나칠 뻔했다. 어찌 되었건 독서 모임의 책을 읽어야 했기에 읽던 책은 잠시 중단하고 독서 모임의 『사람을 안다는 것』을 먼저 읽기로 했다.


책을 구매하기엔 배송 기간 고려하면 읽을 여유가 없고 도서관도 갈 시간이 없어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어플로 전자책을 대여했다. 읽으면서 느낀 건, 역시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이 더 좋다는 것이다. 전자책도 밑줄치고 메모 남기고 이것저것 다 할 수 있긴 하지만, 들어오는 정보가 뭔가 붕 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타자 속도가 느리다 보니 사고의 흐름보다 메모를 남기는 속도가 너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메모를 잘 못 남기고 밑줄만 쳐놓고 스쳐 지나가는 문장이 많아 다음 주 목표는 달성할 자신이 없다. 센터에도 있는 책이긴 하던데 거긴 대여가 안 되니까. 하여간 그건 앞으로의 일이고, 지난 3차시 개인밀착 프로그램에서 진행된 모니터링의 결과는 [목표 1]에서는 [목표 이상(3점)]에 도달했다. 가장 높은 4점짜리 목표 이상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괜찮은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일주일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감정 일기를 써본 영향인지 내 느낌을 조금은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번에 권역 센터 프로그램에서 퍼퓸 핸드크림을 만들며 여러 가지 향 노트를 시향하고 느낌을 적어보는 것도 뭐라 적어야 할지 모르겠는 게 많았지만 대략적인 호불호의 느낌 정도는 적을 수 있었다. 내가 조합한 향이 처음에는 어땠고 잔향은 어떤지 두루뭉술하게나마 묘사하기도 하고. 감정을 잘 인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표현력도 좋은 녀석이 되고 싶은데 아직은 어설픈 연습 단계다. 어릴 때 이런 방면에서의 연습이 충분히 이루어졌다면 좋았을 텐데.


난 왜 이런 게 결여되어 있는가 하니, 초등학생 때까지는 읽고 쓰고 말하고 하는 것 전반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이곳저곳 끌려 다니며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체험 활동을 하고 그것에 대한 감상을 적는 걸 요구받던 게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을까. 내 흥미를 끌지 않는 것들이 자꾸 주입되다 보니 그것만으로 벅차서 내 흥미를 끄는 것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고, 읽어야 할 것들은 재미도 없고 가만히 앉아 무언가를 읽는 건 갑갑한 일이라고 느껴졌다. 재미도 없고 감흥도 없다고 느껴진 체험 활동에 대해 그럴듯한 감상을 짜내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걸 쓰는 것도 싫어했다. 그런 와중에 10대 후반에 와서는 불안과 공포를 잠재우겠다고 내 감정들을 외면하고 묻어두기 시작했으니… 어릴 때 해놨어야 할 것들을 몰아서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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