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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필 Sep 27. 2023

PART4. 대한민국 청년들이 겪어야할 가족관계증명서

더 이상 '남일'이 아닌 나의 가족관계증명서

가족돌봄청년 이들의 삶이란?

초고령 사회를 앞둔 우리나라에서도 영 케어러에 관한 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한다. 영 케어러(young carer)란 중증 질환, 장애 등을 겪는 부모·조부모를 돌봐야 하는 아동이나 청년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만혼과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는 사회에서 돌봄이 필요한 부모를 도맡는 자식의 나이는 점점 어려질 수밖에 없다. 자식이 부모를 돌보는 게 당연한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어린 나이에 부모를 돌보느라 자기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영 케어러가 늘어나는 상황은 개인이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2년 4~5월 전국 만 13~34세 청년 4만3천88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이 중 가족돌봄청년으로 확인된 810명의 삶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봤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주당 평균 돌봄시간(가사노동, 병원동행, 용변보조 등 포함)은 21.6시간, 평균 돌봄기간도 약 4년(46.1개월) 가까이 됐다. 또 가족돌봄청년의 우울감 유병률은 약 61.5%로, 가족을 돌보지 않는 청년(8.5%)의 7배를 웃돌았다. 육체적·정신적 피로감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가족돌봄 노동에 대한 관심은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도 '영 케어러' 가족돌봄청년에 관해 심각하게 바라보고 나에게도 이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PART4. 대한민국 청년들이 겪어야할 가족관계증명서

더 이상 '남일'이 아닌 나의 가족관계증명서

세계와 한국의 고령인구 구성비 추이. 통계청 제공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가팔라지는 고령화 흐름에 낮은 출산율 추세가 겹치면서 2005년생이 65세가 되는 2070년에는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 비중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50년 뒤에는 생산 가능 연령대 인구보다 고령층 인구가 더 많아지며 생산연령인구 1명 당 1명 이상의 고령층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통계청 22년 자료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22년 17.5% 수준인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 구성비는 2070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인 46.4%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것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령 인구 비중이다.


또한, 한국의 65살 이상 고령인구가 2022년 처음으로 9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무슨 문제라고 이렇게 호들갑일까? 생각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오래사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통계로 이해하면 안된다. 현재 고령자 48%는 국민연금으로 노후준비를 하고 있지만 나머지 절반 이상은 생활비를 위해 일자리를 찾고 있거나 은퇴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들이 왜 문제가 될까? 현재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장'이 새롭게 생겨나지 않으며 젊은이들이 이탈해 버리고 불안정한 일자리에는 노인들이 들어가고 있다.

서울시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 자료 재구성 (자료 출처 =(주)오마이뉴스)

이런 불안정한 청년들 중 갑자기 부모·조부모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면 삶은 또 한번 무너지게 된다. 간병은 사회적 활동의 지장, 자신을 위한 시간 부족으로 정신 건강의 악화를 초래하는 고강도 노동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유들로 인해 가족의 해체 후 함께 남겨진 가족 구성원의 건강 문제를 현실적으로 케어할,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영 케어러는 만성적인 질병과 장애를 가진 가족에 대한 돌봄노동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다. 또한 계속되는 돌봄노동으로 영 케어러의 학업 수행능력과 신체, 정서 발달에 악영향이 미치기도 한다.


실제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서울특별시가 실시한 영 케어러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영 케어러 900명 중 45% 이상이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돌봄과 정신 건강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극단적인 선택과 생각들 이다. 실제로 아픈 가족을 돌보는 간병인 10명 중 3명이 간병의 어려움 때문에 환자를 죽이거나 같이 죽으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병 기간이 7년 이상 길어지거나 간병 시간이 하루 평균 8시간을 넘어갈 때 한계에 부딪혔다고 느끼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심화됐다.

가족 간병인 325명 설문조사 (자료출처= 서울신문)

서울신문이 지난 7~8월 한국치매협회, 뇌질환환우모임 등과 공동으로 가족 간병인 325명을 대상으로 간병의 어려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5.7%가 “간병으로 신체와 정신 모두 한계에 몰리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다”(자주 그렇다 59.4%, 가끔 그렇다 36.3%)고 답했다. 살인 내지는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도 29.2%에 이르렀다. 이들은 ‘간병으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한계’(60.2%·복수 응답), ‘경제적 어려움의 심화’(50.6%), ‘미래에 대한 불안감’(45.8%) 등이 몰려올 때 환자를 죽이거나 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매우 자주 5.4%, 종종 23.8%)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간병을 하는 가족 중 상당수가 간병 살인 또는 간병 자살의 위험에 놓여 있다는 신호로,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건강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임을 보여 준다.

간병살인 영케어러

가장 큰 예로 2021년 5월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홀로 돌보며 생활고에 시달리다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대구 청년 간병인 사건'은 '영케어러' 문제를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했다. 22살 이였던 청년 A씨는 약 10년 전 부터 아버지(56세)와 단둘이 생활해 왔는데 20년 9월 아버지가 뇌졸중 심부뇌내출혈 및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아왔으며, A씨는 B씨의 몸상태가 혼자서 식사를 하거나 용변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았지만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2021년 4월 23일 B씨를 퇴원시켰다. 퇴원 다음날 A씨는 아버지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고 더이상 간병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하여 B씨에게 약을 주지 않았고 음식은 일주일간 10번만 제공하였다. A씨는 5월 1일부터 음식과 물 제공도 중지하고 B씨를 방에 방치하였고, B씨는 퇴원 보름 뒤인 5월 8일경 영양실조와 폐렴 등으로 숨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혼자서 아버지의 병간호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고, 채무 등의 경제적 이유로도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 잘못된 판단을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청년간병인 비극 (자료출처=머니투데이)

서울 구로구에서 아버지, 아픈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26살 김씨. 김씨의 하루는 취업 준비를 위해 공부를 하거나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문화생활을 즐기는 또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대부분의 일과가 6년 전 뇌출혈 진단 이후 거동이 어려워진 어머니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2017년 어머니가 쓰려졌을 당시 김씨는 재수생이었다. 그는 "실용음악 쪽으로 진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음악 하는 게 돈이 만만찮다 보니 입시를 잠깐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운을 뗐다. 물론 그 '잠깐'이 '6년'이 될 줄은 몰랐다. 이어 "솔직히 그때는 이렇게까지 오래 돌봄을 하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어머니의 상태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고, 예전처럼 회복할 수도 없게 되면서 작업치료 쪽으로 전공 등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가 함께 지내고 있긴 하지만, 월 10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 병원비와 약값 등을 부담하느라 식당일에 집중하다 보니 돌봄은 오롯이 김씨의 몫이 돼버렸다. 그는 "어머니를 계속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에 많이 부친다"며 "올 초엔 그동안 어머니의 거동 등을 돕느라 허리와 손목 등에 무리가 간 게 터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빠듯한 경제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병원비 300만원을 더 지출해야 했던 것. 사실 지난해 대학 졸업 후엔 잠시 희망을 갖기도 했다. 취업을 준비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어머니의 '간병인' 생활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이 어머니가 추가로 암 판정을 받았고, 결국 김씨는 취업마저 미루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는 "경제적으로도 힘들지만, 시간이 없어 제 미래에 대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게 가장 절망스럽다"며 "언제까지 어머니를 돌봐야 할지 기한이 없다는 점도 막막한 부분"이라고 하소연했다. 다시 음악에 대한 꿈이 드문드문 생각날 때도 있지만, 지금 김씨의 상황에선 언감생심이다.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 보건복지부 자료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왜 우리 주변에서도 가족돌봄청년들은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우리 사회에서 가족돌봄청년들은 많은 부담과 스트레스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희생과 헌신,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서로 돕고 이해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겉할기식이 아닌 그들의 고단한 삶을 심층적으로  지켜보고 그 안에서의 작은 행복과 희망을 위해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참고자료]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60117164011040

https://news.nate.com/view/20230602n03341

https://m.segye.com/view/20230426516322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60117164011040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img_pg.aspx?CNTN_CD=IE003143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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