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류산 Jul 19. 2022

군대 훈련소에서 아들이 보낸 첫 편지

어머니 아버지, 어둠 속에서 감으로 씁니다

 군대 훈련소에서 아들에게 첫 편지가 도착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들의 소식이다.

 서둘러 편지를 펼쳤다.




 

어머니, 아버지, 형님께!


현 시각 금요일 밤 9시 53분, 형의 편지를 받고 만화 원피스 스포일러를 내무반 아이들에게 통보하고 편지를 씁니다.


Big News! 이번 달 내에 전화 한 통을 시켜준다고 합니다. 

엄마 핸드폰으로 할 테니까 (아마 주말),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와도 꼭! 꼭! 꼭! 받으셔야 합니다!! 


부모님께 보내는 '효도편지‘는 매주 일요일 수령해서 월요일에 발송합니다. ㅋㅋ 한 수요일 도착할까요?

형/ 어머니/ 아버지가 교대로 매일 편지를 써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너무나도 큰 힘이 됩니다. 


애들이 형의 원피스/ 나루토/ 배가본드 만화 스포일러에 목말라하고 있어 ㅋㅋ 

아오키지가 밀짚모자 해적단에 들어간다고? ㅋㅋㅋ 상상이 전혀 안되는데......

원피스는 그때그때 업데이트 바람! 검은 수염 일당 짓이라며? ㅋㅋ 설거지하다가 조교들 말 엿들었어. 

배가본드는 재밌지? ㅋㅋ 


아버지, 저도 아부지가 보고 싶습니다. 집에 있을 때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지금 훈련소에 와보니 제 인생에서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셨는지 깨달았습니다. 제2의 책은 집필을 시작하셨습니까? 4주 후쯤에 알 수 있겠군요.


어머니, "보고파요!! 으허헝." 

아들이 안 도와줘도 월요일에 쓰레기는 잘 버리고 계십니까? 


지금 갑자기 불이 꺼졌습니다. 완전 소등상태

(편지지에 네모를 크게 그리고, 네모 안에 쓴 글씨는 큰 글씨로 바뀜)



지금 이 네모 안에 쓴 것은 어둠 속에서 감으로 쓰는 겁니다. 호호홋. 

잘 쓰고 있나요? 지금 10시...... 저는 잡니다. 

엄마 아빠도 안녕히 주무시고, 형도 잘 자. ㅋㅋ


어머니, 아버지, 형, 사랑합니다.

2010년 3월 차남 올림.




아들이 가까이서 속삭이는듯한 글이다. 아들의 감성과 체취가 물씬 느껴진다. 

아들이 그립다. 아내는 아들의 편지를 읽고 또 읽더니, 오랫동안 가슴에 품었다.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아들의 군대, 자녀의 결혼, 여행과 영화 이야기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위 글과 비슷한 감성 에세이는 브런치 북 ( https://brunch.co.kr/brunchbook/yubok2 )과 함께 브런치 매거진  ( https://brunch.co.kr/magazine/hwan )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