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토히 Jan 17. 2024

첫 번째 준비물은 자신감입니다

Why Study More? It's Good Enough!

노브랜드 슬로건

한 햄버거 회사의 슬로건이다. ‘Why Pay More? It’s Good Enough. 이 문구를 처음 본 외국인 친구는 한참을 웃었다. 이게 뭐가 웃기다는 거지? ‘이만하면 충분한데 왜 돈을 더 내세요?’ 한국어로 번역해도 그다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친구는 이 멘트를 지은 게 결코 영어 원어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어색한 문장이란 뜻이다. 문법 오류가 있을까? 그건 아니다. 그보다는 문화적 차이에 가깝다. 영어 문화권에는 ‘겸손’이라는 미덕이 없다고 한다.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기보단, 자신 있게 드러내고 심지어는 과장하는 걸 미덕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최고야!’라고 말해도 모자랄 판에 ‘우린 이만하면 충분해요.’라고 말하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인 거다. 게다가 개인도 아닌, 한 기업의 캐치프레이즈라는 사실이 웃기다고 했다. 그 친구의 개인적 의견이었을까? 유튜브에서 ‘데니 초’라는 한 미국계 한국인 코미디언도 이를 언급(성 소재 개그가 있으니 시청 유의)하며 소재로 활용한 걸 보면 그렇진 않은 거 같다.


왜 우리는 잘한다 말하지 못할까

실제로 한국뿐 아니라 범 동양 문화권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겸손을 미덕으로 배우고 자신을 낮추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영어 잘하세요?’라고 물어본다면 대부분 ‘아니요. 못해요.’라고 대답한다. 한 명도 자신 있게 ‘그럼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못 봤다. 실제 실력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진짜 못하는 사람도, 수능 1등급에 토익 만점인 사람도, 미국 유학을 다녀온 사람도 습관처럼 ‘그렇게 잘 못해요.’라 말한다.


그동안 만난 서양 문화권의 사람들은 이와는 매우 달랐다. 그들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만 할 줄 알아도 자신 있게 ‘나 한국어 할 줄 알아!’라고 말했다. 칭찬을 들을 때, 결코 ‘아니에요. 잘 못해요.’라 말하지 않는다. ‘진짜 똑똑하세요!’라는 칭찬의 대답은 ‘자주 들어요.’였다.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반응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개개인의 차이나 국가 간의 차이는 존재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마인드셋이 우리와는 달라도 한참 달랐고, 난 그런 점이 조금은 부럽게 느껴졌다. 왜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에 조차 잘한다고 말하지 못할까? 주변의 평가가 두렵기 때문이다. ‘잘한다고 했는데 별 거 없네!’, ‘왜 자랑질이야?’와 같은 말들을 뒤에서 들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난 아직 부족해’ 금지

물론, 외국에서도 허언증 마냥 말을 뱉고 다닌다면 좋은 평판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 있는 것,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 나쁠 이유가 없다. 그토록 오랫동안 영어를 공부하고 왜 아직도 울렁증에 시달릴까? 어쩌면 ‘난 못해’라는 말을 너무 자주 하다 보니 스스로 그렇게 믿게 된 건 아닐까.


자신감은 무언갈 배우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준비물이라고 생각한다. 넘어질 생각을 하고 자전거를 타면 필연적으로 넘어진다. 그보다는 ‘이만하면 잘하지 않아?’라는 노브랜드적 마인드(?)를 가졌으면 한다. 공부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는 부딪혀볼 일만 남았다. 처음 몇 번은 넘어지더라도, 결국에는 운전법을 배우게 된다. 상처는 아물고, 언젠간 능숙해진다.


정확한 원어민 발음이 아니어도, 사람들은 대충 이해할 수 있다. 문법 실수를 하더라도, 심지어는 단어만 얘기해도 이야기는 통한다. 내가 직접 겪으며 검증한 방법이다. 원어민들은 생각보다 인내심이 많고, 완벽하지 않은 문법에 화를 내는 경우는 절대로 없었다. 게다가 우린 배우는 입장이지 않은가? 그러니 겁낼 게 없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을 친구로 만들어도 좋고, 언어교환을 하거나 블로그에 영어로 댓글을 달고, 게임에서 채팅을 해도 좋다. 인터넷 시대에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제발 공부는 이제 그만! 단어와 대본을 아무리 외워도 실제 회화의 느낌은 겪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 때까지 미루고 싶은가? 이는 불가능하다. 부딪히며 실수를 통해 배우자. 아인슈타인의 말에 따르면, 한 번도 실수하지 않은 사람은 한 번도 도전하지 않은 사람이다. 역사상 롤에서 페이커 선수보다 많은 데스를 기록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Why Study More? It’s Good Enough!
이전 02화 언어는 좋은 취미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