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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Jun 23. 2022

너는 엄마 아빠의 큰 기쁨이다

고2가 되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


작은 아이가 설 지나면 이제 고 2가 된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힘든 2년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작은 아이는 공부에 큰 뜻이 없었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중2 때 까지는 만화가 지망생이었으므로 사실 공부가 딱히 필요도 없었다. 

아내와 나는 아이를 결대로 키우기로 생각하고 공부하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책을 많이 읽어라고 권하기는 했지만......


아내와 함께 만화로 유명한 지방의 모 대학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중학교 3학년부터 장래 희망을 바꾸고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공부에 전심전력으로 임하고 있어 아들의 표정이 엄숙하기까지 하다. 

형도 동생이 열공하는 모습에 감탄할 정도다. 


새해를 맞아 아들에게 세뱃돈과 함께 아빠의 격려를 전하고 싶어 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갓난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 아빠의 큰 기쁨이었다.

어린 네가 걸음이 조금 익숙해졌을 때 함양-산청 국도변에서 교통사고 당할 뻔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한 마음이다. 그 생각만 하면 그때 너를 무사히 지켜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단다.

하나님이 장차 크게 쓰실 계획으로 너를 살렸을 것이다.


너는 밝은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준다.

너는 춤을 잘 추고 그림도 잘 그린다.

너는 대단한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

너의 창작물은 종종 사람들에게 신선한 놀라움을 준다.  


네가 다섯 살이 되던 해, 신문지로 칼도 되고 총도 되는 장난감을 만들었을 때 형이 놀라고 부러워하였다. 자기 것도 하나 만들어달라고 너에게 부탁했었다.

네가 어릴 때 쓴 ‘애완동물을 기르지 말자’라는 제목의 유머스러운 글은 엄마 아빠는 물론 선생님도 깜짝 놀랐고 모두 다 즐거워했다.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영국의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반 친구 모두를 개성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 만화를 그렸다. 친구들은 모두 자신들이 나오는 너의 만화 팬이었다.

그들은 네가 그렸을 만화 다음 편이 보고 싶어 아침에 학교에 오는 너를 기다렸다.

소중하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장점이다.


너는 효자 아들이다.

엄마를 잘 도와주고 엄마가 어려움이 없는지 자주 살핀다.

아빠에게 인사도 잘하고 늦게 돌아와도 아빠가 집에 있는지 꼭 챙긴다.

게으르지 않고 성실하여 학교나 학원에서도 결석이 없고 교회에서도 개근상을 받았다.


중3이 되자 공부에 눈을 뜨고 열심히 하기 시작하였다.

물도 100도가 될 때까지는 계속 에너지를 쏟아부어도 끓지 않는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어느 수준이 되기까지는 쉽게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물을 끓이듯이 꾸준히 에너지를 쏟은 결과 지금은 학급이나 학교 전체에서도 알아주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뼈를 깎는 노력의 대가이니 스스로 자랑스러워해도 좋을 것이다.


너는 티를 잘 안 내고 겸손하다.

학교 수업에다 학원 수업을 다 마치고도 밤늦게 귀가하는 너에게 힘드냐고 물어보면 “그다지..” 하고 늠름하게 대답한다. 그러고도 바로 자지 않고 새벽까지 공부하는 모습이 엄숙하기까지 하다.  

대견하고 안아주고 싶은 아들이다.


앞으로 2학년에 진급하면 너는 어떻게 될까?

중3 때부터 공부에 열심을 가진 네가 어느 정도 발전할지 기대가 된다.

또 고3이 되면 어떻게 변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너의 추진력과 돌파력에 아빠는 감탄하고 있다.

너의 결심과 노력은 네가 원하는 결과를 이루고야 말게 할 것이다.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려는 의지는 운명을 바꾸는 힘이다.

네가 지금 보여주는 노력과 성취는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자신감으로 남을 것이다.


아빠는 너희 형제들을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피로가 스르르 풀린다.

하루 일과 중에 우울하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너희를 보거나 생각하면 다 잊어지고 행복한 마음이 든다.  

너희 형제들이 계속 성장하고, 대학에 들어가고, 직장을 얻고, 착한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귀여운 아이들을 낳고 할 때마다 엄마 아빠는 기쁨으로 함께 할 것이다.


새해에는 네가 세운 목표가 꼭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충분히 열심히 하였지만 원하는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빠의 경험으로는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느낄 수 있으면 그 결과에 승복하게 된다.  

‘진인사 대천명’. 열심히 하는 것은 우리 몫이고 이루어 주시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다.

좋으신 하나님이 너의 일거수일투족에 늘 함께 하실 것이다.


동봉하는 세뱃돈은 금년에 새로 나온 5천 원권 신권 화폐 10장이다.

필요한 데 쓰기를 바란다.


2006년 설날을 하루 남긴 세모에 쓴다.

너를 사랑하는 아빠가.






(사진 출처)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6048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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