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지개센터 청년플랜브릿지 3기 수료식 및 회복메이트 1차시
개인밀착 프로그램을 마치고 일주일 후, 청년플랜브릿지 수료식이 진행되었다. 그룹밀착 프로그램은 주말에 진행되었고 개인밀착 프로그램은 일자리사업 연차를 쓰고 참여했는데, 수료식은 더 이상 쓸 연차도 남아있지 않은 채로 평일 낮에 예정되어 있었다. 아쉽지만 수료식은 불참이겠군, 하고 생각했는데 그 주에 일자리사업에서 초과근무를 하게 되며 대체휴무 4시간이 생겼다. 연차는 남으면 돈으로 받을 수 있지만 초과근무로 인한 대체휴무는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오전 근무만 하고 수료식 한 시간 전에 센터에 도착하여 다른 청년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수료식에 참여하러 갔다. 청년플랜브릿지 3기에 같이 참여한 청년도 있었고 일경험 크루 중에도 아는 사람이 세 명 정도 있었다.
청년플랜브릿지 3기 참여 청년 열한 명 중 아홉 명이 수료하였고, 그중 여섯 명이 수료식에 참여하였다. 센터장 님과 매니저 님들의 말씀도 듣고, 각자의 참여 소감도 이야기 나누었다. 나는 1기 모집할 때부터 이런 프로그램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수료식 참가자 중 반은 몰랐다는 모양이다. 연초에 OT에 참여했다면 OT에서 들었을 텐데, 센터 활동을 중간에 시작했던 분들인 모양이다. 아니면 OT는 형식적인 거니까, 하며 안들…었다고 하기엔 OT에서 청년플랜브릿지를 올해의 집중 사업처럼 크게 내세웠던 걸로 기억한다. 하여간 1기 때는 얼마나 의미 있는지 와닿지도 않고, 센터에서 연계해 준 기술교육원과 시간도 겹쳐서 패스했는데, 1기 참여 청년이 하는 걸 보니 꽤나 괜찮아 보여서 나도 3기 때 신청했고, 참여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지만 여러 모로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청년플랜브릿지만의 영향은 아닐 거고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긴 하겠지만, 이전에 비해 불안감도 많이 줄어들었고, 문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도 많이 개선되었다. 어느 서남권 청년으로부터 누군가 나에 대한 비난을 하는 걸 들었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도, 내가 많이 나아진 상태가 아니었다면 상당히 부정적으로 대응했을 것 같은데 타격이 크지 않았다. 그 청년이 그 비난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 준 맥락도 이해했고, 그 청년이 나에게 해소하길 바랐던 다른 청년과의 오해도 무사히 해결되었다. 최근에는 센터에서 비롯된 관계 외에도 외부 청년들과의 인간관계도 조금씩 쌓아 나가기 시작했다. 고립은둔청년 지원사업 4년 차 들어서 확실히 이것저것 탈고립의 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수료식을 마친 후 질문카드 응용 버전 같은 보드게임을 잠깐 하다가 곧바로 회복메이트 1차시가 진행되었다. 1기와 2기의 경우 수료식과 회복메이트가 따로 진행되었다는 것 같지만. 회복메이트는 한창 텀블벅 펀딩을 진행 중인 리바이브 다이어리를 활용하여 진행된다. 다이어리 제작자인 최도휘 강사님이 회복메이트 모임을 진행해 주신다. 이 다이어리는 배우고 적용하고 회고하며 내 삶을 관리하는 도구로 활용하라고 하더라. 나는 1기 참여 청년이 리바이브 다이어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 텀블벅에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있나 구경하다가 오픈예정일 때 프로젝트를 마주치기도 했기 때문에 설명이 익숙했다. 다이어리에 대한 백그라운드와 사용 방법을 설명하시는데 대체로 아는 내용이었다.
기록과 회고. 사실 둘 다 이미 하고 있는 것이긴 했다. 기록과 회고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성찰하면서 자기관리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데, 여기서 자기관리력이란 “자신이 세운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생각과 감정과 행동, 세 가지 모두를 신경 써야 한다나. 기록을 통해 자기객관화를 하고 회고를 통해 메타인지를 키우며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리바이브 다이어리를 통해 생각과 감정과 행동을 모두 케어할 수 있다. 매달 나를 위한 확언을 하나 정해 반복적으로 아침마다 확언을 작성하며 내가 바라는 생각이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도록 한다. 한두 번 읽고 마는 문장은 잊어버리기 쉽지만 같은 문장을 매일 아침 기록하며 반복 학습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침마다 감사한 점을 작성하며 오늘 하루를 어떤 감정과 생각할지 의지적으로 선택한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감사할 점부터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만큼 마음 트레이닝으로서의 효과는 크다고 한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등 관념적으로 적기보다는 하나만 적어도 좋으니 무엇에 대해 어떻게 왜 감사한지 사고하며 적을 것을 권장하더라. “감사일기를 적어봤는데 효과가 없다” 하는 경우 보통 그런 관념적인 감사를 관성적으로 적고 있을 뿐이라고. 감사할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어제 있었던 일, 늘 하던 것, 오늘 있을 일, 미래에 있을 일에 대한 기대 같은 걸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확언과 마찬가지로 한 달 동안 같은 내용의 습관을 작성하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며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 행동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한다. 매일 다른 습관을 적으면 그것은 그냥 오늘의 할 일이 될 뿐 습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 달 동안 같은 습관을 적고 회고 후 그 습관 기록을 유지할지 다른 걸 해볼지 결정하라고 하더라. 일상적인 습관 두 개와 미래를 위한 습관 하나를 적을 것을 추천하셨다. 두루뭉술하지 않고 구체적인 습관을 정하는 게 좋다는 말은 그룹밀착 프로그램에서 신고은 강사님이 하셨던 말과 닿아 있었다.
다이어리를 여러 개 사용하면 사용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그 외에도 오늘의 할 일과 하루 회고를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고 하더라. 아침을 시작하며 감사 세 가지를 적은 것처럼 하루를 마무리하면서도 그날의 기분 좋은 일을 세 가지 적는 칸이 있다.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자유 기록 칸도 있는데, 원래 인스타그램에 오늘의 사진과 함께 올리던 하루 마무리를 요즘은 여기에 하고 있다. 역시 난 만년필로 끄적이는 게 타이핑보다 좋다. (리바이브 다이어리는 만년필을 사용하기 좋은 종이는 아니지만 나쁘진 않다. 무난하다. 만년필에 진심인 사람들은 펜 촉 상한다고 안 쓸 것 같지만 나 같은 라이트 유저는 그냥저냥 쓸 정도.)
기존 다이어리에는 없었지만 이번에 새로 제작한 다이어리에 추가된 연습 페이지에 확언과 감사를 작성해 보고, 초대받은 회복메이트 채팅방에 이를 공유하며 회복메이트 첫 시간을 마무리했다. 아침마다 강사님이 기록 알람을 올리실 건데, 다이어리에 기록을 남겼다면 이모지 반응을 눌러 달라고 하셨다. 사진 인증은 주 1회, 월요일에만 하면 되고 다른 요일은 자유다. 그렇게 꾸준히 기록을 남기고 다음 모임 때 함께 회고하는 시간을 갖는 방식이다. 다음 모임은 1월 초에 있을 예정이라고 하고, 다이어리는 한 달 단위로 네 세트 구성되어 있길래, 회복메이트를 진행한 11월 말에 바로 시작하지 않고 12월 1일부터 기록을 시작했다. 나의 이번 달 확언은 Wiccan Rede에서 따왔는데, 고민만 하고 주저하다 그만두지 말고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원하는 걸 하자"는 걸 적었다.
어느새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럭저럭 잘 사용하고 있다. 1년 다이어리 아니고 몇 개월짜리 다이어리는 썩 좋아하지 않지만 한 번쯤은 이런 걸 사용해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몇 개월짜리 다이어리를 안 좋아하는 건 단지 다이어리를 보관해 둘 때 차지하는 공간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습관은 평균적으로 매일 2.5개 정도 지키고 있다. 오늘의 할 일은 50~75% 정도 달성하고 말이다. 아침저녁마다 감사한 것과 기분 좋은 일을 적는 건 어려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잘 써지더라.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기록을 남기는 걸 좋아하는 녀석으로 살아온 기간이 길어서 그런 것 같다. 이 다이어리 기록이 나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이 될지는 한 달은 지나 봐야 알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