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나면 여유가 온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고난을 마주한다. 숨이 턱 막히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순간들. 달리기를 하다 숨이 차오를 때, 무거운 바벨을 들며 근육이 비명을 지를 때, 복잡한 문제를 풀다 막막함에 부딪힐 때. 처음엔 이런 순간들이 그저 힘들고 피하고 싶은 고통으로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고난이 나를 망하게 하는 게 아니라, 나를 훈련시키고 강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흡: 몸과 뇌를 잇는 다리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가장 먼저 변하는 건 호흡이다. 숨이 얕아지고 빨라지면서 몸이 긴장한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다. 그런데 급박한 상황에서도 잠깐 멈춰 깊게 숨을 쉬어보면 마음에 작은 공간이 생긴다. 그 공간에서 여유가 싹튼다. 이 간단한 행위가 왜 이렇게 차이를 만드는 걸까?

호흡은 단순히 산소를 들이마시는 게 아니라 몸과 뇌를 잇는 다리 같다.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탄지로가 "전집중 호흡"으로 위기를 넘기는 장면을 떠올리곤 한다. 과장된 이야기지만, 깊은 호흡이 산소를 온몸에 퍼뜨려 뇌를 안정시킨다는 원리는 현실에서도 맞는다. 과학적으로 깊은 호흡은 부교감 신경계를 활성화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뇌를 차분하게 만든다. 인도 요가의 "프라나야마"나 증산도의 "단전호흡"도 이런 맥락에서 몸과 뇌를 연결한다. 달리기를 마치고 숨을 고를 때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도 그래서다. 숨이 가빠 정신없던 순간에서 깊게 호흡하며 뇌가 맑아진다. 호흡이 단순한 생존 도구를 넘어 더 깊은 차원으로 이끄는 열쇠라는 생각이 든다.

달리기와 뇌육: 고난 속에서 맑아지는 뇌

호흡이 뇌를 맑게 해준다면, 달리기는 그걸 몸으로 체감하게 한다. 달리기를 시작하면 처음 몇 분은 몸이 가볍다. 하지만 곧 숨이 가빠지고 다리가 무거워진다. "언제 끝나나" 하는 생각뿐이다. 그런데 달리기를 마치고 숨을 고르는 순간, 머릿속이 정리된다. 혼란스러웠던 생각이 가라앉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달리기 중에는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된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뇌는 베타파(긴장과 집중 상태, 13~30Hz)로 가득 찬다. 정신없고 숨이 찬 그 순간은 몸이 생존 모드에 들어간 결과다. 하지만 끝나고 깊게 숨을 쉬면 부교감 신경계가 작동하며 뇌파가 알파파(편안함과 여유, 8~13Hz)나 세타파(깊은 이완과 통찰, 4~8Hz)로 바뀐다. 산소가 뇌에 공급되며 피로가 줄고 엔도르핀이 기분을 맑게 한다. 이 과정에서 뇌가 자극을 받고 회복한다. 이걸 "뇌육"이라고 불러보고 싶다. 근육이 찢어지고 회복하며 단단해지듯, 뇌도 고난을 겪으며 성장한다.

한 번은 새벽에 등산 갔다 내려오는 길에 숨을 고르며 앉아 있었다. 그날 풀리지 않던 코딩 문제가 떠올랐는데, 갑자기 "이렇게 하면 되겠네"라는 해결책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숨 가쁜 고난과 깊은 호흡이 뇌를 맑게 만든 순간이었다.

근력운동: 한계를 넘으며 생긴 자신감

달리기가 뇌를 맑게 했다면, 근력운동은 다른 자극을 준다. 헬스장에서 무거운 바벨을 들 때마다 "한 번 더!"를 외치며 스스로를 다잡는다. 근육이 떨리고 땀이 흐르며 포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한계를 넘으면 몸과 마음에 힘이 붙는다. 운동 후 바벨을 내려놓고 숨을 고를 때, 단순히 피로가 풀리는 게 아니라 자신감이 생긴다.

근력운동은 뇌의 신경 가소성을 자극한다. 스트레스와 도전을 이겨내며 뇌가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엔돌핀과 도파민이 만족감을 준다. 한 번은 데드리프트를 하며 40kg을 목표로 삼았다. 마지막 세트에서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이를 악물고 들었다. 성공한 뒤 숨을 몰아쉬며 앉았을 때, "다음엔 50kg도 가능하겠네"라는 느낌이 왔다. 근육과 함께 뇌육도 단련된 순간이었다. 고난을 버티며 자신감이 자란다.

문제 해결: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과정

운동이 몸과 뇌를 단련한다면, 문제 해결은 머리를 단련한다. 한 번은 오래된 프로그램을 최적화하는 문제를 붙잡고 있었다. 실행 속도가 느리고 메모리 사용량이 많아 몇 시간 로그를 들여다봤다. 답답했지만 하나씩 풀어가다 해결했고, 끝난 뒤 "내가 해냈네"라는 성취감과 함께 여유가 왔다. 문제라는 "무게"를 들고 버티다가 내려놓으니 뇌육이 강해졌다.

또 다른 때는 코드에서 버그 때문에 몇 시간을 씨름했다. 로그를 뒤지고 구글을 찾아봤지만 답이 안 나왔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짜증이 치밀었다가, 한 줄을 수정하니 맞아떨어졌다. 안도감과 함께 "다음엔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접근이 떠올랐다. 뇌의 전전두엽이 논리적 사고를 풀가동하고, 해결 후 도파민이 보상으로 분비되며 뇌육이 단단해졌다. 고난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셈이다.

운동선수처럼: 겪음으로써 단련된 침착함

이런 경험들을 보면서 운동선수들이 떠오른다. 올림픽 결승전에서 심장이 터질 듯한 순간에도 침착하게 공을 차는 축구 선수, 마지막 바벨을 들며 미소 짓는 역도 선수. 그 침착함은 타고난 게 아니라 훈련의 결과다. 고난을 겪으며 뇌의 편도체가 공포 반응을 억제하고, 전전두엽이 판단력을 유지하게 된다.

"겪어보지 않으면 여유가 생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고난을 겪고 버티며 뇌가 자신감을 학습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이 생긴다.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시간 제한 속에 문제를 풀었던 적이 있다. 처음엔 손이 떨리고 머리가 멍했지만, 하나씩 풀며 버텼다. 끝난 뒤 "이제 이런 상황도 괜찮네"라는 여유가 왔다. 고난이 나를 단련시켰다.

인생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태도

이런 일들이 쌓이며 한 문장이 떠올랐다. "어려운 일을 어렵게 보지 않고, 쉬운 일을 쉽게 보지 않고, 좋은 것을 좋지 않게 보고, 나쁜 것을 좋게 본다." 고난을 훈련으로 받아들이며 생긴 태도다. 복잡한 문제를 "망할 거야"라고 두려워하지 않고 "단련의 기회야"라고 본다. 간단한 과제를 "별거 아니네"라며 넘기지 않고 깨달음을 찾는다. 좋은 결과에 오만해지지 않고, 실패에서 배움을 발견한다.

이 태도는 뇌육이 단단해질 때 생긴다. 고난을 겪으며 뇌가 스트레스에 적응하고, 회복하며 통찰을 만든다. 달리기 후 맑아진 머리, 근력운동 후의 자신감, 문제 해결 뒤의 새로운 길. 이 모든 게 여유의 토대다. 인생은 여유롭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여유는 호흡에서 시작해 몸과 뇌를 단련하며 쌓인다.

고난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이제 고난을 이렇게 본다. 달리기로 숨이 차고, 근력운동으로 근육이 아프고, 문제를 풀며 머리가 지끈거릴 때, 그 순간은 힘들지만 버티고 나면 뇌육이 단단해진다. 주말에 3만 보를 걷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비가 내리고 발이 젖었지만 끝까지 걸었다. 집에 돌아와 숨을 고르며 차를 마셨을 때, "이런 날도 이겨냈네"라는 느낌이 왔다. 고난이 나를 훈련시켰다.

오래된 프로그램을 최적화한 뒤 떠오른 아이디어를 다음 작업에 적용해봤다. 이전보다 빠르게 끝냈고 결과도 좋았다. 뇌육이 성장한 덕이다. 고난은 나를 망하게 하는 게 아니라, 더 강하고 여유로운 나로 만들어준다.

고난을 마주할 때마다 숨이 차고, 몸이 아프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때 잠깐 멈춰 깊게 숨을 쉬어보면 호흡이 몸과 뇌를 잇는다. 고난을 "나를 망가뜨리는 적"이 아니라 "나를 훈련시키는 과정"으로 보면, 버티고 나서 뇌육이 단단해지고 여유가 온다. 이 이야기를 쓰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여유롭게 바라볼 때 더 풍요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