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포도주다!
포도가 한겨울의 냉혹한 추위와 뜨거운 태양의 더위를 견디며 자라듯, 인생은 시련을 이겨내고 발효되어 포도주가 된다. 포도는 달콤한 과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냉혹한 바람과 작열하는 햇볕을 견디며 자란 포도는 으깨지고 발효되어야 깊은 향을 낸다. 인생도 그렇다. 평탄한 길만 걷는다면 그저 그런 삶으로 남겠지만, 시련을 겪고 그 아픔을 숙성시킬 때 진짜 맛을 낸다. 나도 한때 끝없는 오르막을 올라 숨이 턱턱 막히던 때가 있었다. 40억 부도라는 그 시련을 지나, 이제 내려오며 포도주 향을 조금씩 맡고 있다.
시련은 포도를 으깨는 시간이다
삶이 나를 짓누르던 때가 있었다. 빚쟁이 전화에 시달리고, 사람들과 싸우며 입에서 단내가 났다. 땀과 먼지에 뒤범벅된 채 올라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등산 같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 단내와 땀이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걸. 포도가 으깨져야 포도주가 되듯, 나는 그 시련 속에서 으깨졌다. 매일 싸우고, 비난받고, 화내며 오른 그 길은 나를 부수고 다시 빚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길에는 끝이 있다. 정상에 올라 이제 내려오는 중이다. 아직 무게가 남아 있지만, 올라갈 때보다는 여유가 생겼다. 밥만 먹고 숨만 쉬어도 살 수 있다는 안도감이 나를 감싼다. 그 시련은 나를 으깨놓았지만, 그 속에서 발효가 시작되었다. “숨만 쉬어도 괜찮다”는 깨달음은 그 길을 걸은 사람만이 맡을 수 있는 포도주의 첫 향이다.
발효는 고난을 맛으로 바꾼다
포도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추위와 더위를 견딘 포도가 으깨지고 긴 발효를 거쳐야 깊은 맛을 낸다. 인생도 그렇다. 시련은 끝이 아니라, 그걸 어떻게 숙성시키느냐에 따라 향이 달라진다. 나는 그 힘든 시간을 실패로 두지 않았다. 정주영 회장이 말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처럼, 제시 리버모어 같은 이도 시장에서 크게 넘어졌지만 그걸 발효시켜 깊은 인생을 살았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은 내 두뇌를 단련시켰다. 웨이트 트레이닝처럼 고난은 뇌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로 생긴 여유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자유다. 예전엔 비난에 흔들렸지만, 이제 그들의 말이 내 가치를 정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이 생각은 그 길을 걸으며 자연스레 몸에 밴 것이다. 발효된 포도주처럼, 고난은 내 인생에 향을 더했다.
영광의 상처는 경험자만 안다
“홀애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처럼, 시련의 의미는 겪어본 사람만 안다.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이는 “숨만 쉬어도 괜찮다”는 안도감을 모른다. 그건 스크래치와 그 상처가 아무는 과정을 통해서만 내 것이 되는 교훈이다. 힘든 시절은 내게 깊은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 상처가 아물며 영광이 되었다. 물의 가치는 사막을 걷고 나서야 최고가 되듯, 내 인생의 가치는 그 시간을 겪으며 빛났다.
남의 교훈은 말로만 들으면 공허하다. 정주영 회장이나 제시 리버모어의 이야기를 읽어도, 내가 그 길을 걷지 않았다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스크래치를 겪었고, “이제 괜찮다”는 여유를 얻었다. 그건 경험자만 아는 영광의 상처다. 이 관점을 가질 수 없는 이들이 안타깝지만, 나는 그걸 얻은 행운아다.
인생은 기적의 시스템이다
인생은 그냥 살아지는 것 같다. 한심할 정도로 단순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존재는 엄청난 시스템이다. 적응하고, 살아남고, 머리를 쓰고, 말을 하며 성장한다. 이건 기적이다. 내가 여기까지 숨 쉬는 것도 조상들과 우주의 원리들이 나를 밀어준 덕분이다. 그 추위와 더위를 버틴 건 나 혼자의 힘이 아니었다. 그 시스템이 나를 살렸고, 포도주로 숙성시켰다.
생각이 말 되고, 말이 행동 되고, 행동이 습관 되고, 습관이 운명이 되듯, 조상들의 고난이 내 인생에 발효되어 나를 만들었다. 그들이 물려준 “견뎌라”는 유산 덕에 지금도 숨을 쉰다. 이건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기적의 연속이다. 내가 포도주 향을 낼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만족은 포도주의 마지막 한 모금이다
만족하지 못하는 건 인간의 한계다. 그 불만족이 우리를 진화시켰다. 하지만 생존 걱정 없는 요즘, 우리는 하이에나처럼 특별한 걸 찾아 헤맨다. 그 비극의 근원은 만족을 모르는 마음이다. 그러나 시련을 발효시킨 인생은 그 한계를 넘는다. 나는 그 시간을 통해 성숙했고, 그 성숙은 여유를 낳았고, 그 여유 속에서 만족을 맛본다. 아직 짐이 남아 있지만, 최악은 면했다. 밥만 먹고 숨만 쉬어도 살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나를 만족으로 이끈다. 이 관점으로 세상을 보니 뭐든 좋아 보인다. 그건 시련을 이겨낸 사람만이 맡을 수 있는 향이다.
인생은 포도주다. 한겨울의 냉혹한 추위와 뜨거운 태양의 더위를 견디며 자라고, 시련을 발효시켜 깊은 맛을 낸다. 나의 그 길은 그런 과정이었다. 당신의 인생에도 스크래치가 있을 것이다. 그 상처를 실패로 두지 말고 발효시켜 영광으로 만들어보라. 그러면 언젠가 당신도 “숨만 쉬어도 괜찮다”는 향을 맡을 것이다. 그건 조상들의 기적과 우주의 원리가 빚어낸, 우리 모두의 인생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