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토히 Jan 24. 2024

뭐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영어를 배우기로 다짐했다. 그런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블로그와 유튜브를 검색하니까 여러 가지 방법이 나온다. 그중 어느 것이 최선이고 가장 빠른 방법인지 확신이 가지 않는다. 25살에 영어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내 상황이다.


뭐부터 시작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남들처럼 토익을 준비할까? 단어가 약한 것 같은데 중학 영단어집부터 구입해서 차근차근 시작할까? 아니면, 그냥 학원에 가버릴까? 사실 정답이란 게 없단 건 모두가 안다. 하지만 그래도 최선의 효율을 원한다. 당연한 생각이다.


뻔한 소리로 독자들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 한국어를 배웠던 학생 중에서 빠르고 확실하게 배웠던 학생들을 사례로 그들의 방법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드라마와 TV쇼는 선택이 아닌 필수

한국어를 잘하는 학생 중에서, 특히 말하기가 자연스러운 학생들 중에서 드라마나 영상물을 활용하지 않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시작부터 드라마 타령이라니, 공부를 하자는 건지 놀자는 건지 살짝 화가 난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첫 번째로 꼽을 만큼 중요하다!


영상물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뭘까? ‘자연스러운, 인간다운 대화’. 녹음된 리스닝 예제나 책에서는 듣고 익힐 수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선생님을 고용하지 않는다면 이 방법이 최선이다. 듣고 따라 하기를 반복하면서 실제 회화에 익숙해질 수 있다. 요즘은 유튜브에 모든 콘텐츠가 올라오는 시대니까, 사실 돈 한 푼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자막을 켤까요, 말까요? 아님 영자막?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영상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언어를 습득하는 게 목적이니까, 스트레스받으면서 억지로 자막을 끄지는 말자. 영상의 상황과 소리를 연관 지으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습득’을 한다. 이는 단순암기를 통한 방법보다 효율적이라고 이미 밝혀졌다.


내가 한 방법은 자막을 켜고 봤던 영상을 두 번째 볼 때 무자막으로 시청하는 것이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으니, 상황을 연관 짓기도 쉬워진다. 팁이 있다면, 무조건 재밌고 즐길 수 있는 영상이어야 한다는 거다. 두 번, 세 번 봐도 재밌는 작품들, 개인적으로 ‘모던패밀리’ 같은 시트콤은 몇 번을 돌려봐도 질리지가 않았다. 부디 욕심부리며 어렵고 난해한 작품으로 시작 지는 말자.


자신만의 반복 학습법을 만든다

영상시청 다음의 특징이다. 빠르게 언어를 익히는 학생들은 모두 저마다의 학습 루틴이 있었다. 노트에 적는 학생, 엑셀로 자신만의 사전을 만드는 학생, 단어장 어플을 활용하는 학생 등, 방법은 다양했다. 한 번 들은 단어를 단숨에 암기하는 학생은 본 적이 없다. 반복 또 반복.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또 효과가 큰 방법이다.


내 경우, 하루에 3 문장 정도 영상에서 본 문장들을 적는다. 이 문장들을 다음 날, 일주일 후, 한 달 후에 다시 복습하는 루틴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난 천재가 아니기에 최소한 4번은 반복해야 그 단어와 문장 내에서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다.


요점은 문장이어야 한다는 거다. 단어만 기억해 봐야 문장과 연관 짓지 못하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먹다’라는 한국어 동사는 ‘먹어요’, ’ 먹었는데, ‘먹기 전에’, ‘먹으려고’ 등 수많은 형태로 변화하는데, ‘먹다’ 하나만 달랑 외워서는 할 수 있는 말이 딱히 없다.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만의 방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이 방법을 스스로 익히기 전까진 무작정 단어만 외웠다. 그러다 막상 영어로 대화할 상황이 되니, ‘지난 주말에 뭐 했는지’와 같은 간단한 문장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한국어로 ‘발췌’, ‘심층적’, ‘불가지론적’과 같은 어려운 단어만 안다고 유창해질까? 정작 매일 쓰는 말은 이보다 훨씬 간단하다.


먼저 일상 대화에 익숙해진다

흔히 범하는 실수는 원어민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혹은 잘난척하기 위해 어려운 단어와 문법에 집착하는 것이다. 말을 일부러 어렵게 할 필요는 없다. 어려운 단어를 안다고 해서 그 언어를 잘하는 게 아니다. 우리도 어려운 한자어나 사자성어를 자주 인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재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쉽게 말하는 게 오히려 더 어렵다.


한국어를 빠르게 배운 학생 중에는, 일상 대화는 능통하지만, 어려운 주제에서 쉽게 막히는 이들이 많았다. ‘이렇게 한국어를 잘하는데 이런 단어도 모른다고?’. 의문을 가졌지만, 사실 당연한 거였다. 이들은 중요하고 자주 쓰이는 것부터 배웠다. 그랬기에 짧은 시간에도 이미 유창한 단계에 이를 수 있었던 거다. 내가 쉬운 말로 설명해 주면 그때야 ‘아!’하고 이해했다.


사실 일상에서 쓰는 표현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책에서 배우는 문법 중에서도, 진짜 자주 쓰이는 건 그렇게 많지 않다. 그걸 아는 똑똑한 학생들은 먼저 활용 빈도가 높은 단어와 문장을 위주로 학습한다. 뭐가 중요한지 어떻게 아냐고? 자신의 모국어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나 단어들이 우선이다. ‘배고픈데 밥 먹으러 갈래?’와 같은 말을 하기 전에 격식 조의 비즈니스 회화 표현부터 배우는 건 난센스다.


이전 03화 첫 번째 준비물은 자신감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