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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Jul 24. 2022

불효자는 웁니다!

아들이 군대에서 보낸 편지

작은 아이는 올해 군대에서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아 헌병으로 근무하고 있다. 

군대에서 제일 막내인 이등병이니, 고생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키가 크고 덩치가 있어서 헌병 제복이 어울리긴 하나 군기도 세고 부동자세로 오래 서 있어야 해서 허리가 아플까 걱정이다.


뜻밖에도 이병인 아들의 멘토가 된 권 상병님이 아들을 잘 돌볼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편지를 보내주었다.  

부대에 휴게실도 있고 간단한 조리시설과 간식 그리고 TV도 갖춰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멘티인 아들이 근무도 잘하고 말도 재치 있게 잘해서 좋아하는 후임 중에 한 명이 되었다고 했다. 


또 자신은 물론 다를 소대원들도 모두 아들을 좋아하고 있다고 했다. 소대의 전화번호도 알려주면서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연락도 가능하다고 했다. 너무 안심이 되었고, 아들의 멘토님과 부대의 배려가 감사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어버이날을 맞아 작은 아이로부터 편지가 왔다.

아들의 편지를 아내와 함께 펼쳐보았다. 아들을 마주 대하듯 듯 정겨운 글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엄마, 아빠 안녕하신지요.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하지만 장남은 시험 준비를 하고 있고, 차남은 군대에 와 있군요! 일 년에 한 번뿐인 어버이날을 가까이서 챙겨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불효자는 웁니다. 

 "으아아아.....” 



 여기서 무엇을 해드릴 수 있겠습니까! 편지라도 써야 하지말입니다. 

여하튼 ㅋㅋ 어버이날 축하드립니다. 가장 어버이날을 축하받아야 마땅하신 분들이 어머니, 아버지가 아닌지요!!


 저는 기도를 매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자기 전에 한 번은 하려고 노력합니다), 기도할 때는 빼먹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훌륭한 부모님과 화목한 가정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하고’라는 말입니다. (가끔 형이 이쁜 짓을 하면 ‘멋진 형도 주시고’라는 말도 추가합니다)

 이것은 진심에서 나오는 기도입니다. 저는 정말 행운아인 것 같습니다. 


 군대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그래도 난 훌륭한 부모님과 화목한 가정이 있어’ 하고 자기 위안을 하고, 내일모레 전역하는 선임병들이 부러워도 ‘그래도 저 사람들은 나만큼 훌륭한 부모님과 화목한 가정을 가지기는 힘들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힘이 불끈 나지요!


  호홋. 이렇듯 아버지와 어머니는 제 삶의 기둥이며 행복의 98.75%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항상 저와 형을 아끼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하지말입니다. ㅋㅋ 


 누가 면회를 매주 올 생각을 하겠습니까!

나의 엄마 아빠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내리사랑입니다. (아, 참고로 면회는 이제 매주 오실 필요가 없습니다. 종교 참석을 해도 되니 면회를 안 오시는 주는 교회로 가면 되지요! 교회 안 간지 조금 된 것 같습니다.)


 이 은혜를 보답이나 할 수 있겠냐만, 보답하기 위해서는 군생활을 건강하게 마치고 보다 나은 사람, 보다 효도를 하는 차남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부모님의 아들이 될 수 있도록 파이팅하겠습니다!!!


 2010년 5월.

 헌병 왕, 차남 드림. 필승!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아들의 군대, 자녀의 결혼, 여행과 영화 이야기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위 글과 비슷한 감성 에세이는 브런치 북 ( https://brunch.co.kr/brunchbook/yubok2 ), 브런치 매거진  ( https://brunch.co.kr/magazine/hwan )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https://kr.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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