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지개센터 청년플랜브릿지 3기 회복메이트 2차시
11월 말에 회복메이트 첫 모임을 하고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났다. 모임에서 사용하는 리바이브 다이어리는 한 달치 기록과 회고 페이지가 네 번 반복된다. 지난 화에 말한 바와 같이 회복메이트 두 번째 모임이 1월 초에 진행된다는 말에 나는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첫 달의 기록을 남기고 회고 페이지를 작성했다. 그리고 1월의 기록을 마저 작성하다가 회복메이트 모임에 참여했다.
회고 페이지를 적어 오면 좋지만 안 적어와도 상관없다고 하셨다. 나는 그 안내를 받기 전에 진작에 작성을 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공지였지만. 생각해 보면 매일 꾸준히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 사람에 따라 한 달치 기록을 다 못 채운 사람도 있을 것 같더라. 나야 워낙 기록하는 걸 좋아하고 어떤 식으로든 하루 회고를 하는 편이었으니 방식만 바뀌었을 뿐 이미 루틴화가 되어 있었지만.
아침에 쓰는 것도 일일 계획을 세우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면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 정신건강이 괜찮을 땐 일어나자마자 하루를 계획하던 습관이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정신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그러지 못한 날이 많았지만. 마침 2025년 중반쯤에 하루 일과를 체크하는 습관을 다시 들이기 시작하였기에 리바이브 다이어리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땐 어느 정도 습관이 자리 잡힌 상태였다.
원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번 모임은 연초에 진행되어 2025년을 마무리하고 2026년을 준비하는 시간도 가졌다. 12월 회고를 나눔과 동시에 2025년 전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칭찬할 점 세 가지와 아쉬운 점 세 가지, 그리고 그 속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이야기해 보았다.
나는 공황도 오고 여러 모로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버틴 것과 주변 사람들의 공감과 위로 속에서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에 대해 분노하기보다는 연민을 가지게 된 것, 그리고 하기로 한 것들을 꾸준히 해낸 것을 칭찬할 점으로 적었다. 그리고 좀 더 성숙한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면 좋았을 상황과 관성적으로 흘려보낸 시간들, 그리고 아직도 명확하게 찾지 못한 진로 방향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2025년을 통해 배운 점으로는 일단 저지르면 삶은 어떻게든 흘러간다는 점과 비폭력대화의 관점에서 욕구를 명확히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나눈 후 우리는 다이어리의 맨 앞으로 돌아갔다. 여섯 단계에 걸쳐 한 달 동안 실천해 볼 습관 세 가지를 정하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이것을 작성해 보지 않은 채 첫 달의 습관을 정하고 수행해 보았는데 이번에는 이걸 작성해 보았다.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을 정하는 습관과 달리 이 페이지에서는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을 모두 적어 보았다.
어떠한 형식으로 적든 상관없고, 한 번에 모두 적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틈틈이 생각날 때마다 추가해도 좋다고 한다. 그렇게 적어 내린 것 중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과 시간이 필요한 것을 구분하여 단기 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어떤 습관을 들일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이 작성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월간 회고 페이지를 함께 나누었다. 지난달의 확언은 무엇이었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한 달 동안 실천해 본 습관은 얼마나 잘 실천하였으며 왜 그랬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감사 기록에 대한 회고는 앞서 칭찬과 아쉬움, 배운 점을 이야기할 때 충분히 언급되었을 것 같다며 시간 관계상 넘어갔다.
나의 지난달 확언은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원하는 걸 하자”였다. Wiccan Rede에서 따온 말이다. 욕구에 충실하되 타인 혹은 나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그리 하라는 것이다. 현재의 나로서는 웬만해서는 해를 끼칠 정도로 욕구에 충실할 일은 별로 없긴 하지만. 하여간 고민될 때 일단 저질러 볼 명분이 되었다. 주저하다가도 “나 이렇게 살기로 했었지” 하며 확언을 명분 삼아 도전해 보았다.
습관으로 정했던 것 중 하나는 다음 달 습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객관적 지표가 53%, 주관적 지표가 미달성으로 작성된 습관이었다. 적당한 걸 잘 발견하지 못해 실천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와닿지 않는 것이라도 할 수 있도록 좀 더 의식적으로 해보기로 했다. 아침마다 조금씩 방을 정리하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봐줄 만한 상태가 되어, 습관으로 적어가며 하기보다는 현상유지를 목표로 해 나가면 좋을 것 같아 역량 강화와 관련된 습관으로 변경하였다. 풀업바도 습관으로 적어놓기보다는 그냥 오며 가며 보일 때마다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무기력함을 이겨내고 재고립을 방지하는 습관으로 변경하였다. 이 두 가지는 모두 객관적 지표가 71%였는데, 방 치우기는 그럭저럭 잘 된 것 같아 주관적 지표가 달성인 반면 풀업바는 횟수만 채우고 설렁설렁 넘어간 날들로 인해 미달성으로 표기했다.
다음 회복메이트 모임은 2월에 있을 예정이다. 내가 참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때도 이번처럼 평일 낮에 진행될 확률이 높다고 하니 말이다. 시정 서포터즈나 매력일자리와 겹치면 불참인 거고. 물론 거기에 선정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왕이면 못 보는 거였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이런 인사, 전에도 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우린 늘 그렇다. 사회로 나아가느라 불참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그렇지 않다면 완전히 주객전도인 사업이 되어버릴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