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하다 보면 어딘가에 도달해 있다

청년기지개센터 청년플랜브릿지 3기 개인밀착 7차시

by 단휘

일자리 사업에 존재하는 총 3회의 연차를 6번의 반차로 나누어 사용하고, 마지막으로 퇴근 후 센터 문 닫을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총 7회의 청년플랜브릿지 개인밀착 프로그램이 끝났다. 그룹밀착 1차시가 있던 주 직후에 일자리 사업 첫 출근을 했는데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렸다. 몰아치다 널널하다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새삼 여유의 필요성을 느꼈다. 촉박해질수록 주의력이 분산되고 안절부절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 때도 마감 직전에 과제를 하려고 하면 효율이 극악으로 치닫던 기억이 있는데 업무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일을 하든 갑자기 주어지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때면 의도치 않게 촉박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일을 해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능률이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난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처럼 편차가 크다고 하시더라. 내가 불만을 표출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휩쌓여 있는 것을 본 적 있는 이들은 어떤 느낌인지 알겠지. 눈빛도 말투도 이야기의 속도도, 모든 게 다르다고.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역량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전반적인 역량을 상향 평준화 할 수 있으니 적절한 방법을 탐구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몰아치는 일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즉각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이 있나? 가뜩이나 이것저것 정신 없는데 명상 같은 걸 하고 있으면 ‘저 새낀 일 안 하나’ 싶을 거고, 그런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니라 그 순간을 대처하는 완화법이 필요할 것 같다. 적절한 방법을 찾는다고 해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고능력이 떨어져서 한동안은 시도조차 해볼 생각을 못할 것 같긴 하지만, 몇 번의 사례를 기록하고 회고하다 보면 조금씩 해나갈 수 있겠지.




경쟁, 치열함, 혼연의 힘을 다하기. 나와는 거리가 먼 말들이다. 빠르게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 같은 건 없다. 그렇게 살아본 적도 없고 그렇게 사는 법도 모른다. 열심히 산다는 건 어떻게 하는 거지? 노력을 한다는 게 어떤 걸까? 아둥바둥 살아야만 하는 환경에서 살았던 것도 아니었고 형제간의 경쟁 같은 것도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서로 자기가 갖겠다고 싸우거나 먹을 걸 가지고 다툰다? 그런 일이 있긴 했던가.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이 안 나오는 사람들이 들으면 기만이라고 하겠지만 학생 때도 별로 열심히 안한 것 같은데 성적은 그럭저럭 나오는 편이었다. 3점대 중반이면 막 특출나게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저냥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으니까. 열심히 했으면 성적이 훨씬 좋았을 텐데 왜 열심히 안 하냐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뭐가 좋은지 영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그런 건 도저히 와닿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매니저 님이 살짝 오해하신 부분이 있었는데, ‘살짝 뉘앙스가 다른데’ 싶다가도 잘 모르겠던 것의 정체를 오늘 인지했다. ‘난 열심히 살 생각이 없다’, ‘잘 하고 싶지 않다’ 라는 식으로 해석하신 나의 이야기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성장 욕구가 없다기보다는 템포가 느린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에너지를 쏟아 단기간에 큰 성장을 이루는 것에 흥미가 없을 뿐 성장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세상이 그 속도를 기다려주지 않을 뿐. 생각해 보면 학생 때도 공부를 아예 안 하려는 녀석은 아니었고, 공부에 대해서는 노력 대비 효용이 높지 않은 것 같고 열심히 해봤자 이미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좋은 성적으로 인한 기쁨보다는 그 과정에서의 스트레스가 더 클 것 같아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게 큰 것 같다.


이 오해에 대한 진실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뭔가 '그게 아닌데’ 싶으면서도 적절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 탐색에 집중하고 있었더니 뭔가 표정이 안 좋아 보인다고 하시더라. 생각을 하느라 표정을 신경쓸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서운한 거 있냐고 물어보시는데, 전혀. 나는 그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을 한다고 쉽게 떠오르지 않더라. 늘 그건 오래 걸린다. 의식의 영역에서 찾아 헤매는 걸 그만둔 지 한참 지나서 무의식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나온 후에야 무의식에서 그 답의 실마리를 함께 갖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여간 그러고 있는 사이에 매니저 님이 나를 위해 준비했다는 선물을 꺼내 보여주셨다. 여러 가지 기분들이 들어 있는 마음 카드. 뒷면에는 그 감정을 표현한 표정 그림이 그려져 있다. 매니저 님은 그 그림만 보면 어떤 표정인지 전혀 모르겠다며 카드 한 장을 보여주시고는 이 표정 그림이 어떤 감정인 것 같냐고 물어보셨는데 나는 반 이상 맞췄다. 신기해 하시더라. 아무래도 이것저것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림으로 표현된 감정에 좀 더 익숙한 걸까.


아르바이트 경력도 없고 고작 4개월 정도 교육을 받은 것만으로 첫 사회생활을 해본 경험에 대해서 몰어보시기에,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모르겠는데 어떻게든 지나가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생각보다 엄청 겁낼 건 아닌 것 같다가도 한편으로는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하고 말이다. ‘괜찮다’와 ‘안괜찮다’의 양가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매니저 님이 두 번째 선물을 꺼내 주셨다. “생각이 길면 용기가 사라지는 법”이라고 적힌 종이 카드였다. 종이 카드 뒷면에 짧은 응원 메시지를 적어 주셨다.




이번주에는 처음으로 4점짜리 목표 달성이 있었다. 책 읽고 메모 남기기를 넘어서 그 메모를 따로 정리하는 걸 넘어서 독서 기록을 하나 남겨 보았다. 감정 일기는 매주 2-3점을 왔다갔다 했는데 이번에는 2점이 나왔다. 매니저 님은 청년플랜브릿지 수료 후에도 이 목표들은 계속 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나도 동의한다. 일상 루틴의 일부로서 계속 내 삶에 존재해도 괜찮을 것 같다. 어떤 의미로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니까 말이다. 작성할 땐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지만 매니저 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정체를 깨닫거나 원인을 깨달았던 감정들은 혼자서도 그렇게 반추하며 탐색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해봐야지. 일단 저지르고 보자. 응원 카드를 받으면서도 ‘공부만 하는 것보다 어설프게라도 실제로 해 보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이번 개인밀착이 진행된 날은 일자리 사업에서 내가 할 줄 모르는 걸 일단 해보다가 퇴근한 날이었다. 난 포토샵으로 인물 사진 보정을 할 줄 모르는데 나보고 사진 보정을 하라고 한다. 적당히 구글의 도움을 받아 작업했다. 학부생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개발자들은 코딩보다 구글링을 더 잘 하고, 스택오버플로우(개발자들의 질의응답 플랫폼) 서버가 터지면 전 세계 개발자 중 절반은 일을 못할 거라고. 어떻게든 찾아가며 해보는 것도 중요하겠지.


다음 주에는 청년플랜브릿지 3기 수료식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내가 일자리사업을 마치고 오는 시간이면 이미 끝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래도 수료식 끝나고 바로 진행되는 회복메이트 1회차에는 참여할 수 있을 테니 와서 참여하고 가라고 하시더라. 역시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는 건 아쉬운 일이다. 그러고 보니 기지개마스터 프로그램에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는 청년에 대한 매니저 님의 아쉬움도 그 날 언급되었는데. 내 사적 인간관계 중 반은 매니저 님도 아는 청년들이다 보니 다른 청년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왔다. 내가 청년플랜브릿지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되는 청년이야 늘(?) 언급되는 거고, 감정일기를 내 일정 다이어리에 병행하고 있다 보니 누구 만난 기록을 매니저 님이 보시고는 언급하시기도 한다. 가끔은 ‘이 분도 매니저 님이 아는 청년이었구나’ 싶을 때도 있고.


하여간 여러 가지로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그룹밀착 프로그램에서 주어진 시간에 어떻게든 활동지를 채워 나가며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었던 것도 빠른 시간 내에 무언가를 떠올린다는 건 쉽지 않았지만 다양한 관점을 접하며 나를 알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밀착 프로그램은 좀 더 ‘나’에 집중되어 나에게 필요했던 것들이 조금이나마 채워진 것 같다. 며칠 전에는 연초에 마지막으로 만나고 한참 접점이 없던 도봉 권역 청년 분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대화를 나누다가 새삼 나의 정서가 많이 안정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사람을 안다는 것』에서 말하는 ‘어려운 대화’에 가까운 대화를 좀 길게 나누었는데,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이들이 나누는 대화의 힘은 큰 것 같다. 한편으로는, 나의 심리 상태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였다면 대화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개인밀착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상황과 감정을 나누어 생각해 보고, 그 감정에 대해 구체화하고 원인을 찾아본 시간이 특히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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