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지개센터 청년플랜브릿지 3기 개인밀착 5차시
매니저 님께서 지난 한 주 동안 있었던 일 중 작고 사소한 거라도 즐거움이 어떤 게 있었는지 물어보셨다. 친구를 만났다고 했다. 일자리 사업 근무지와 센터와 집이 아닌 일상 루틴을 벗어난 순간. 일상을 너무 오래 벗어나 있으면 원래의 일상 루틴으로 돌아가기 힘들어 좋지 않지만, 내 통제 범위 내에서의 변주는 좋은 것 같다. 정확한 기준은 모르겠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친구들은 왜 그런건지도 생각해 보았다. 청년이음센터에서 비롯된 인연이라 오래 알고 지낸 편이기도 하고, 동북권 청년들이라 집 방향도 겹칠 때가 많아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계기가 마련된 와중에 서로 잘 맞는다는 점이 우리를 친구로 만들었겠지.
퇴근 후의 삶을 센터에서 보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집에 있기 싫어서 센터로 퇴근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집을 불편한 공간으로 만드는가. 난 가족을 잘 알지 못한다. 어색한 사이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10대 후반의 나는 이미 가족을 어색해 했다. 화목한 분위기도 아니고 무서운 분위기도 아니고 그냥 각자 마이웨이로 살아가는 것 같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가족 이야기가 얼마나 의미 있나 싶은 게, 집에 가족이 있든 없든 나는 집을 안 좋아한다. 가족이 없는 쪽이 조금 더 편하긴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창문을 열 수 없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환경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으려나.
자기성장계획서에 하기로 했던 것들을 잘 해냈는지 살펴보는 과정에서 지난 시간에 과제를 내주셨다는 사실을 들켰다. 스트레스 해소법은 검색을 통해 찾아보기보다는 다른 청년 분들께 질문 드렸다며 어떤 것들이 나왔는지 이야기했다. 그리고 난 역시 운동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이나 보다. 클라이밍 외의 운동에는 흥미가 떨어지긴 한다. 오랜만에 청년이음센터 클라이밍 동아리가 언급되었다. 그 당시 내가 경계를 풀고 어느 정도 마음을 여는 데 한몫했던 만큼 운동의 효과는 나도 많이 느껴 봤다는 이야기였다. 듣자하니 요즘도 동아리 활동에 대한 청년들의 수요는 있다는데, 그걸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들었다.
탐색한 스트레스 해소법 중 내가 활용할 수 있을 만한 건 운동과 창작 활동 정도려나. 나의 창작 활동에 대해서는 매니저 님도 알고 계신다. 말로 언급된 것도 있고, 센터 프로그램 시작을 기다리며 혼자 끄적이고 있는 걸 보시기도 했고. 대략 어떤 걸 하고 있는지 구경시켜 드리기도 했다. 나의 이야기를 브런치에 올릴지(글) 투비컨티뉴드에 올릴지(그림)는 이야기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표정이든 대상이든 보여줄 게 많으면 투비컨티뉴드로 가고, 내 생각을 많이 담고 싶거나 컷 분량 내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할 것 같으면 브런치로 간다. 기지개센터 프로그램의 경우 다른 참여 청년 분들이 불편해 할 수 있으니 시각적인 정보는 생략하는 게 나은 경우가 많고, 그림으로 표현하다 보면 상호작용의 대상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 또한 문제의 여지가 있어 브런치에 내가 느낀 점 위주로 쓰기로 했다. 아니면 나 포함 그 누구도 나오지 않는 사진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짧은 후기로만 남기거나 말이다.
다른 청년 분의 이야기도 공유하고 싶은 부분이 좀 있었지만 초안에만 적어놨다가 결국 지운 경우가 종종 있다. 당사자에게 허락을 받더라도 그 외의 청년이 보면 “남의 이야기를 막 떠벌리네”, “진짜 허락 받은 게 맞을까”, “내 이야기도 저러는 거 아니야?” 할 수 있다나. 나랑은 별 접점이 없는 청년 분의 이야기지만 이번 가을에도 그런 이슈가 하나 있었다고 하더라. 내가 아는 사례만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좀 조심하게 된다. 인스타그램에 언급된 별칭과 일부 단서를 조합해서 누군지 알아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제보도 들었다. 뭐, 거기에 대해서는 길게 말하지 않겠다.
사회에 나를 맞출 것인가 나에게 사회를 맞출 것인가. 후자도 가만히 사회가 맞춰주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나름의 노력은 필요하다. 내가 사회에 나를 맞추려는 시도를 한 이유는 지난 주에 기록으로 남기며 탐구했듯이, 9-to-6로 출퇴근 하는 소위 ‘일반적’인 직장인의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삶이 멋있어 보였기 때문임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며 내가 겪는 이슈 중 대부분은 숙련도가 오르면 해결될 일이라는 점도 이야기했다. 경험이 없으니까 뭘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역량이 안 되니까 더 주눅든다거나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회에 나를 맞추는 게 나은가”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아직 이렇다 판단하기에는 데이터가 모자란다.
나에 대해 유유자적, 무소유, 이런 키워드들이 연상된다고 하시더라. 경쟁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단어들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걸 추구하면서도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으려나. 일단은 미래청년일자리 사업이 끝날 때까지는 하던 걸 마저 해야지. 실력은 느는데 뭔가 어려운 느낌이다. 이걸 버텨낼 만큼의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흥밋거리가 나타나길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데 글쎄… 난 흥미 자만추라(?).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갑자기 훅 들어오는 흥밋거리에 치이고 살다 보니 그걸 자발적으로 탐색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다들 그렇지 않나. 우연히 좋은 노래를 듣고 “와 이 가수 누구지??” 하지, “이 가수들 중 누구의 팬이 될지 탐색해 볼까”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훅 들어오는 흥밋거리를 오래 붙잡을 수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겠지만, 그것도 잘 되지 않는다. 클라이밍도 내 삶에 갑자기 들어온 흥밋거리 중 하나인데, 지원사업 끝나고도 자속할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없어 그만두게 되었다.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흥밋거리는 돈 안 드는 창작 활동 정도인가. 그런데 그것도 흥미가 생겼다 그냥 관성적으로 했다 반복되고 있어 완전히 유지되고 있는 건 아니긴 하다.
어느 새 청년플랜브릿지 개인밀착 프로그램도 두 번 남았다. 뭔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것만 같다.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 본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는데. 작년 11월에는 생존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일단은 그냥, 살아남자. 그리고 그 다음엔? 난 어떻게든 살아남았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될 것이다. 그 시간 내내 그저 살아남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다면 방구석에서 지낼 때와 크게 다르지 않겠지.
매니저 님과 대화하면서도 언급되었던 거지만 난 가족과의 관계가 어색한 편이다. 나의 사회적 고립은 가족으로부터의 고립도 포함한다. 그런데 문득, 세상을 완전히 등지고 살던 시절에 비해 나의 형제가 내 방에 더 자주 들어오는 것 같다. 난 늘 관심 없는 이야기의 연속에 별 반응을 하지 않지만. 지난 몇 년 동안에도 안 들어온 건 아니지만, 요즘 더 늘어난 것 같단 말이지.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은 줄었는데 말이다. 그만큼 전보다 더 접근하기 쉬워 보이는 걸까. 잘 모르겠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그것만 파악되면 그럭저럭 지내볼 만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